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라더니…비위생·쇳가루 범벅

입력 2023.06.21 (15:53) 수정 2023.06.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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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올해 초,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의 한 가공식품 작업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식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의혹으로, 제주시가 지난해 말 수사 의뢰를 한 업체였습니다.

공간 한쪽을 덮고 있는 하얀색 천을 걷어내자, 누런색 기름통이 가득 보관돼있었습니다. 언제 짠 건지 모를 기름에는 군데군데 흰 곰팡이도 피어있어, 장기간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수사관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해당 작업장에는 비위생적인 천막으로 덮여 있는 ‘로스팅 기계’와 분쇄기·착유기 등도 놓여 있었습니다. 천막을 걷어내자, 톱날에 오래된 견과류 가루와 오일 잔여물·먼지가 가득한 기계가 청소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이른바 ‘제주 타이거너츠’ 가루와 오일을 제조한 현장입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 ‘유기농·무농약’이라더니…기준지 26배 초과 쇳가루 범벅에 ‘부패 기준’도 훌쩍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제주 모 업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하고, 이 가운데 한 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1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식품제조가공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허가도 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품 제조·판매를 해오다 행정당국에 고발돼, 이 같은 불법 영업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이들은 ‘타이거너츠’라 불리는 견과류 원물을 제주에 들여와 재배해 수확한 뒤,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020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가공식품 등으로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습니다.

제주도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요양원·온라인 스토어 등을 통해 이들이 거둬들인 부당 수익은 7,6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타이거너츠’를 홍보하는 모습.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방송 프로그램에서 ‘타이거너츠’를 홍보하는 모습.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 “변비·다이어트에 효과 있어요”…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제품 홍보

이들은 “제주산 타이거너츠 왔수다” 등의 내용으로 언론 매체를 통해 상품을 홍보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제조한 타이거너츠 분말과 오일이 인증받지 않았음에도 ‘유기농·무농약’ 등의 문구를 제품 설명란에 표기해,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노인이나 어린이 건강에 좋다’, ‘변비와 다이어트·성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와 같이 확인되지 않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로 광고와 홍보를 해 왔다”면서 “요양원 등에서 노인을 대상으로도 판매됐고, 쿠키나 다른 디저트류로도 활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시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한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업체의 비위생적인 식품 제조 환경을 확인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 성분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금속성 이물(쇳가루)이 검출된 적발 업체의 타이거너츠 분말 제품(왼쪽)과 부패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오일(오른쪽).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보건환경연구원 성분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금속성 이물(쇳가루)이 검출된 적발 업체의 타이거너츠 분말 제품(왼쪽)과 부패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오일(오른쪽).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수사 당국이 해당 타이거너츠 분말 등에 대해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금속성 이물(쇳가루)이 기준치보다 26배 높게 검출됐습니다. 기름에서는 기준치보다 15배 높은 산가(부패척도)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준규격 부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자치경찰단 측은 “전문가 소견에 따르면 금속성 이물을 지속해서 섭취할 경우 소화기와 간 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면서 “또, 이 같은 물질이 인체에 장기간 축적되면 면역력 저하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품 성분 불량 알고도 “쉬쉬”…식품 제조·판매 이어와

자치경찰단은 수사 결과, 적발된 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제품 성분검사를 통해 자사 제품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가공식품 제조와 판매를 이어왔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이 업체 관계자들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이들은 이미 2020년 7월경 타이거너츠 분말에 대한 성분 검사 의뢰를 통해 기준치가 초과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거래업체와의 계약성사를 위해 이를 묵인하고, 최근까지도 식품 제조와 판매를 강행했던 것으로 자치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식품제조가공업 등록 등) 행정 절차에 대해선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해당 업체 전 대표와 실질적 운영자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최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고정근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어야 하는 식품을 적법하게 제조하지 않고, 건강을 해칠 소지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협업해 단속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 고민주·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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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올해 초,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의 한 가공식품 작업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식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의혹으로, 제주시가 지난해 말 수사 의뢰를 한 업체였습니다.

공간 한쪽을 덮고 있는 하얀색 천을 걷어내자, 누런색 기름통이 가득 보관돼있었습니다. 언제 짠 건지 모를 기름에는 군데군데 흰 곰팡이도 피어있어, 장기간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수사관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해당 작업장에는 비위생적인 천막으로 덮여 있는 ‘로스팅 기계’와 분쇄기·착유기 등도 놓여 있었습니다. 천막을 걷어내자, 톱날에 오래된 견과류 가루와 오일 잔여물·먼지가 가득한 기계가 청소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이른바 ‘제주 타이거너츠’ 가루와 오일을 제조한 현장입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제주시 한 견과류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 ‘유기농·무농약’이라더니…기준지 26배 초과 쇳가루 범벅에 ‘부패 기준’도 훌쩍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제주 모 업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하고, 이 가운데 한 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1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식품제조가공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허가도 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품 제조·판매를 해오다 행정당국에 고발돼, 이 같은 불법 영업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이들은 ‘타이거너츠’라 불리는 견과류 원물을 제주에 들여와 재배해 수확한 뒤,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020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가공식품 등으로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습니다.

제주도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요양원·온라인 스토어 등을 통해 이들이 거둬들인 부당 수익은 7,6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타이거너츠’를 홍보하는 모습.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 “변비·다이어트에 효과 있어요”…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제품 홍보

이들은 “제주산 타이거너츠 왔수다” 등의 내용으로 언론 매체를 통해 상품을 홍보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제조한 타이거너츠 분말과 오일이 인증받지 않았음에도 ‘유기농·무농약’ 등의 문구를 제품 설명란에 표기해,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노인이나 어린이 건강에 좋다’, ‘변비와 다이어트·성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와 같이 확인되지 않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로 광고와 홍보를 해 왔다”면서 “요양원 등에서 노인을 대상으로도 판매됐고, 쿠키나 다른 디저트류로도 활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시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한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업체의 비위생적인 식품 제조 환경을 확인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 성분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금속성 이물(쇳가루)이 검출된 적발 업체의 타이거너츠 분말 제품(왼쪽)과 부패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오일(오른쪽).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수사 당국이 해당 타이거너츠 분말 등에 대해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금속성 이물(쇳가루)이 기준치보다 26배 높게 검출됐습니다. 기름에서는 기준치보다 15배 높은 산가(부패척도)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준규격 부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자치경찰단 측은 “전문가 소견에 따르면 금속성 이물을 지속해서 섭취할 경우 소화기와 간 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면서 “또, 이 같은 물질이 인체에 장기간 축적되면 면역력 저하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품 성분 불량 알고도 “쉬쉬”…식품 제조·판매 이어와

자치경찰단은 수사 결과, 적발된 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제품 성분검사를 통해 자사 제품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가공식품 제조와 판매를 이어왔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이 업체 관계자들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이들은 이미 2020년 7월경 타이거너츠 분말에 대한 성분 검사 의뢰를 통해 기준치가 초과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거래업체와의 계약성사를 위해 이를 묵인하고, 최근까지도 식품 제조와 판매를 강행했던 것으로 자치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식품제조가공업 등록 등) 행정 절차에 대해선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해당 업체 전 대표와 실질적 운영자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최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고정근 제주도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어야 하는 식품을 적법하게 제조하지 않고, 건강을 해칠 소지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협업해 단속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 고민주·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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