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전교조에 간첩이”…대학 시험지에 등장한 황당한 문제

입력 2023.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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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사립대 교양과목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그래픽 최선화대전의 한 사립대 교양과목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그래픽 최선화

■ 대학 시험에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 중 간첩이 있다"

대전의 한 사립대학교에 개설된 '경제정의와 불평등' 과목의 기말고사 시험 문제입니다.

"최근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 중 간첩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단언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이 간첩들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약술하라"고 쓰여있습니다. 앞뒤 설명이 없어 정확한 출제 의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달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4명을 구속 기소한 것을 염두에 둔 문제로 보입니다. 출제자는 아마도 '검찰의 기소'를 '범죄의 확정'으로 이해한 모양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핵심세력이 1980년대 'NL자주파'"라며 "이들의 사상이 정의로운지 부정의한지 평가하라"거나 최근 논란이 된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고분고분하게 듣고 있었던 것과 '대한민국의 국격'의 관계에 대해 약술하라"는 등 다소 부정확하고 의도적인 질문들도 상당수 보입니다.

"KBS와 MBC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만 쓰면서 국민을 가스라이팅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근본적인 이유를 약술하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중국을 '중공'으로 표현하거나 "6.25 전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를 묻고 "6.25 전쟁 결과, 한반도가 공산화되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를 약술하라"는 등 40여 개에 달하는 서술형 문제 대부분이 출제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문항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 '정치적 가스라이팅' 주장…학생 비하도 일삼아

학생들은 이번 시험 뿐 아니라 그동안 수업 시간에도 교수의 이러한 생각과 태도에 고통을 받아왔다고 호소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교수가 평소 수업 때도 야권과 시민단체·언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계속 해온 데다 시험 문제로까지 출제했다"며, 교수와 다른 의견을 답으로 쓸 경우 감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교수가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양 측의 의견을 말해주지 않고 한쪽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는 편향적 교육을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학교 측은 "문제를 인지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당 교수에게 해명 기회를 준 뒤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해당 교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고, 학생들의 성적도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학교를 통해 해당 교수에게 수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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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간첩이”…대학 시험지에 등장한 황당한 문제
    • 입력 2023-06-20 08: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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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사립대 교양과목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그래픽 최선화
■ 대학 시험에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 중 간첩이 있다"

대전의 한 사립대학교에 개설된 '경제정의와 불평등' 과목의 기말고사 시험 문제입니다.

"최근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 중 간첩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단언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이 간첩들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약술하라"고 쓰여있습니다. 앞뒤 설명이 없어 정확한 출제 의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달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4명을 구속 기소한 것을 염두에 둔 문제로 보입니다. 출제자는 아마도 '검찰의 기소'를 '범죄의 확정'으로 이해한 모양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핵심세력이 1980년대 'NL자주파'"라며 "이들의 사상이 정의로운지 부정의한지 평가하라"거나 최근 논란이 된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고분고분하게 듣고 있었던 것과 '대한민국의 국격'의 관계에 대해 약술하라"는 등 다소 부정확하고 의도적인 질문들도 상당수 보입니다.

"KBS와 MBC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만 쓰면서 국민을 가스라이팅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근본적인 이유를 약술하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중국을 '중공'으로 표현하거나 "6.25 전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를 묻고 "6.25 전쟁 결과, 한반도가 공산화되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를 약술하라"는 등 40여 개에 달하는 서술형 문제 대부분이 출제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문항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 '정치적 가스라이팅' 주장…학생 비하도 일삼아

학생들은 이번 시험 뿐 아니라 그동안 수업 시간에도 교수의 이러한 생각과 태도에 고통을 받아왔다고 호소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교수가 평소 수업 때도 야권과 시민단체·언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계속 해온 데다 시험 문제로까지 출제했다"며, 교수와 다른 의견을 답으로 쓸 경우 감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교수가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양 측의 의견을 말해주지 않고 한쪽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는 편향적 교육을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학교 측은 "문제를 인지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당 교수에게 해명 기회를 준 뒤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해당 교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고, 학생들의 성적도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학교를 통해 해당 교수에게 수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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