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도 없는데…공영주차장에 외제차 90여 대가?

입력 2023.06.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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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A사·B사...

누구나 한 번쯤 타보고 싶은 외제차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이런 외제차들이 수십 대 주차돼있습니다.

번호판이 없고,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차입니다.

외제차들이 번호판 없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주차돼있다.외제차들이 번호판 없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주차돼있다.

혹시나 먼지가 쌓일까, 하얀 천으로 덮어놓기도 했습니다.

외제차 업체에서 운영하는 신차 전용 주차장인가 싶기도 한데요.

이곳은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입니다.

129대가 주차 가능한 공영주차장에 A사 차량이 19대, B사 차량이 72대 주차돼있었습니다.

총 면수의 70%가량을 외제차들이, 그것도 신차 상태로 주차돼있던 겁니다.

■민간 업체가 사용하는데 주차 요금은 시민과 똑같이?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알고 보니, 주차장 수요가 너무 없다 보니 차량 판매 업체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 사용하겠다고 요청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사용한 지도 벌써 수 년째입니다.

이 공영주차장은 하루 최대 요금이 2천 원에 불과하다.이 공영주차장은 하루 최대 요금이 2천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차들, 하루를 꽉 채워 주차해도 1대당 2천 원만 냅니다.

주차장은 08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하루에 10시간만 운영하는데, 업체 차량들은 신차 계약이 될 때까지 24시간 주차합니다.

심지어 주말과 공휴일은 무료! 한 달을 꽉 채워 주차해도 5만 원이 안됩니다.

사실상 업체 차고지처럼 사용하면서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금액을 내고 있는 겁니다.

대구 시내의 민영주차장. 일 최대요금이 15,000원에 달한다.대구 시내의 민영주차장. 일 최대요금이 15,000원에 달한다.

대구 시내 민영주차장에서는 30분에 천 원, 하루에 만 오천 원을 내야 하는데, 이 공영주차장 요금은 1/8 수준입니다.

공영주차장을 차고지처럼 사용하는데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요금을 받아도 괜찮을까?

대구시설공단은 주차장 수요가 너무 낮다 보니 계약을 맺었고, 대구시 조례에 요금이 정해져 있어서 더 받을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구책으로 이런 방법(업체 계약)을 해서 주차수요를 확보하고 있는데, 주차요금이 낮다는 부분은 주차 요금이 조례로 정해져 있어서..."
- 류성훈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교통운영처장

하지만 공영주차장은 시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관리와 운영에도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합니다.

시민단체는 특정 업체가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건 결과적으로 세금을 들여 특정 업체에 이익을 준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영주차장에 특정 업체의 번호판 없는 차량이 주차함으로 인해 영업장소로 변질되어 결과적으로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건이다..."
-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특정 업체가 영리 목적으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요금을 다르게 받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수익 개선도 기대할 수 있고, 공영이라는 취지에 맞게 시민들을 우선하자는 겁니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수요가 없는 주차장에 대한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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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판도 없는데…공영주차장에 외제차 90여 대가?
    • 입력 2023-06-16 08: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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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A사·B사...

누구나 한 번쯤 타보고 싶은 외제차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이런 외제차들이 수십 대 주차돼있습니다.

번호판이 없고,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차입니다.

외제차들이 번호판 없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주차돼있다.
혹시나 먼지가 쌓일까, 하얀 천으로 덮어놓기도 했습니다.

외제차 업체에서 운영하는 신차 전용 주차장인가 싶기도 한데요.

이곳은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입니다.

129대가 주차 가능한 공영주차장에 A사 차량이 19대, B사 차량이 72대 주차돼있었습니다.

총 면수의 70%가량을 외제차들이, 그것도 신차 상태로 주차돼있던 겁니다.

■민간 업체가 사용하는데 주차 요금은 시민과 똑같이?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알고 보니, 주차장 수요가 너무 없다 보니 차량 판매 업체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 사용하겠다고 요청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사용한 지도 벌써 수 년째입니다.

이 공영주차장은 하루 최대 요금이 2천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차들, 하루를 꽉 채워 주차해도 1대당 2천 원만 냅니다.

주차장은 08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하루에 10시간만 운영하는데, 업체 차량들은 신차 계약이 될 때까지 24시간 주차합니다.

심지어 주말과 공휴일은 무료! 한 달을 꽉 채워 주차해도 5만 원이 안됩니다.

사실상 업체 차고지처럼 사용하면서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금액을 내고 있는 겁니다.

대구 시내의 민영주차장. 일 최대요금이 15,000원에 달한다.
대구 시내 민영주차장에서는 30분에 천 원, 하루에 만 오천 원을 내야 하는데, 이 공영주차장 요금은 1/8 수준입니다.

공영주차장을 차고지처럼 사용하는데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요금을 받아도 괜찮을까?

대구시설공단은 주차장 수요가 너무 낮다 보니 계약을 맺었고, 대구시 조례에 요금이 정해져 있어서 더 받을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구책으로 이런 방법(업체 계약)을 해서 주차수요를 확보하고 있는데, 주차요금이 낮다는 부분은 주차 요금이 조례로 정해져 있어서..."
- 류성훈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교통운영처장

하지만 공영주차장은 시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관리와 운영에도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합니다.

시민단체는 특정 업체가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건 결과적으로 세금을 들여 특정 업체에 이익을 준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영주차장에 특정 업체의 번호판 없는 차량이 주차함으로 인해 영업장소로 변질되어 결과적으로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건이다..."
-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특정 업체가 영리 목적으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요금을 다르게 받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수익 개선도 기대할 수 있고, 공영이라는 취지에 맞게 시민들을 우선하자는 겁니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수요가 없는 주차장에 대한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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