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높이에 맨몸으로”…대기업 건설현장도 ‘아찔’ [현장K]

입력 2023.06.16 (21:14) 수정 2023.06.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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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7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안전고리도 걸지 않은 걸로 보여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에만 215명으로, 건설업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넘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현장 K,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공사 현장.

25m 높이 구조물 위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입니다.

자세히 보니, 아무 안전 장치가 없는 '맨몸'입니다.

[촬영자: "어우 씨..."]

좁은 철근 위를 공중 곡예라도 하듯 걷고, 벽을 타고 반대편으로 아슬아슬하게 이동합니다.

역시 안전 장치 하나 없이 크레인 줄에 2명이 매달려 내려오기도 합니다.

[박OO/제보자 : "아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솔직히 그냥 절벽에서 일하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이 영상을 찍은 제보자는 아찔함에 놀라 노동부에 신고하고 시정을 요청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도를 했고 추후에 이제 현장에서도 저희 쪽으로 보고하기로…"]

이틀 뒤, KBS 취재진이 문제의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노동자는 여전히 안전 장치 하나 없이 사다리를 타고 내립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추락을 막기 위해 작업 발판이나 추락방호막, 안전대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동식 크레인 탑승을 금지했는데 어느 하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 고리는 무조건 걸고 하라고 아침에 조회하면서도 '걸고 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리죠. 안 지키는 것까지는 제가 어떻게 말씀을…"]

대기업 건설 현장은 사정이 다를까.

경기도 용인 둔전 힐스테이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 3월 찍은 영상입니다.

고층 아파트 가장자리에 서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의지하는 건 안전 고리, 단 하나입니다.

안쪽에 작업 발판을 설치하는 게 법적 의무이지만, 역시 없습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다 그래요. 20년 동안 옥상에다가 작업환경 발판을 만들어 준 곳을 못 봤습니다."]

현대 힐스테이트 측은 아파트 한 동에만 안전 작업대를 설치하지 않은 거라면서,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건 인정하고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현장 K,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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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층 높이에 맨몸으로”…대기업 건설현장도 ‘아찔’ [현장K]
    • 입력 2023-06-16 21:14:35
    • 수정2023-06-16 22: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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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7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안전고리도 걸지 않은 걸로 보여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에만 215명으로, 건설업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넘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현장 K,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공사 현장.

25m 높이 구조물 위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입니다.

자세히 보니, 아무 안전 장치가 없는 '맨몸'입니다.

[촬영자: "어우 씨..."]

좁은 철근 위를 공중 곡예라도 하듯 걷고, 벽을 타고 반대편으로 아슬아슬하게 이동합니다.

역시 안전 장치 하나 없이 크레인 줄에 2명이 매달려 내려오기도 합니다.

[박OO/제보자 : "아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솔직히 그냥 절벽에서 일하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이 영상을 찍은 제보자는 아찔함에 놀라 노동부에 신고하고 시정을 요청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도를 했고 추후에 이제 현장에서도 저희 쪽으로 보고하기로…"]

이틀 뒤, KBS 취재진이 문제의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노동자는 여전히 안전 장치 하나 없이 사다리를 타고 내립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추락을 막기 위해 작업 발판이나 추락방호막, 안전대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동식 크레인 탑승을 금지했는데 어느 하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 고리는 무조건 걸고 하라고 아침에 조회하면서도 '걸고 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리죠. 안 지키는 것까지는 제가 어떻게 말씀을…"]

대기업 건설 현장은 사정이 다를까.

경기도 용인 둔전 힐스테이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 3월 찍은 영상입니다.

고층 아파트 가장자리에 서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의지하는 건 안전 고리, 단 하나입니다.

안쪽에 작업 발판을 설치하는 게 법적 의무이지만, 역시 없습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다 그래요. 20년 동안 옥상에다가 작업환경 발판을 만들어 준 곳을 못 봤습니다."]

현대 힐스테이트 측은 아파트 한 동에만 안전 작업대를 설치하지 않은 거라면서,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건 인정하고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현장 K,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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