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상반기 성과 선전에 나섰습니다.
오늘(20일) 북한 노동신문에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상반기 경제 성과들이 상세히 실렸습니다.
■ 북한 경제 성과 자축?…정부 "내세울 성과 없어"
북한은 영농 물자 보장 등 농업 분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 관개 건설, 석탄과 금속·화학 공업, 건설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장마에 대비하기 위한 관개시설 건설과 화성지구 등 살림집 건설에 상반기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부분에서 성과가 났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나왔는지 객관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어제(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았다며 "경제 성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료해(요해)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 (출처 : 북한 조선중앙통신)
■ 단기적 위기 해소한 듯…하반기 경제 활성화 기대감 표출
지난해 연말 제8기 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경제 분야 성과가 언급조차 되지 않아서 상당히 암울했던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그래도 이번엔 그때보다는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읽힙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상반기 북·중 교역이 단계적으로 정상화되고 봄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식량 문제의 당장 위기는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원회의에서는 전반적으로 향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중, 북·러 간 교역에 물꼬를 트게 되면 지금보다는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란 낙관을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내각 주도로 소극적인 경제 정책을 운용해왔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오수용을 다시 경제부장으로 기용해 당 주도의 경제정책을 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 (출처 : 북한 조선중앙TV)
■ 아사자 나온다더니…북한 실제 경제 상황은?
북한의 이런 진단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 북한의 경제 상황과는 결이 다릅니다.
최근 영국 BBC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의 지원을 받아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은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심각한 식량난에 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자신이 아는 세 가족이 집에서 굶어 죽었다고 했고, 북·중 국경 마을에 산다는 주민은 식량 부족으로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렇게까지 먹을 식량이 적었던 적이 없었다며, 이틀 동안 굶고 자다가 죽을 것 같았던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3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북한의 아사자가 예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옥수수와 쌀 가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민생고로 내부적 불만이 쌓여 강력 범죄가 작년 동기 대비 3배 폭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출처 : 북한 조선중앙TV)
■ "경제 무척 어렵지만,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아사자 보도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금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북한 경제의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룬 주요 의제들을 근거로 판단하면 아사자 보도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엿보인다"며 "아사자의 발생은 당과 정부가 사실상 인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야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사자가 평양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북한으로선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의정으로도 당연히 다뤘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북한은 5개년 계획의 수행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소개하는데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이나 외국 언론은 왜 북한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북한 경제의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건설한 북한 화성지구 야경 (출처 : 북한 조선중앙통신)
■ "최소 내년까지 버틸 내구성 있다고 진단한 듯"
최소 미국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는 북한이 스스로 버틸 내구성이 있다고 진단한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은 최소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고, 김정은은 그때까지는 버틸 내구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하반기엔 대외적으론 한국, 미국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를 계기로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내적으로는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75주년 등을 계기로 체제 결속 강화에 집중하고 주민 통제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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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자 나온다더니 성과 자축?…북한 경제 상황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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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20 11:32:05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상반기 성과 선전에 나섰습니다.
오늘(20일) 북한 노동신문에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상반기 경제 성과들이 상세히 실렸습니다.
■ 북한 경제 성과 자축?…정부 "내세울 성과 없어"
북한은 영농 물자 보장 등 농업 분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 관개 건설, 석탄과 금속·화학 공업, 건설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장마에 대비하기 위한 관개시설 건설과 화성지구 등 살림집 건설에 상반기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부분에서 성과가 났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나왔는지 객관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어제(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았다며 "경제 성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단기적 위기 해소한 듯…하반기 경제 활성화 기대감 표출
지난해 연말 제8기 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경제 분야 성과가 언급조차 되지 않아서 상당히 암울했던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그래도 이번엔 그때보다는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읽힙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상반기 북·중 교역이 단계적으로 정상화되고 봄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식량 문제의 당장 위기는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원회의에서는 전반적으로 향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중, 북·러 간 교역에 물꼬를 트게 되면 지금보다는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란 낙관을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내각 주도로 소극적인 경제 정책을 운용해왔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오수용을 다시 경제부장으로 기용해 당 주도의 경제정책을 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아사자 나온다더니…북한 실제 경제 상황은?
북한의 이런 진단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 북한의 경제 상황과는 결이 다릅니다.
최근 영국 BBC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의 지원을 받아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은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심각한 식량난에 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자신이 아는 세 가족이 집에서 굶어 죽었다고 했고, 북·중 국경 마을에 산다는 주민은 식량 부족으로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렇게까지 먹을 식량이 적었던 적이 없었다며, 이틀 동안 굶고 자다가 죽을 것 같았던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3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북한의 아사자가 예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옥수수와 쌀 가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민생고로 내부적 불만이 쌓여 강력 범죄가 작년 동기 대비 3배 폭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경제 무척 어렵지만,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아사자 보도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금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북한 경제의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룬 주요 의제들을 근거로 판단하면 아사자 보도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엿보인다"며 "아사자의 발생은 당과 정부가 사실상 인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야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사자가 평양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북한으로선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의정으로도 당연히 다뤘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북한은 5개년 계획의 수행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소개하는데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이나 외국 언론은 왜 북한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북한 경제의 몰락을 섣불리 예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 "최소 내년까지 버틸 내구성 있다고 진단한 듯"
최소 미국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는 북한이 스스로 버틸 내구성이 있다고 진단한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은 최소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고, 김정은은 그때까지는 버틸 내구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하반기엔 대외적으론 한국, 미국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를 계기로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내적으로는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75주년 등을 계기로 체제 결속 강화에 집중하고 주민 통제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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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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