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는 ‘장애인 배려존’?…출근시간 직접 가보니

입력 2023.06.14 (21:25) 수정 2023.06.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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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교통약자 배려존' 캠페인이 최근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철역에서 장애인들이 승강기를 먼저 탈 수 있게 배려하는 건데, 정작 장애인들을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원희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전철역.

승강기 입구 바로 앞에, '교통약자 배려존' 스티커가 눈에 띕니다.

장애인들이 먼저 탈 수 있게 유도하는 안내 표시입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출근 시간, 배려존을 이용해 봤습니다.

스티커가 붙은 위치에 휠체어를 이렇게 대봤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뒤로 후진해서 물러나 줘야 되는 상황입니다.

휠체어를 탄 취재진도, 내리는 사람도, 불편하기만 합니다.

결국, 다시 양 옆으로 줄을 섰습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들어갈게요."]

입으로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취재진처럼 잠깐 휠체어를 타보는 게 아니라, 늘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잠깐만요, 잠깐만요."]

[전윤선/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한 번이라도 했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 같아요."]

보여주기 위한 시혜성 행정이란 따끔한 질책도 나왔습니다.

[전윤선/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 "특별하게 배려하거나 이런 것보다, 그냥 줄만 서면 되거든요. 승강기 앞에서 있을 때가 교통약자들은 가장 동등한 관계거든요."]

휠체어를 탄 날, 취재진이 만난 '장애물'은 '배려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나치게 넓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

["(빠질 것 같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장애인용 안전벨트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 "장애인 탑승할 때, 비장애인 탑승할 때,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고민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의 고민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교통약자 배려존 캠페인은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데 승강기안전공단 예산 3,500만 원을 썼습니다.

공단 측은 대전 시범사업 반응이 좋았다고 했는데 정작 대전 지체장애인 협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단 측은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김지훈/화면제공:장애인 권익활동가 조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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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 없는 ‘장애인 배려존’?…출근시간 직접 가보니
    • 입력 2023-06-14 21:25:35
    • 수정2023-06-14 22:06:22
    뉴스 9
[앵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교통약자 배려존' 캠페인이 최근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철역에서 장애인들이 승강기를 먼저 탈 수 있게 배려하는 건데, 정작 장애인들을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원희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전철역.

승강기 입구 바로 앞에, '교통약자 배려존' 스티커가 눈에 띕니다.

장애인들이 먼저 탈 수 있게 유도하는 안내 표시입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출근 시간, 배려존을 이용해 봤습니다.

스티커가 붙은 위치에 휠체어를 이렇게 대봤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뒤로 후진해서 물러나 줘야 되는 상황입니다.

휠체어를 탄 취재진도, 내리는 사람도, 불편하기만 합니다.

결국, 다시 양 옆으로 줄을 섰습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들어갈게요."]

입으로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취재진처럼 잠깐 휠체어를 타보는 게 아니라, 늘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잠깐만요, 잠깐만요."]

[전윤선/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한 번이라도 했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 같아요."]

보여주기 위한 시혜성 행정이란 따끔한 질책도 나왔습니다.

[전윤선/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 "특별하게 배려하거나 이런 것보다, 그냥 줄만 서면 되거든요. 승강기 앞에서 있을 때가 교통약자들은 가장 동등한 관계거든요."]

휠체어를 탄 날, 취재진이 만난 '장애물'은 '배려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나치게 넓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

["(빠질 것 같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장애인용 안전벨트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 "장애인 탑승할 때, 비장애인 탑승할 때,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고민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의 고민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교통약자 배려존 캠페인은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데 승강기안전공단 예산 3,500만 원을 썼습니다.

공단 측은 대전 시범사업 반응이 좋았다고 했는데 정작 대전 지체장애인 협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단 측은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김지훈/화면제공:장애인 권익활동가 조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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