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힘 실은 대법원…“조합원 별로 배상액 따져야”

입력 2023.06.15 (21:08) 수정 2023.06.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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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파업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물을 때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한 정도를 따져서 배상액을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파업을 결정한 노조와 노동자 개인이 다 함께 책임지라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먼저, 판결 내용 백인성 법조전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회사가 정규직 전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울산공장을 25일 동안 점거했습니다.

[KBS 뉴스12/2010년 11월 16일 : "노조원 천여 명이 공장에 들어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 파업으로 370억 원 넘는 손해를 봤다며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정당성 없는 불법 파업"이었다며 현대차 손을 들어줘, 조합원 4명이 2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심리 6년 만에 1·2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파업 책임을 지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노동 조합이고, 조합원 개인의 배상 액수는 노조에서의 지위나 역할, 파업 참여 정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조와 조합원의 배상 책임을 같이 볼 경우 헌법상 근로자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단 겁니다.

[정은영/대법원 재판연구관 :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형평의 원칙상 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들을 감안하여 조합원들의 책임 제한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액 계산 방식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더라도 추가 근무 등으로 부족한 생산량을 채워 넣어 매출이 실제 줄어들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손해로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파업 노동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제한한 이번 판결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핵심 취지와 유사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에 기준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소송들에서 사실상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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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봉투법’ 힘 실은 대법원…“조합원 별로 배상액 따져야”
    • 입력 2023-06-15 21:08:15
    • 수정2023-06-15 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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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파업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물을 때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한 정도를 따져서 배상액을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파업을 결정한 노조와 노동자 개인이 다 함께 책임지라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먼저, 판결 내용 백인성 법조전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회사가 정규직 전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울산공장을 25일 동안 점거했습니다.

[KBS 뉴스12/2010년 11월 16일 : "노조원 천여 명이 공장에 들어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 파업으로 370억 원 넘는 손해를 봤다며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정당성 없는 불법 파업"이었다며 현대차 손을 들어줘, 조합원 4명이 2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심리 6년 만에 1·2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파업 책임을 지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노동 조합이고, 조합원 개인의 배상 액수는 노조에서의 지위나 역할, 파업 참여 정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조와 조합원의 배상 책임을 같이 볼 경우 헌법상 근로자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단 겁니다.

[정은영/대법원 재판연구관 :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형평의 원칙상 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들을 감안하여 조합원들의 책임 제한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액 계산 방식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더라도 추가 근무 등으로 부족한 생산량을 채워 넣어 매출이 실제 줄어들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손해로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파업 노동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제한한 이번 판결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핵심 취지와 유사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에 기준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소송들에서 사실상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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