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집회의 자유와 공공 질서

입력 202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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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0회 I]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질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두고 갈등이 불 붙고 있습니다.

이창민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 국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거든요. 우리가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일반 시민은 없어요. 유명인들은 많겠죠. 정치인들은 많겠죠. 힘 있는 권력 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집회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김상겸 / 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과거에) 상당히 과격한 집회를 통해서 의사를 표출했지 않습니까? 군사 독재 시절에는 그런 방법이 국민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좀 과격하고 폭력적이어도 국민들이 심정적으로는 수용한 거죠. 차츰차츰 이제 민주화가 되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했는데 주변에 소란이라든지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폭력 시위라든지 집회가 있다 보니까 규제해야 된다는 소리도 많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질서 유지 라는 중요한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
9층시사국에서는 오늘, 이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대로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대로

간이 천막 하나를 두고 수백 명이 뒤엉켰습니다. 천막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천막을 뺏으려는 경찰. 고성이 오가고 거친 몸싸움이 이어진 끝에 천막은 철거됐습니다.

지난달 1일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양회동 조합원을 위한 임시분향소였습니다.

경찰/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및 주최자 분께 경고하겠습니다.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이 내세운 철거 이유, ‘인도 위 불법 설치’였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탄압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모여든 민주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경찰의 대응은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집회 장소와 소음 관리를 두고 눈에 띄게 강경해졌습니다. 자취를 감췄던 캡사이신 분사기가 등장했고. 허용한 집회 시간을 넘자 경고 방송이 여지없이 울려퍼졌습니다.

민주노총 집회 관계자/
"때리면 맞읍시다. 윤석열 정권의 폭력성.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 경찰의 폭력성. 그 민낯을 온 국민에게 낱낱이 보여줍시다."

경찰의 대응수위가 높아진 건 지난달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집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노숙 집회를 두고 시민 불편이 컸다는 여론이 일어나자, 곧바로 대통령이 나서 엄단 의사를 밝힌 게 시작이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달 23일)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 핵심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실세로 불리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선 결과까지 거론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달 24일)
합법이 아닌 불법 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겁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께서는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 상인들을 중심으로 정부여당 방침에 찬성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손님이 뚝 끊겨 식당에 파리가 날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식당 종업원/
손해가 막심해요. 예약 다 취소되고 예약 30명 다 취소됐잖아요. 지금.
(오늘이요?) 그럼요. 지금 하나도 없어 예약이 텅텅 비어서 앉아서 놀잖아.

식당 주인/
늘 집회 있는 날은 늘 예약이 있던 것들이 다 취소가 되고 더군다나 요새 같이 더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기겁하고 가세요. 그냥 기겁하고 가세요.
(정부가 집회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 자체는 어떻게 보세요? 지나치다고 보세요?) 지나치지 않죠. 필요하죠 사실. 여기 저희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여기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분들, 많은 회사들,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워낙 피해가 크니까요.

실제로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하루 평균 1.7건의 집회가 신고됐습니다.
거의 매일 집회가 열렸던 셈입니다.

지나는 시민들도 일부 시위대가 보여준 행동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이사야/대학원생
심야집회나 또 집회 후의 모습들을 보면 시민들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교통 관련해서 저도 경험한 바로는 저도 이제 학교 통학을 하는 중에 막힘이 많이 있더라고요 사실. 집회에 대한 보장 헌법의 보장도 충분히 저는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정부가) 아예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허용은 하되 지켜야 될 선을 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잦은 도심 집회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김상겸/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지금 사실 우리나라에서 집회를 하는 데 있어서 빈번하게 집회를 하다 보면 집회의 어떤 피로 증세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지금은 집회로 다수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온라인을 통해서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과거보다 현장에 직접 모여서 한다는 게
그렇게 효과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까 집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거죠.

여당은 이번 기회에 집시법을 개정하겠다고 합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24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노숙시위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공공장소 무단점거, 음주, 흡연, 쓰레기 투기에 노상방뇨까지 벌어졌습니다. 2023년 서울이라고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법 시위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법 조항이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오늘 당정은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입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에는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집회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선 경찰의 면책 조항을 넣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 집시법 개정안 법률적 쟁점은?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걸 보장하자는 입장은 이해가 갑니다만, 한편으로는 집회의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아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습니다. 사회 각계에서 이미 그런 반대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주장들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를 두고 2009년에는 헌법 불합치, 2014년에는 한정 위헌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후속 입법 조치가 없어서 사실상 입법 불비 상태로 방치가 돼 왔고요.

문제는 헌재가 2014년에 한정 위헌 판정을 하면서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이 시간대 심야 집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입법부 논의 사항으로 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여당은 금지하자, 이렇게 하고 있는 거고 야당은 반헌법적 주장이다,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집회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떤 시간과 방식, 장소에 있어서도 집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대와 원하는 방식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내용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실 집회 자유의 핵심입니다.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우려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고요.

정연우 /
야당에서는 오히려 시위 절대 금지 구역을 폐지해서 집회의 자유를 확대하자, 이렇게 맞서고 있습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제가 법안 발의를 한 집시법 11조 개정안은 폐지안입니다. 집시법 11조에서는 예를 들면 대통령 공관이라거나 국무총리 공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앞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데요. 2018년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이런 절대금지구역들이 순차적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판단에 맞춰서 절대금지구역 자체를 삭제해야 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를 했습니다.

남현종 /
집회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입장에서는 그 근거로 헌법 얘기를 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정연우 /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렇게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보 조항이 있는데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집시법도 이런 헌법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데요.
집회 및 시위의 권리와 공공의 안녕 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어가 바로 조화입니다. 집회의 자유도 공공의 질서도 중요하니까 이 두 가치를 잘 조화시켜야 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조화를 잃어버린 극단적 대응이 나오는 상황인데 요즘 현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 집회 현장에서 높아진 무력 충돌 우려

건설노조 노숙집회 이후 경찰청장이 공개적으로 나서 불법시위 엄단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지난달 18일)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 있는 단체의 유사집회에 대해서는 금지 또는 제한 조치하겠습니다

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후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지난달 31일)
강경 진압이라는 말씀에도 저는 동의할 수 없고요.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살수차 재도입 예상하세요?) 그 부분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경찰의 시위 진압 훈련은 6년 만에 재개 됐고, 진압 도구로 캡사이신 분사기에 이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으로 이어졌던 살수차 재도입까지 논의되는 모습입니다.


경찰이 대응 수위를 높이자 현장에선 우려했던 일이 터져 나왔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 김 모 씨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겁니다.

경찰이 농성 중이던 김 씨에게 다가가자 김 씨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고, 경찰 역시 방패를 쓰거나 경찰봉으로 김 씨를 내리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한 결과였습니다.

박용락/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 부위원장
머리를 치고 가슴을 치고 어깨를 치고 다리를 치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남 광양경찰서 관계자 /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접근을 방해 했습니다. 저항하는 것을 장비를 사용해서 제압하게 된 것입니다.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찰청 의뢰로 지난해 작성된 연구보고서. "정치적 결정에 따른 강력한 진압·통제가 오히려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솔직히 집회 시위하는 분들은 경찰에 대해서 불신이 굉장히 큽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그거는 시민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시민이 직접 얘기하는 거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경찰은 조율하는 입장이 되어야지. 당사자가 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 아닙니다. 미국 통계사이트 조사를 보면 경찰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24%, 비교대상인 26개 나라 가운데 22위에 그쳤습니다.

집회에 대한 강경하고 엄정한 대응이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회를 관리해야 되는 경찰이 집회의 적이 되어 있는 이런 상황이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과거 권위주의 체제 때 집회에 대한 폭력적인 통제, 그리고 최근에 나오는 정부여당에서 집회 일반에 대해서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든지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면서 집회가 잘못된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석열 정부와 등 돌리는 노동계…반발하는 시민 사회

광양에서 조합원이 다친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2016년 이후 무려 7년 여 만입니다.

김동명/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지난 7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합니다. 노동자를 대화할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서 더 이상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습니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선 상황.

한상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나와 다른 목소리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듣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나아가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가장 정권에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만 콕 집어서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는 거죠. 정부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압하는 이 방식으로 간다면 시민들이 이 부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공권력을 감시하는 단체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집회는 불법 합법의 기준으로 평가할 문제가 사실은 아니에요. 그 집회가 평화적으로만 진행된다면 그 집회는 보장될 권리가 있는 거거든요. 왜 집회를 강도 높게 통제해야 될 만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필요해요. 과연 정부는 이런 노력을 얼마만큼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이것들을 집회를 금지하게 되는 과정을 가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전문가들이 제언하는 정부의 역할은?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집회의 자유와 공공질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가 관건인데 때문에,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국에는 누군가가 나서서 양측이 모두 용납할 수 있는 어떤 중재안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정부가 조금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 들어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조화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노력이 이 부분에 우선돼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 또 국회의 입법 과정도 거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이렇게 급격하게 입장을 선회해서 집회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지적들이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집회 관련해서 국민 제안 토론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회 시위하는 분들하고 경찰이 서로 탁자에 앉아서 얘기할 게 아니라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당사자로 나와서 서로 간에 문제 해결 방안을 얘기를 해야 돼요. 합의점을 찾는 과정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합의점에 관한 공론화가 이것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재기자 : 정연우
촬영 : 설태훈
영상편집 : 이기승
자료조사 : 김보현
조연출 : 유화영,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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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집회의 자유와 공공 질서
    • 입력 2023-06-19 0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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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0회 I]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질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두고 갈등이 불 붙고 있습니다.

이창민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 국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거든요. 우리가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일반 시민은 없어요. 유명인들은 많겠죠. 정치인들은 많겠죠. 힘 있는 권력 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집회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김상겸 / 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과거에) 상당히 과격한 집회를 통해서 의사를 표출했지 않습니까? 군사 독재 시절에는 그런 방법이 국민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좀 과격하고 폭력적이어도 국민들이 심정적으로는 수용한 거죠. 차츰차츰 이제 민주화가 되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했는데 주변에 소란이라든지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폭력 시위라든지 집회가 있다 보니까 규제해야 된다는 소리도 많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질서 유지 라는 중요한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
9층시사국에서는 오늘, 이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대로
간이 천막 하나를 두고 수백 명이 뒤엉켰습니다. 천막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천막을 뺏으려는 경찰. 고성이 오가고 거친 몸싸움이 이어진 끝에 천막은 철거됐습니다.

지난달 1일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양회동 조합원을 위한 임시분향소였습니다.

경찰/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및 주최자 분께 경고하겠습니다.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이 내세운 철거 이유, ‘인도 위 불법 설치’였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탄압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모여든 민주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경찰의 대응은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집회 장소와 소음 관리를 두고 눈에 띄게 강경해졌습니다. 자취를 감췄던 캡사이신 분사기가 등장했고. 허용한 집회 시간을 넘자 경고 방송이 여지없이 울려퍼졌습니다.

민주노총 집회 관계자/
"때리면 맞읍시다. 윤석열 정권의 폭력성.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 경찰의 폭력성. 그 민낯을 온 국민에게 낱낱이 보여줍시다."

경찰의 대응수위가 높아진 건 지난달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집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노숙 집회를 두고 시민 불편이 컸다는 여론이 일어나자, 곧바로 대통령이 나서 엄단 의사를 밝힌 게 시작이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달 23일)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 핵심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실세로 불리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선 결과까지 거론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달 24일)
합법이 아닌 불법 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겁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께서는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 상인들을 중심으로 정부여당 방침에 찬성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손님이 뚝 끊겨 식당에 파리가 날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식당 종업원/
손해가 막심해요. 예약 다 취소되고 예약 30명 다 취소됐잖아요. 지금.
(오늘이요?) 그럼요. 지금 하나도 없어 예약이 텅텅 비어서 앉아서 놀잖아.

식당 주인/
늘 집회 있는 날은 늘 예약이 있던 것들이 다 취소가 되고 더군다나 요새 같이 더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기겁하고 가세요. 그냥 기겁하고 가세요.
(정부가 집회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 자체는 어떻게 보세요? 지나치다고 보세요?) 지나치지 않죠. 필요하죠 사실. 여기 저희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여기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분들, 많은 회사들,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워낙 피해가 크니까요.

실제로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하루 평균 1.7건의 집회가 신고됐습니다.
거의 매일 집회가 열렸던 셈입니다.

지나는 시민들도 일부 시위대가 보여준 행동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이사야/대학원생
심야집회나 또 집회 후의 모습들을 보면 시민들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교통 관련해서 저도 경험한 바로는 저도 이제 학교 통학을 하는 중에 막힘이 많이 있더라고요 사실. 집회에 대한 보장 헌법의 보장도 충분히 저는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정부가) 아예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허용은 하되 지켜야 될 선을 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잦은 도심 집회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김상겸/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지금 사실 우리나라에서 집회를 하는 데 있어서 빈번하게 집회를 하다 보면 집회의 어떤 피로 증세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지금은 집회로 다수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온라인을 통해서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과거보다 현장에 직접 모여서 한다는 게
그렇게 효과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까 집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거죠.

여당은 이번 기회에 집시법을 개정하겠다고 합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24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노숙시위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공공장소 무단점거, 음주, 흡연, 쓰레기 투기에 노상방뇨까지 벌어졌습니다. 2023년 서울이라고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법 시위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법 조항이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오늘 당정은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입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에는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집회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선 경찰의 면책 조항을 넣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 집시법 개정안 법률적 쟁점은?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걸 보장하자는 입장은 이해가 갑니다만, 한편으로는 집회의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아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습니다. 사회 각계에서 이미 그런 반대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주장들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를 두고 2009년에는 헌법 불합치, 2014년에는 한정 위헌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후속 입법 조치가 없어서 사실상 입법 불비 상태로 방치가 돼 왔고요.

문제는 헌재가 2014년에 한정 위헌 판정을 하면서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이 시간대 심야 집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입법부 논의 사항으로 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여당은 금지하자, 이렇게 하고 있는 거고 야당은 반헌법적 주장이다,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집회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떤 시간과 방식, 장소에 있어서도 집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대와 원하는 방식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내용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실 집회 자유의 핵심입니다.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우려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고요.

정연우 /
야당에서는 오히려 시위 절대 금지 구역을 폐지해서 집회의 자유를 확대하자, 이렇게 맞서고 있습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제가 법안 발의를 한 집시법 11조 개정안은 폐지안입니다. 집시법 11조에서는 예를 들면 대통령 공관이라거나 국무총리 공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앞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데요. 2018년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이런 절대금지구역들이 순차적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판단에 맞춰서 절대금지구역 자체를 삭제해야 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를 했습니다.

남현종 /
집회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입장에서는 그 근거로 헌법 얘기를 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정연우 /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렇게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보 조항이 있는데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집시법도 이런 헌법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데요.
집회 및 시위의 권리와 공공의 안녕 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어가 바로 조화입니다. 집회의 자유도 공공의 질서도 중요하니까 이 두 가치를 잘 조화시켜야 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조화를 잃어버린 극단적 대응이 나오는 상황인데 요즘 현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 집회 현장에서 높아진 무력 충돌 우려

건설노조 노숙집회 이후 경찰청장이 공개적으로 나서 불법시위 엄단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지난달 18일)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 있는 단체의 유사집회에 대해서는 금지 또는 제한 조치하겠습니다

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후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지난달 31일)
강경 진압이라는 말씀에도 저는 동의할 수 없고요.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살수차 재도입 예상하세요?) 그 부분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경찰의 시위 진압 훈련은 6년 만에 재개 됐고, 진압 도구로 캡사이신 분사기에 이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으로 이어졌던 살수차 재도입까지 논의되는 모습입니다.


경찰이 대응 수위를 높이자 현장에선 우려했던 일이 터져 나왔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 김 모 씨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겁니다.

경찰이 농성 중이던 김 씨에게 다가가자 김 씨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고, 경찰 역시 방패를 쓰거나 경찰봉으로 김 씨를 내리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한 결과였습니다.

박용락/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 부위원장
머리를 치고 가슴을 치고 어깨를 치고 다리를 치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남 광양경찰서 관계자 /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접근을 방해 했습니다. 저항하는 것을 장비를 사용해서 제압하게 된 것입니다.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찰청 의뢰로 지난해 작성된 연구보고서. "정치적 결정에 따른 강력한 진압·통제가 오히려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솔직히 집회 시위하는 분들은 경찰에 대해서 불신이 굉장히 큽니다. 경찰은 경찰대로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그거는 시민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시민이 직접 얘기하는 거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경찰은 조율하는 입장이 되어야지. 당사자가 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 아닙니다. 미국 통계사이트 조사를 보면 경찰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24%, 비교대상인 26개 나라 가운데 22위에 그쳤습니다.

집회에 대한 강경하고 엄정한 대응이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회를 관리해야 되는 경찰이 집회의 적이 되어 있는 이런 상황이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과거 권위주의 체제 때 집회에 대한 폭력적인 통제, 그리고 최근에 나오는 정부여당에서 집회 일반에 대해서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든지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면서 집회가 잘못된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석열 정부와 등 돌리는 노동계…반발하는 시민 사회

광양에서 조합원이 다친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2016년 이후 무려 7년 여 만입니다.

김동명/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지난 7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합니다. 노동자를 대화할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서 더 이상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습니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선 상황.

한상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나와 다른 목소리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듣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나아가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가장 정권에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만 콕 집어서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는 거죠. 정부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압하는 이 방식으로 간다면 시민들이 이 부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공권력을 감시하는 단체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집회는 불법 합법의 기준으로 평가할 문제가 사실은 아니에요. 그 집회가 평화적으로만 진행된다면 그 집회는 보장될 권리가 있는 거거든요. 왜 집회를 강도 높게 통제해야 될 만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필요해요. 과연 정부는 이런 노력을 얼마만큼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이것들을 집회를 금지하게 되는 과정을 가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전문가들이 제언하는 정부의 역할은?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집회의 자유와 공공질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가 관건인데 때문에,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국에는 누군가가 나서서 양측이 모두 용납할 수 있는 어떤 중재안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정부가 조금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 들어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조화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노력이 이 부분에 우선돼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 또 국회의 입법 과정도 거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이렇게 급격하게 입장을 선회해서 집회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지적들이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집회 관련해서 국민 제안 토론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회 시위하는 분들하고 경찰이 서로 탁자에 앉아서 얘기할 게 아니라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당사자로 나와서 서로 간에 문제 해결 방안을 얘기를 해야 돼요. 합의점을 찾는 과정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합의점에 관한 공론화가 이것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재기자 : 정연우
촬영 : 설태훈
영상편집 : 이기승
자료조사 : 김보현
조연출 : 유화영,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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