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공사’에 우는 장애인·노약자…“한 달 감옥살이”

입력 2023.06.24 (21:26) 수정 2023.06.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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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래 돼 낡은 아파트 승강기는 안전을 위해 교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기간, 계단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외출이 원천 차단돼 그야말로 집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셈인데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체장애인 김종만 씨의 외출 준비는 엉덩이 보호용 방석 착용부터 시작됩니다.

며칠 전 시작된 아파트 승강기 공사 때문에, 밖에 나갈 때마다 대장정 나서듯 합니다.

먼저 15층 집에서 옥상까지 20여 개 계단을 엉덩이로 한 칸, 한 칸 오릅니다.

휠체어와 함께 옥상 문턱을 넘는 게 고비입니다.

[김종만/지체장애인 : "가방도 갖다 주세요."]

옆 라인으로 옮겨, 다시 한번 계단을 내려갑니다.

이렇게 승강기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여 분.

그나마 취재진이 옆에 있어 가능했습니다.

[김종만/지체장애인 : "낮에는 혼자 있으니까 거동이 좀 어려워요. 화, 목만 외출하는 것으로 그렇게 줄여버렸죠. 모든 걸 다 줄인 거죠."]

공사 기간은 장장 한 달.

입주자대표회의에 모텔비 지원이 가능한지 질의했더니, 30만 원을 주면 되겠냐고 했습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여기 그분 말고도 사실 안 불편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지체장애인 곽진원 씨도 다음 달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곽 씨도 목발을 짚는데 부축 없이 거동할 수 없는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곽진원/지체장애인 : "저나 어머니 같은 경우에 2, 3층 정도만 돼도 사실 (계단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진짜 노숙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측에 숙박비를 요청해봤지만, 역시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B 아파트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장애인이 한 여덟 명 이렇게 있어요. 자기 생각만 하는 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승강기 공사시 지체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건 차별이라며 배상을 권고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겁니다.

[최정규/변호사 :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파트) 관리 규약의 표준 규약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승강기 교체 공사 보조금에 이동 약자 편의를 위한 비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 하정현/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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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강기 공사’에 우는 장애인·노약자…“한 달 감옥살이”
    • 입력 2023-06-24 21:26:31
    • 수정2023-06-24 23:16:17
    뉴스 9
[앵커]

오래 돼 낡은 아파트 승강기는 안전을 위해 교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기간, 계단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외출이 원천 차단돼 그야말로 집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셈인데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체장애인 김종만 씨의 외출 준비는 엉덩이 보호용 방석 착용부터 시작됩니다.

며칠 전 시작된 아파트 승강기 공사 때문에, 밖에 나갈 때마다 대장정 나서듯 합니다.

먼저 15층 집에서 옥상까지 20여 개 계단을 엉덩이로 한 칸, 한 칸 오릅니다.

휠체어와 함께 옥상 문턱을 넘는 게 고비입니다.

[김종만/지체장애인 : "가방도 갖다 주세요."]

옆 라인으로 옮겨, 다시 한번 계단을 내려갑니다.

이렇게 승강기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여 분.

그나마 취재진이 옆에 있어 가능했습니다.

[김종만/지체장애인 : "낮에는 혼자 있으니까 거동이 좀 어려워요. 화, 목만 외출하는 것으로 그렇게 줄여버렸죠. 모든 걸 다 줄인 거죠."]

공사 기간은 장장 한 달.

입주자대표회의에 모텔비 지원이 가능한지 질의했더니, 30만 원을 주면 되겠냐고 했습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여기 그분 말고도 사실 안 불편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지체장애인 곽진원 씨도 다음 달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곽 씨도 목발을 짚는데 부축 없이 거동할 수 없는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곽진원/지체장애인 : "저나 어머니 같은 경우에 2, 3층 정도만 돼도 사실 (계단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진짜 노숙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측에 숙박비를 요청해봤지만, 역시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B 아파트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장애인이 한 여덟 명 이렇게 있어요. 자기 생각만 하는 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승강기 공사시 지체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건 차별이라며 배상을 권고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겁니다.

[최정규/변호사 :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파트) 관리 규약의 표준 규약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승강기 교체 공사 보조금에 이동 약자 편의를 위한 비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 하정현/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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