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서 총격전…갈등의 현장 코소보 북부는 지금

입력 2023.06.14 (21:38) 수정 2023.06.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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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와 세르비아.

두 나라 사이에는 인종 청소, 전쟁 같은 깊은 악연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최근 세르비아계 주민이 많이 사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도심 총격전이 발생해 두 나라 사이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코소보 현지에서 김귀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소보 북부의 도시 미트로비차.

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립니다.

취재진 옆으로 소총을 든 남성들이 지나갑니다.

["저 앞에도 있어."]

총을 든 남성들은 차에 타고 어딘가로 급히 이동합니다.

사이렌이 시내 중심부를 뒤흔들고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주민들이 경찰차를 공격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현지 시각 13일 세르비아계 주민의 총격에 사복 무장 경찰이 진압에 나선 상황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금전 이 곳에서 세르비아계 주민과 코소보 경찰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지금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의미하듯 이 곳은 갈등의 땅입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4월 말 치러진 지방선거.

세르비아계가 절대 다수인 인근 즈베찬에서 알바니아계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투표를 거부해 3%대 투표율로 알바니아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주민들은 이 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거의 매일같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즈베찬 거주 세르비아계 주민 : "(만약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뒤) 전체 유권자 중 2~3%만 참여하는 선거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지방정부를 접수한다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며칠 전 시위대는 코소보 경찰, 나토 국제평화유지군과 충돌했고 평화유지군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나토 국제평화유지군 :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안됩니다."]

갈등은 지난해부터 증폭됐습니다.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 자동차 번호판 부착을 금지하자 이 지역에서 시위가 격화됐고, 세르비아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갈등의 배후에 세르비아 정부가 있다고 의심합니다.

[미트로비차 거주 알바니아계 주민 : "평화롭게 같이 살려면 우선 세르비아에서 (갈등 조장을 위해) 보낸 범죄자들이 사라져야 합니다.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코소보 북부에 긴장이 커지면서 나토는 현재 3,800명인 평화유지군을 700명 증원하기로 습니다.

코소보 즈베찬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앵커]

계속해서 코소보 현지를 직접 연결해 더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현지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김 특파원도 어제 현지 경찰에 연행됐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숙소 근처에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바깥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알고보니 취재진을 세르비아측 스파이로 오인한 거였습니다.

취재를 온 한국 특파원임을 증명하고 약 1시간 만에 풀려났지만, 이 지역의 긴장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단순히 지역 내 문제가 아니라 코소보와 세르비아, 국가 간의 갈등으로 봐야 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1년 벌어졌던 유고슬라비아 전쟁, 그리고 1998년 코소보 전쟁은 두 나라의 갈등의 골을 키웠습니다.

코소보 전쟁 당시 이른바 인종청소로 불리는 전쟁범죄로 만 명이 넘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숨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했는데, 세르비아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의 코소보 북부 사태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앵커]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인데,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은 없었습니까?

[기자]

두 나라 모두 유럽연합,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호판 사태가 확산되자 EU가 중재에 나섰고요.

그런데 두 나라 갈등이 커질대로 커진 다음에야 국제사회가 나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U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 있어 뒷전으로 밀린 겁니다.

EU의 중재로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립이 격화하고 있고 인종, 종교, 역사 등 거의 모든 갈등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황보현평/자료조사: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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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 한복판서 총격전…갈등의 현장 코소보 북부는 지금
    • 입력 2023-06-14 21:38:21
    • 수정2023-06-14 22:06:50
    뉴스 9
[앵커]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와 세르비아.

두 나라 사이에는 인종 청소, 전쟁 같은 깊은 악연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최근 세르비아계 주민이 많이 사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도심 총격전이 발생해 두 나라 사이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코소보 현지에서 김귀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소보 북부의 도시 미트로비차.

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립니다.

취재진 옆으로 소총을 든 남성들이 지나갑니다.

["저 앞에도 있어."]

총을 든 남성들은 차에 타고 어딘가로 급히 이동합니다.

사이렌이 시내 중심부를 뒤흔들고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주민들이 경찰차를 공격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현지 시각 13일 세르비아계 주민의 총격에 사복 무장 경찰이 진압에 나선 상황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금전 이 곳에서 세르비아계 주민과 코소보 경찰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지금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의미하듯 이 곳은 갈등의 땅입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4월 말 치러진 지방선거.

세르비아계가 절대 다수인 인근 즈베찬에서 알바니아계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투표를 거부해 3%대 투표율로 알바니아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주민들은 이 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거의 매일같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즈베찬 거주 세르비아계 주민 : "(만약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뒤) 전체 유권자 중 2~3%만 참여하는 선거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지방정부를 접수한다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며칠 전 시위대는 코소보 경찰, 나토 국제평화유지군과 충돌했고 평화유지군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나토 국제평화유지군 :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안됩니다."]

갈등은 지난해부터 증폭됐습니다.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 자동차 번호판 부착을 금지하자 이 지역에서 시위가 격화됐고, 세르비아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갈등의 배후에 세르비아 정부가 있다고 의심합니다.

[미트로비차 거주 알바니아계 주민 : "평화롭게 같이 살려면 우선 세르비아에서 (갈등 조장을 위해) 보낸 범죄자들이 사라져야 합니다.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코소보 북부에 긴장이 커지면서 나토는 현재 3,800명인 평화유지군을 700명 증원하기로 습니다.

코소보 즈베찬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앵커]

계속해서 코소보 현지를 직접 연결해 더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현지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김 특파원도 어제 현지 경찰에 연행됐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숙소 근처에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바깥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알고보니 취재진을 세르비아측 스파이로 오인한 거였습니다.

취재를 온 한국 특파원임을 증명하고 약 1시간 만에 풀려났지만, 이 지역의 긴장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단순히 지역 내 문제가 아니라 코소보와 세르비아, 국가 간의 갈등으로 봐야 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1년 벌어졌던 유고슬라비아 전쟁, 그리고 1998년 코소보 전쟁은 두 나라의 갈등의 골을 키웠습니다.

코소보 전쟁 당시 이른바 인종청소로 불리는 전쟁범죄로 만 명이 넘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숨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했는데, 세르비아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의 코소보 북부 사태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앵커]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인데,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은 없었습니까?

[기자]

두 나라 모두 유럽연합,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호판 사태가 확산되자 EU가 중재에 나섰고요.

그런데 두 나라 갈등이 커질대로 커진 다음에야 국제사회가 나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U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 있어 뒷전으로 밀린 겁니다.

EU의 중재로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립이 격화하고 있고 인종, 종교, 역사 등 거의 모든 갈등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황보현평/자료조사: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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