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난민’ ‘세금 도둑’…난민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떠난 여정 [창+]

입력 2023.06.19 (08:00) 수정 2023.06.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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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는 ‘가짜들’일까? 난민들이 더 많이 한국에 정착해서 살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질까? 그들은 우리 세금을 축내고,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이방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난민의 날을 맞아 세계 각지의 난민들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났다.

시리아 난민촌 캡처시리아 난민촌 캡처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이었다. 베이루트 북쪽으로 네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시리아 아르살(Arsal) 난민촌. 시리아 난민은 모두 680만명으로 전 세계 난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1년째 끝나지 않는 내전으로 시리아 난민들은 본국을 떠나 제각기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등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직접 찾은 현지 난민촌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수천 개의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그 속에 각각의 사연을 품은 난민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한날 한시에 아들 두 명을 한꺼번에 잃은 노부부, 아버지는 폭격에 숨지고 어머니는 자신을 두고 떠나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뒤 모든 것을 버리고 레바논으로 도망친 의사에 이르기까지. 사연은 다양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먼 길을 온 취재진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냈다. 아들 두 명을 앞세우고, 그들이 낳은 손자와 손녀를 키우고 있는 60대 부부는 인터뷰를 하다가 목이 메었다. “아들이 폭탄 공격으로 죽었다”는 말을 하면서 할아버지는 눈시울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참았다. 심리 치료를 받는 소녀들은 부모님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상태였다. 난민촌 안에는 성년 남성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 ‘전쟁에서 죽은 아빠, 자신을 떠난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말만 꺼내면 울었다. 위로하기 조차 벅찬 그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들의 대답은 동일했다.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들조차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난민촌 취재를 도와준 난민촌 대표가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가면 죽습니다. 저희는 정부군에 찬성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여기서 언제까지 살수 있느냐? 레바논 정부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른 나라들이 저희에게 좀 더 문을 열어주면 안될까요? 그걸 꼭 좀 알려주세요.”

야후씨 부부 캡처야후씨 부부 캡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두 번째 행선지는 미얀마 난민들이 살고 있는 태국 메솟 북부 지역 UMPIEN 난민촌이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미얀마 난민은 모두 135만여 명에 달한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50여 년 동안 군부 독재로 고통받았다. 이후 2015년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주의 민족동맹의 압승으로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주의를 이루나 싶었지만, 2021년 군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경험한 기간은 단 5년에 불과하다. 정치적인 혼란, 경제적인 궁핍. 미얀마 사람들은 조국을 떠나 난민이 됐다. 이들은 주로 인근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에도 와있다. 주로 현지에서 이미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들을 우리나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재정착 난민이라고 부르는 데 한국에는 모두 430여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난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얀마 난민을 미리 만나고 해외 취재를 떠났기에, 더욱 그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한국에서 만난 30세 야후씨는 지도에서 UMPIEN 난민촌을 가리키며 여기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고 알려줬다. 야후씨는 난민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 참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난민촌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와 살면서 아이들 두명을 키우고 있었다. 하루에 꼬박 12시간씩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답했다. 눈이 오는 것도 신기하고, 아이들과 놀이동산 가는 것도 신기하고, 바다를 보는 것도 놀랍다고 말했다. 하루에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하고, 월급도 풍족하지 않은 데 “꿈을 꾸는 듯이 행복하다”는 그의 말은 진심일까?

메솟 난민촌 캡처메솟 난민촌 캡처

그가 나고 자란 태국 메솟의 난민촌을 직접 찾아보니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 지 알 것 같았다. 난민촌에 들어간 이상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들을 받아줄 다른 사회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태국 정부에게 밀려드는 미얀마 난민들은 골칫거리다.

가까스로 난민촌에 들어가서 여러 가정을 돌며 있는 그대로의 그들 얘기를 들었다. 난민들은 최소한의 의식주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부모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이대로 아이들이 평생을 난민촌을 떠나지 못할까봐 염려했다.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무척 궁금해했다. 원하는 걸 물었더니 “나가서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만난 미얀마 난민 야후씨가 “한국에서 사는건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 난민은 가짜이자 잠재적 범죄자 집단인가?
〈표1〉 내국인 외국인 범죄율〈표1〉 내국인 외국인 범죄율

이들을 만나며 묻게 됐다. 난민은 어렵지도 않으면서 어려운 척, 어떻게든 더 잘사는 다른 나라에서 살려고 하는 가짜들인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라연우씨를 만나, 당신은 가짜 난민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진짜와 가짜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우리는 지구상으로 항상 이동을 하고 살잖아요. 가짜 난민이라는 게 가짜 사람이라는 게 이런 게 없어요. 진짜 힘들어서 더 이상 살기 힘드니까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에게 가짜 난민이라는 의미는 가짜 사람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너 가짜 난민이지” 이 말은 “너 가짜 사람이지” 이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만난 난민들이 살다 온 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그들을 ‘가짜’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인류애만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가? 그들이 어려우니, 그들은 인간 이하로 살고 있으니 잘사는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것인가? 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난민을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가 져야 할 부담이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우리 사회 범죄율을 계산해 봤다.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의 절반 수준이다. 잠재적 범죄집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난민은 세금 도둑인가?

우리 사회가 난민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난민 인정자는 한국에 체류할 자격을 얻는다. 4대 보험이 보장된다. 취업의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난민으로 인정받는다고 기초생활수급혜택을 자동적으로 받는 경우는 없다. 난민 인정은 그야말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되면 한국 정부가 자동적으로 주거비와 생계비를 준다는 것은 오해다.

정부가 난민을 위해 현금성 지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항목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신청 기간 동안 생계를 도와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생계 지원비가 거의 유일하다. 해당 생계비 예산은 전체 난민 신청자의 숫자와 관계없이 해마다 똑같이 591명에게 433,000원씩, 3개월을 지급하는 것으로 책정되어있다. 지난해 난민신청자 만 천여명 가운데 225명만 생계비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177명이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난민신청자 가운데 1.5%만이 3개월~6개월 가량 생계지원비를 받았다. 한국의 난민 관련 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인정 절차 마련에 집중돼있다. 한국 난민 정책의 주안점은 난민이 아닌 자를 걸러내는 데 집중돼 있지, 난민 인정자를 돕는 데 맞춰져 있지 않다. 한국 사회 난민 인정자들을 ‘세금 도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왜 굳이 난민이야?”

그래서, 다시, 더욱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난민이 진짜이고, 우리 세금을 ‘과하게’ 축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굳이’ 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독일을 찾았다. 난민과 이주민에게 가장 관용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인 독일. 그 사회를 찾아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2편에서 계속)

[시사기획 창 '나의 난민 너의 난민', KBS1TV 20일(화) 저녁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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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9 08:00:53
    • 수정2023-06-20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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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는 ‘가짜들’일까? 난민들이 더 많이 한국에 정착해서 살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질까? 그들은 우리 세금을 축내고,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이방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난민의 날을 맞아 세계 각지의 난민들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났다.

시리아 난민촌 캡처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이었다. 베이루트 북쪽으로 네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시리아 아르살(Arsal) 난민촌. 시리아 난민은 모두 680만명으로 전 세계 난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1년째 끝나지 않는 내전으로 시리아 난민들은 본국을 떠나 제각기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등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직접 찾은 현지 난민촌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수천 개의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그 속에 각각의 사연을 품은 난민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한날 한시에 아들 두 명을 한꺼번에 잃은 노부부, 아버지는 폭격에 숨지고 어머니는 자신을 두고 떠나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뒤 모든 것을 버리고 레바논으로 도망친 의사에 이르기까지. 사연은 다양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먼 길을 온 취재진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냈다. 아들 두 명을 앞세우고, 그들이 낳은 손자와 손녀를 키우고 있는 60대 부부는 인터뷰를 하다가 목이 메었다. “아들이 폭탄 공격으로 죽었다”는 말을 하면서 할아버지는 눈시울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참았다. 심리 치료를 받는 소녀들은 부모님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상태였다. 난민촌 안에는 성년 남성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 ‘전쟁에서 죽은 아빠, 자신을 떠난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말만 꺼내면 울었다. 위로하기 조차 벅찬 그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들의 대답은 동일했다.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들조차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난민촌 취재를 도와준 난민촌 대표가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가면 죽습니다. 저희는 정부군에 찬성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여기서 언제까지 살수 있느냐? 레바논 정부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른 나라들이 저희에게 좀 더 문을 열어주면 안될까요? 그걸 꼭 좀 알려주세요.”

야후씨 부부 캡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두 번째 행선지는 미얀마 난민들이 살고 있는 태국 메솟 북부 지역 UMPIEN 난민촌이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미얀마 난민은 모두 135만여 명에 달한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50여 년 동안 군부 독재로 고통받았다. 이후 2015년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주의 민족동맹의 압승으로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주의를 이루나 싶었지만, 2021년 군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경험한 기간은 단 5년에 불과하다. 정치적인 혼란, 경제적인 궁핍. 미얀마 사람들은 조국을 떠나 난민이 됐다. 이들은 주로 인근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에도 와있다. 주로 현지에서 이미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들을 우리나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재정착 난민이라고 부르는 데 한국에는 모두 430여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난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얀마 난민을 미리 만나고 해외 취재를 떠났기에, 더욱 그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한국에서 만난 30세 야후씨는 지도에서 UMPIEN 난민촌을 가리키며 여기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고 알려줬다. 야후씨는 난민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 참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난민촌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와 살면서 아이들 두명을 키우고 있었다. 하루에 꼬박 12시간씩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답했다. 눈이 오는 것도 신기하고, 아이들과 놀이동산 가는 것도 신기하고, 바다를 보는 것도 놀랍다고 말했다. 하루에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하고, 월급도 풍족하지 않은 데 “꿈을 꾸는 듯이 행복하다”는 그의 말은 진심일까?

메솟 난민촌 캡처
그가 나고 자란 태국 메솟의 난민촌을 직접 찾아보니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 지 알 것 같았다. 난민촌에 들어간 이상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들을 받아줄 다른 사회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태국 정부에게 밀려드는 미얀마 난민들은 골칫거리다.

가까스로 난민촌에 들어가서 여러 가정을 돌며 있는 그대로의 그들 얘기를 들었다. 난민들은 최소한의 의식주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부모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이대로 아이들이 평생을 난민촌을 떠나지 못할까봐 염려했다.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무척 궁금해했다. 원하는 걸 물었더니 “나가서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만난 미얀마 난민 야후씨가 “한국에서 사는건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 난민은 가짜이자 잠재적 범죄자 집단인가?
〈표1〉 내국인 외국인 범죄율
이들을 만나며 묻게 됐다. 난민은 어렵지도 않으면서 어려운 척, 어떻게든 더 잘사는 다른 나라에서 살려고 하는 가짜들인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라연우씨를 만나, 당신은 가짜 난민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진짜와 가짜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우리는 지구상으로 항상 이동을 하고 살잖아요. 가짜 난민이라는 게 가짜 사람이라는 게 이런 게 없어요. 진짜 힘들어서 더 이상 살기 힘드니까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에게 가짜 난민이라는 의미는 가짜 사람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너 가짜 난민이지” 이 말은 “너 가짜 사람이지” 이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만난 난민들이 살다 온 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그들을 ‘가짜’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인류애만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가? 그들이 어려우니, 그들은 인간 이하로 살고 있으니 잘사는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것인가? 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난민을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가 져야 할 부담이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우리 사회 범죄율을 계산해 봤다.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의 절반 수준이다. 잠재적 범죄집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난민은 세금 도둑인가?

우리 사회가 난민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난민 인정자는 한국에 체류할 자격을 얻는다. 4대 보험이 보장된다. 취업의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난민으로 인정받는다고 기초생활수급혜택을 자동적으로 받는 경우는 없다. 난민 인정은 그야말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되면 한국 정부가 자동적으로 주거비와 생계비를 준다는 것은 오해다.

정부가 난민을 위해 현금성 지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항목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신청 기간 동안 생계를 도와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생계 지원비가 거의 유일하다. 해당 생계비 예산은 전체 난민 신청자의 숫자와 관계없이 해마다 똑같이 591명에게 433,000원씩, 3개월을 지급하는 것으로 책정되어있다. 지난해 난민신청자 만 천여명 가운데 225명만 생계비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177명이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난민신청자 가운데 1.5%만이 3개월~6개월 가량 생계지원비를 받았다. 한국의 난민 관련 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인정 절차 마련에 집중돼있다. 한국 난민 정책의 주안점은 난민이 아닌 자를 걸러내는 데 집중돼 있지, 난민 인정자를 돕는 데 맞춰져 있지 않다. 한국 사회 난민 인정자들을 ‘세금 도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왜 굳이 난민이야?”

그래서, 다시, 더욱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난민이 진짜이고, 우리 세금을 ‘과하게’ 축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굳이’ 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독일을 찾았다. 난민과 이주민에게 가장 관용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인 독일. 그 사회를 찾아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2편에서 계속)

[시사기획 창 '나의 난민 너의 난민', KBS1TV 20일(화) 저녁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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