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보자라 못 믿어?…이동관 아들 ‘학폭 의혹’ 팩트체크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이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 특보를 옹호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 가운데에는,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했습니다.

■홍석준 의원 “하나고 학폭위 2011년엔 없었다” => 당시에도 학폭위 규정 있었음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BBS 전영신의 아침 저널 인터뷰, 6월 16일) / 하나고의 학폭위는 그때 학생들끼리 어떤 다툼이 일어난 2011년도에는 없었고, 2012년도에야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폭위 개최 여부에 대해서 이동관 특보가 당시에는 홍보수석은 아니었습니다마는. 어쨌든 외압으로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도록 했다. 이거는 현재까지로 봐서는 좀 사실이 아닌 것 같고.

홍석준 의원은 16일 아침 BBS 라디오에 출연해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던 2011년 당시 하나고에 학폭위가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외압으로 학폭위를 무마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각 학교에 두게 돼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들어졌을 당시부터 법에 명시돼 있었고 2011년 사실상 의무화됐습니다.

2011년 5월에 개정돼 11월 시행된 학교폭력예방법 13조 2항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폭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 의원은 학폭 사건이 일어난 2011년을 기준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처음 교사들에게 알려진 건 학생들이 진술서를 쓴 2012년 3~4월입니다.

즉 2012년에 하나고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안 열렸는지를 따지는 게 맞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고발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은평경찰서 역시 검찰 송치 의견서에 “학폭위를 개최해 폭력 행위자에 대한 조처를 하여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관계는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교사는 전교조 핵심 활동가” => 지금은 전교조지만, 당시엔 교총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출연, 6월 12일) / 전경원 문제의 교사 있지 않습니까? 그분이 전교조 핵심 활동가입니다. 그러고 또 하나고에서 징계를 받고 휴직 후에 민주당 강민정 의원 보좌관도 했습니다. 또 이재명 캠프 선거운동도 했던 사람입니다. 교사로서의 중립성을 무시하고 언론에 공공연히 이재명 지지 칼럼을 내는 등 정치 활동에 교육계를 이용하고 있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저희들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확인한 것은 큰 문제가 없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특보 아들 ‘학폭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하나고 교사 전경원 씨에 대해 “그분이 전교조 핵심 활동가, 하나고에서 징계를 받고 휴직 후에 민주당 강민정 의원 보좌관도 했다”라며 “이 사람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씨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소속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교사가 하나고의 학교폭력 은폐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2015년 8월, 전 교사는 전교조가 아니라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 교총 소속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교조 소속이 맞습니다.

현재의 소속을 이유로, 2015년 폭로 당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박 의원의 말은 왜곡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 씨가 직접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기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경원 교사(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6월 12일) / 2015년 8월 제보 당시에 저는 전교조 소속 교원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제보 당시에 저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 소속 교원이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요. 이 사실은 교총에만 확인해봐도 기본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중략) 교총에 가입한 교사는 그 제보의 내용을 믿어야 하고, 전교조 소속 교사면 믿어서는 안 되나요? 이게 무슨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논리이고, 학교폭력을 고발하는데 왜 고발하는 사람이 어떤 교원단체 소속인지가 문제가 왜 될까요?

2012년 당시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진술서를 쓴 학생은 2명, 언급된 학생은 작성자를 포함해 모두 4명입니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며 당시 진술서를 과장해 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나머지 3명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안 열렸는지를 두고선 여러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동관 특보는 ‘선도위가 열려서 전학을 가게 됐다, 담임이 자체종결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하나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과 이후 처리 과정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입니다. 특히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고위공직자의 자녀 문제라면 좀 더 명확하게 사실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국회의원들은 확인된 사실만 정확히 말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