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밥값 싸지나?…입점업체는 ‘시큰둥’ [주말엔]

입력 2023.06.17 (10:02) 수정 2023.06.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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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4,500원, 돈가스 11,000원.

고속도로 여행길, 소소한 재미 중 하나로 휴게소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가볍게 요기만 하려고 했는데, 부쩍 오른 가격에 흠칫 놀란 적 있을 텐데요.

실제로 지난달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음식값은 1년 전보다 평균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휴게소 식당도 급식처럼…식재료 공동구매 추진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 의견이 잇따르자,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대안을 내놨습니다.

전국 휴게소 입점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를 공동구매하기로 한 건데요. 학교나 군대 급식처럼 식재료 납품업체를 공공입찰해 가격 경쟁을 통해 양질의 저렴한 재료를 공급받으면 식품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거란 구상입니다.

입찰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공공급식 재료 조달 플랫폼을 쓰기로 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 "원가·물류비 감소 효과 기대"…이르면 다음 달 시행

쌀, 김치, 돈가스 패티 3종을 공동구매 우선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휴게소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공사는 식재료 공동구매로 식품 원가가 기존의 84% 수준으로 낮아지고, 물류비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휴게소 입점 업체들 반응은 어쩐지 시큰둥합니다.


■ 입점 업체 참여율 60% 수준…시큰둥 반응 왜?

도로공사 수요조사에서 공동구매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100곳 남짓, 전체 휴게소의 60% 수준입니다.

업체들은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도로공사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공급식 플랫폼 업무협약을 맺은 지 두 달도 채 안 지났습니다.

이런 탓에 아직 기존 납품처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업체들은 거래처를 옮길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통상 휴게소 식당들은 식자재 납품처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도 물어야 하고, 오랜 시간 신뢰를 쌓은 거래처와 하루아침에 거래를 끊는 것도 부담입니다.

■ 입찰 또 입찰…안정적인 재료 공급 차질 우려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도로공사의 식재료 공동구매 입찰 주기는 2~3개월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2~3개월마다 식재료 납품업체를 재입찰한다는 뜻입니다.

재입찰 결과에 따라, 납품업체가 수시로 바뀌다 보면 균질한 재료 공급이 불투명해집니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 등을 앞두고 미리 물량을 준비해야 하는 휴게소 식당 특성상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 휴게소 입점 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거래처를 통해 필요하면 하루 만에도 재료를 쉽게 받았는데, 굳이 번거롭게 재료를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며 걱정했습니다.

수십 년 휴게소 식당에 재료를 납품해 온 한 업체 사장은 "휴게소 식당도 엄밀히 장사인데 왜 급식처럼 운영돼야 하냐"면서 식당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잃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자율참여라지만…평가라는 무기 든 도로공사

이에 도로공사는 공동구매는 자율참여라며, 업체들이 자유롭게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쉽사리 반대표를 던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업체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점수를 매겨, 성적이 저조할 경우 입점 계약 해지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평가에는 식재료 공급의 안전성과 투명성 항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원하지 않아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입니다.


■ 음식값 인하 단기 효과는 미지수…시스템 안착에 시간 걸려

공동구매 시행으로 당장 음식값이 눈에 띄게 싸질 것이란 기대 역시 난망합니다.

도로공사가 예상하는 수준의 원가 절감도 어디까지나 예상치일 뿐, 실제 입찰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도로공사 역시 제도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시스템이 안착됐을 때 원가 및 물류비 절감 효과가 식품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휴게소 입점 업체들은 다시 묻습니다.

애초부터 장기적 관점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라면 미리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수 없었는지, 업체들의 의견 청취 없이 성급하게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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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휴게소 밥값 싸지나?…입점업체는 ‘시큰둥’ [주말엔]
    • 입력 2023-06-17 10:02:00
    • 수정2023-06-17 10:03:27
    주말엔

라면 4,500원, 돈가스 11,000원.

고속도로 여행길, 소소한 재미 중 하나로 휴게소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가볍게 요기만 하려고 했는데, 부쩍 오른 가격에 흠칫 놀란 적 있을 텐데요.

실제로 지난달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음식값은 1년 전보다 평균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휴게소 식당도 급식처럼…식재료 공동구매 추진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 의견이 잇따르자,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대안을 내놨습니다.

전국 휴게소 입점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를 공동구매하기로 한 건데요. 학교나 군대 급식처럼 식재료 납품업체를 공공입찰해 가격 경쟁을 통해 양질의 저렴한 재료를 공급받으면 식품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거란 구상입니다.

입찰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공공급식 재료 조달 플랫폼을 쓰기로 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 "원가·물류비 감소 효과 기대"…이르면 다음 달 시행

쌀, 김치, 돈가스 패티 3종을 공동구매 우선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휴게소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공사는 식재료 공동구매로 식품 원가가 기존의 84% 수준으로 낮아지고, 물류비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휴게소 입점 업체들 반응은 어쩐지 시큰둥합니다.


■ 입점 업체 참여율 60% 수준…시큰둥 반응 왜?

도로공사 수요조사에서 공동구매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100곳 남짓, 전체 휴게소의 60% 수준입니다.

업체들은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도로공사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공급식 플랫폼 업무협약을 맺은 지 두 달도 채 안 지났습니다.

이런 탓에 아직 기존 납품처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업체들은 거래처를 옮길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통상 휴게소 식당들은 식자재 납품처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도 물어야 하고, 오랜 시간 신뢰를 쌓은 거래처와 하루아침에 거래를 끊는 것도 부담입니다.

■ 입찰 또 입찰…안정적인 재료 공급 차질 우려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도로공사의 식재료 공동구매 입찰 주기는 2~3개월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2~3개월마다 식재료 납품업체를 재입찰한다는 뜻입니다.

재입찰 결과에 따라, 납품업체가 수시로 바뀌다 보면 균질한 재료 공급이 불투명해집니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 등을 앞두고 미리 물량을 준비해야 하는 휴게소 식당 특성상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 휴게소 입점 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거래처를 통해 필요하면 하루 만에도 재료를 쉽게 받았는데, 굳이 번거롭게 재료를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며 걱정했습니다.

수십 년 휴게소 식당에 재료를 납품해 온 한 업체 사장은 "휴게소 식당도 엄밀히 장사인데 왜 급식처럼 운영돼야 하냐"면서 식당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잃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자율참여라지만…평가라는 무기 든 도로공사

이에 도로공사는 공동구매는 자율참여라며, 업체들이 자유롭게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쉽사리 반대표를 던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업체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점수를 매겨, 성적이 저조할 경우 입점 계약 해지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평가에는 식재료 공급의 안전성과 투명성 항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원하지 않아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입니다.


■ 음식값 인하 단기 효과는 미지수…시스템 안착에 시간 걸려

공동구매 시행으로 당장 음식값이 눈에 띄게 싸질 것이란 기대 역시 난망합니다.

도로공사가 예상하는 수준의 원가 절감도 어디까지나 예상치일 뿐, 실제 입찰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도로공사 역시 제도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시스템이 안착됐을 때 원가 및 물류비 절감 효과가 식품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휴게소 입점 업체들은 다시 묻습니다.

애초부터 장기적 관점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라면 미리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수 없었는지, 업체들의 의견 청취 없이 성급하게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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