19억 횡령 직원 ‘처벌불원’…평생 어부바 신협

입력 2023.06.14 (17: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합 자금 19억 원을 빼돌린 전 직원에게 ‘처벌불원서’를 써준 ‘평생 어부바, 신협’/그래픽 장예정조합 자금 19억 원을 빼돌린 전 직원에게 ‘처벌불원서’를 써준 ‘평생 어부바, 신협’/그래픽 장예정

■ 3년간 조합 자금 19억 원 빼돌려 …'간 큰' 30대 직원

2016년 10월, 세종시 조치원의 한 신협에 입사한 A 씨는 2019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해당 신협의 대출과 계좌입출금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별 탈 없이 회사생활을 하던 A씨가 처음 조합의 돈에 손을 댄 건 2019년 12월 말이었습니다.
조합에서 사용하는 채권관리용 공동계좌에서 140여만 원을 빼내 자신의 계좌로 옮겼습니다.
빼돌린 돈은 주식 투자에 사용했습니다.

A 씨의 횡령 행위는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돈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런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자,
2021년 8월까지 62차례에 걸쳐 모두 19억 7천여만 원을 빼돌렸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는 데까지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신협 피해자 맞나? 법원에 '처벌불원'…징역 2년 선고

A 씨의 횡령 행위는 신협의 감시망이나 제도가 아닌 우연한 기회로 드러났습니다.
휴가를 떠난 A 씨의 업무를 대행하던 동료가 '자금 흐름'에 이상을 느끼고
감사실에 신고한 겁니다. 신협은 20억 원 가까운 돈이 사라지는 동안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무능'때문이었을까요? '무관심'이었을까요?

그럼에도 신협은 수사과정에서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A씨가 수사 전후로 신협에 5억 5천만 원을 변제했지만, 아직 9억 원 넘는 피해액이 남아있고, 금융기관인 신협의 가장 큰 가치인 '신뢰'를 저버렸는데도 말입니다.

대신 가족들이 자신들의 명의로 '일부 변제'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실질적으로 그런 서류가 형사처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무엇보다 (돈을)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런 걸(처벌불원서) 작성해줬다"는 게 신협의 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협의 해명과 달리 법원은 이를 A 씨의 '유리한 정상'으로 적용했고, A 씨는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2년에서 17년 6개월 중 가장 적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신협에게는 횡령 직원마저 '평생 어부바'의 대상이었던 걸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9억 횡령 직원 ‘처벌불원’…평생 어부바 신협
    • 입력 2023-06-14 17:44:02
    심층K
조합 자금 19억 원을 빼돌린 전 직원에게 ‘처벌불원서’를 써준 ‘평생 어부바, 신협’/그래픽 장예정
■ 3년간 조합 자금 19억 원 빼돌려 …'간 큰' 30대 직원

2016년 10월, 세종시 조치원의 한 신협에 입사한 A 씨는 2019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해당 신협의 대출과 계좌입출금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별 탈 없이 회사생활을 하던 A씨가 처음 조합의 돈에 손을 댄 건 2019년 12월 말이었습니다.
조합에서 사용하는 채권관리용 공동계좌에서 140여만 원을 빼내 자신의 계좌로 옮겼습니다.
빼돌린 돈은 주식 투자에 사용했습니다.

A 씨의 횡령 행위는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돈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런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자,
2021년 8월까지 62차례에 걸쳐 모두 19억 7천여만 원을 빼돌렸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는 데까지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신협 피해자 맞나? 법원에 '처벌불원'…징역 2년 선고

A 씨의 횡령 행위는 신협의 감시망이나 제도가 아닌 우연한 기회로 드러났습니다.
휴가를 떠난 A 씨의 업무를 대행하던 동료가 '자금 흐름'에 이상을 느끼고
감사실에 신고한 겁니다. 신협은 20억 원 가까운 돈이 사라지는 동안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무능'때문이었을까요? '무관심'이었을까요?

그럼에도 신협은 수사과정에서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A씨가 수사 전후로 신협에 5억 5천만 원을 변제했지만, 아직 9억 원 넘는 피해액이 남아있고, 금융기관인 신협의 가장 큰 가치인 '신뢰'를 저버렸는데도 말입니다.

대신 가족들이 자신들의 명의로 '일부 변제'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실질적으로 그런 서류가 형사처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무엇보다 (돈을)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런 걸(처벌불원서) 작성해줬다"는 게 신협의 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협의 해명과 달리 법원은 이를 A 씨의 '유리한 정상'으로 적용했고, A 씨는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2년에서 17년 6개월 중 가장 적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신협에게는 횡령 직원마저 '평생 어부바'의 대상이었던 걸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