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연꽃은 어디로?…녹조로 뒤덮인 제주 비경 ‘연화못’ [주말엔]

입력 2023.06.24 (07:07) 수정 2023.06.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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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으로 꼽히는 연화못입니다.

수려한 연꽃 경관으로 유명세를 치르며 제주의 숨은 비경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인데, 지금은 짙은 녹조가 연못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 축구장 1.5배 크기 연화못…녹조만 둥둥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연화못은 면적 10,000㎡가 넘어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못이자 습지입니다.

축구장 1.5배 면적에 연꽃이 가득 들어차 숨은 비경으로 꼽히는 곳인데요.

19세기 중반부터 연꽃이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은 곳입니다.

연화못은 마을 안에 있어 갈수기에는 농업용수로 이용됐고, 연꽃·수련·소리쟁이 등 각종 수생 식물과 어류 등 다양한 종이 사는 생물들의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

그런데 최근 2~3년 전부터 연못을 뒤덮던 연꽃이 서서히 없어지더니,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5년 전 KBS가 촬영한 영상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년 전부터 연꽃이 사라지고 녹조까지 끼면서 연화못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도 줄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연화못을 찾은 관광객 문희정 씨는 "연꽃은 없고 녹조가 너무 심하다"며 "전에 봤던 모습을 기대하고 왔는데 너무 아쉽다"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 생태교란종이 원인?

연꽃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초기엔 인근 절 등에서 방생한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잡식성인 거북이류가 연꽃 줄기를 갉아먹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후 주민들은 "거북이류를 방생하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을 연못 곳곳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수질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나쁨' 수준의 수질에서도 서식하는 연꽃의 특성상 주요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가 지난달 업체에 의뢰해 연화못 4곳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부유물질(SS)과 총인(TP)·총질소(TN) 부분 등에서 '약간 나쁨~나쁨' 수준을 보였습니다.

주변 경작지와 빗물을 통해 농약 성분 등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꽃의 생육을 방해할 만큼의 양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이 성분들이 무더운 날씨와 맞물리며 녹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었습니다.

■ 주요 원인은 '깊은 수심'

전문가들은 생태계교란종 증가와 오염원 유입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더 큰 원인을 '깊은 수심'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연화못의 수심을 측정한 결과, 수심은 1.5m로 나왔습니다. 바닥에 가라앉은 부유물을 걷어내면 최대 1.8m까지 늘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

우리나라 제1호 종자명장인 장형태 박사는 "학계에서는 연꽃이 뿌리 내릴 수심을 1m가 넘어가면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뿌리를 땅속에 박고 줄기가 물 위에 있으면서 바깥으로 신장을 시켜야 꽃이 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도 연화못의 적정 수위를 50cm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화못 개선사업 실시설계용역을 맡았던 한울림 조경설계사무소 주정수 실장은 "마을회에서 3~4년 전 연화못에서 준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심이 깊어지니까 연꽃들이 활착(뿌리 내림)을 못 하고 생육이 안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중 호우 등으로 수위가 상승하고, 물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짙은 녹조로 뒤덮인 연화못짙은 녹조로 뒤덮인 연화못

제주도는 이에 따라 예산 5억 원을 투입해 연화못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수문을 설치하고, 배수구 확장 공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전과는 다르게 일부 구역에만 연꽃을 복원하고, 나머지 구역에는 물의 순환을 통해 녹조 발생을 억제시키는 분수대와 인공 정화식물섬 등을 만들 예정입니다.

제주도는 조만간 연화못의 물을 빼내 생태 환경을 조사하고, 올해 안에 관련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과연 내년에는 연꽃을 볼 수 있을까요?

방문객들은 오늘도 연꽃이 만발한 연화못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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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4 07:07:17
    • 수정2023-06-24 08:11:14
    주말엔
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으로 꼽히는 연화못입니다.

수려한 연꽃 경관으로 유명세를 치르며 제주의 숨은 비경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인데, 지금은 짙은 녹조가 연못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 축구장 1.5배 크기 연화못…녹조만 둥둥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연화못은 면적 10,000㎡가 넘어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못이자 습지입니다.

축구장 1.5배 면적에 연꽃이 가득 들어차 숨은 비경으로 꼽히는 곳인데요.

19세기 중반부터 연꽃이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은 곳입니다.

연화못은 마을 안에 있어 갈수기에는 농업용수로 이용됐고, 연꽃·수련·소리쟁이 등 각종 수생 식물과 어류 등 다양한 종이 사는 생물들의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
그런데 최근 2~3년 전부터 연못을 뒤덮던 연꽃이 서서히 없어지더니,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5년 전 KBS가 촬영한 영상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년 전부터 연꽃이 사라지고 녹조까지 끼면서 연화못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도 줄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연화못을 찾은 관광객 문희정 씨는 "연꽃은 없고 녹조가 너무 심하다"며 "전에 봤던 모습을 기대하고 왔는데 너무 아쉽다"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22일 촬영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연꽃은 자취를 감췄고, 짙은 녹조만 가득한 상황
■ 생태교란종이 원인?

연꽃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초기엔 인근 절 등에서 방생한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잡식성인 거북이류가 연꽃 줄기를 갉아먹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후 주민들은 "거북이류를 방생하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을 연못 곳곳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수질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나쁨' 수준의 수질에서도 서식하는 연꽃의 특성상 주요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가 지난달 업체에 의뢰해 연화못 4곳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부유물질(SS)과 총인(TP)·총질소(TN) 부분 등에서 '약간 나쁨~나쁨' 수준을 보였습니다.

주변 경작지와 빗물을 통해 농약 성분 등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꽃의 생육을 방해할 만큼의 양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이 성분들이 무더운 날씨와 맞물리며 녹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었습니다.

■ 주요 원인은 '깊은 수심'

전문가들은 생태계교란종 증가와 오염원 유입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더 큰 원인을 '깊은 수심'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연화못의 수심을 측정한 결과, 수심은 1.5m로 나왔습니다. 바닥에 가라앉은 부유물을 걷어내면 최대 1.8m까지 늘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8년 KBS가 촬영한 연화못
우리나라 제1호 종자명장인 장형태 박사는 "학계에서는 연꽃이 뿌리 내릴 수심을 1m가 넘어가면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뿌리를 땅속에 박고 줄기가 물 위에 있으면서 바깥으로 신장을 시켜야 꽃이 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도 연화못의 적정 수위를 50cm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화못 개선사업 실시설계용역을 맡았던 한울림 조경설계사무소 주정수 실장은 "마을회에서 3~4년 전 연화못에서 준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심이 깊어지니까 연꽃들이 활착(뿌리 내림)을 못 하고 생육이 안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중 호우 등으로 수위가 상승하고, 물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짙은 녹조로 뒤덮인 연화못
제주도는 이에 따라 예산 5억 원을 투입해 연화못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수문을 설치하고, 배수구 확장 공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전과는 다르게 일부 구역에만 연꽃을 복원하고, 나머지 구역에는 물의 순환을 통해 녹조 발생을 억제시키는 분수대와 인공 정화식물섬 등을 만들 예정입니다.

제주도는 조만간 연화못의 물을 빼내 생태 환경을 조사하고, 올해 안에 관련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과연 내년에는 연꽃을 볼 수 있을까요?

방문객들은 오늘도 연꽃이 만발한 연화못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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