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테스트처럼,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직접’하진 않는다고? [주말엔]
입력 2023.06.25 (08:30)
수정 2023.06.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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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에서 발생했던 '돌려차기'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해당 피고인은 최근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건인 '또래 여성 살인사건'. 또래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 은폐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유정 역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 사이코패스란?
사이코패스 (Psychopath) ;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뜻한다. |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하고 죄를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최근 사례로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은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에 27점을 받았습니다. 이달 초에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같은 검사에서 28점을 받았죠.
■ 사이코패스는 또 누가 있었나
우리나라에선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판단합니다.
사이코패스로 진단된 범죄자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10명 가까운 사람을 살해했던 강호순은 27점,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은 29점,
계곡살인 범죄자 이은해가 31점이었습니다.
최고점을 받았던 인물은 20명을 살해했던 유영철, 점수는 38점이었습니다.
■ 사이코패스 테스트, "PCL-R"는 무엇일까?
그럼, 이런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진단 내릴 수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로버트 헤어박사가 만든 검사를 번역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사이코패스 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데, 이 테스트를 '사이코 패스 체크리스트'라고 부릅니다.
PCL-R (Hare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 재소자와 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정신병질 및 성격장애의 유무를 판단하는 검사 |
■ "PCL-R" 언박싱해보니...
이 'PCL-R'검사지를 취재진이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실제로 수사 때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검사지입니다.
구성은 ①PCL-R 전문가 지침서, ②PCL-R 평가지, ③Hare PCL-R 인터뷰 가이드로 이뤄져있습니다. 전문가 지침서는 무려 355 페이지에 달합니다.
PCL-R 검사에서는 인간관계, 감정과 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등을 주로 평가합니다. 인간관계와 감정및 정서는 '대인관계/정서성'이라는 요인1로, 생활양식과 반사회성은 '사회적 일탈'이라는 요인2로 구분됩니다.
이 평가항목들을 20개로 나눠 구체적으로 다시 평가합니다. 20개 항목들은 위 4가지 단면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각 항목들에 0~2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또 통계적인 절차를 거쳐 최종점수를 산출합니다.
실제 평가지에 삽입된 20개의 항목
■ "MBTI랑 달라요"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로 평가하나?
20개 항목에 0~2점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흔히 우리가 하는 MBTI 검사처럼 스스로 질문에 "예, 아니오"를 표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심리검사처럼 '직접 테스트'를 하는게 아닌 겁니다.
프로파일러와 같이 신뢰도 있는 전문가가 피의자랑 대화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라포(공감대)를 형성하게끔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라든가 전과 기록이라든가 아니면 뭐 정신과 진단 기록 같은 다양한 과거의 삶에 대한 기록들을, 그리고 현재의 가족이나 이런 사람들의 진술 같은 거를 다 모아요." -배상훈/전 프로파일러/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
■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딱, 한번의 면담으로 끝내는건가?
경찰이 피의자의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할 땐 '전 검사, 본 검사, 후 검사'로 나누어 꼼꼼히 평가합니다.
1) 전 검사
예비검사를 할 땐 피의자와 '라포'를 형성합니다. 또,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다양한 '배경' 자료들을 모아 면담을 준비합니다.
2) 본 검사
본검사 땐 주검사관과 보조검사관이 나눠 역할을 분담합니다. 주검사관이 피의자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이게 본 검사입니다. 뻔하게 '1번' 질문, '2번' 질문을 차례대로 물어보는 게 아닌, 다양한 대화에 1~20번 문항을 녹여냅니다.
'인터뷰 가이드'가 PCL-R 검사에 포함돼있습니다. 가이드대로만 하는 건 아닙니다. 전 검사에서 파악한 피의자의 배경과 특성에 맞게 질문을 '맞춤형'으로 합니다.
이렇게 면담을 하는 동안 보조 검사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평가지에 평가를 합니다.
3) 후 검사
본 검사가 끝나면 나중에 두 검사관이 함께 토론하며 최종 점수를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 '사이코패스' 라면, 무엇이 달라지나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수사목적으로 주로 활용됩니다. 다만 형을 결정하는 재판부의 양형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먼저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양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형법 제10조에 규정되어 있는 형의 감경 사유에 '심신미약'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판례는 사이코패스를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습니다." -함혜현/부경대교수/경찰범죄심리학 전공 - |
다만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나, 교도소에서 가석방을 결정할 때 등은 이 점수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뿐 아니라 교도소에서도 수감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곤 합니다.
■ 주의: 인터넷 검사는 실제와 다르다
현재 사용되는 PCL-R 검사가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짧게는 100년 이상 임상 경험을 거쳐서, 현재까지 나와 있는 사이코패스 검사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검사라고 할 수 있겠고요." -함혜현/부경대교수/경찰범죄심리학 전공- |
다만, 해당 테스트는 1990년대 초반 당시 주로 북미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문항을 개발한 겁니다. 한국의 상황, 또 2023년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에 맞는 문항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전문가들도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왔습니다. 문제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연구를 하려면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해야하는데,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해야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그러니 명확한 한계를 인지하더라도, 추가 개발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배상훈/전 프로파일러/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
이런 한계 때문에 한동안은 PCR-L 검사가, 우리 사회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을 확인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사이코패스 테스트, 쉬운 게 아닙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 인터넷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을 판단하는 잣대는 될 수가 없다는 점, 주의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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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 테스트처럼,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직접’하진 않는다고?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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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25 08:30:17
- 수정2023-06-26 16:52:42
부산 서면에서 발생했던 '돌려차기'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해당 피고인은 최근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건인 '또래 여성 살인사건'. 또래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 은폐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유정 역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 사이코패스란?
사이코패스 (Psychopath) ;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뜻한다. |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하고 죄를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최근 사례로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은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에 27점을 받았습니다. 이달 초에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같은 검사에서 28점을 받았죠.
■ 사이코패스는 또 누가 있었나
우리나라에선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판단합니다.
사이코패스로 진단된 범죄자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10명 가까운 사람을 살해했던 강호순은 27점,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은 29점,
계곡살인 범죄자 이은해가 31점이었습니다.
최고점을 받았던 인물은 20명을 살해했던 유영철, 점수는 38점이었습니다.
■ 사이코패스 테스트, "PCL-R"는 무엇일까?
그럼, 이런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진단 내릴 수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로버트 헤어박사가 만든 검사를 번역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사이코패스 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데, 이 테스트를 '사이코 패스 체크리스트'라고 부릅니다.
PCL-R (Hare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 재소자와 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정신병질 및 성격장애의 유무를 판단하는 검사 |
■ "PCL-R" 언박싱해보니...
이 'PCL-R'검사지를 취재진이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실제로 수사 때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검사지입니다.
구성은 ①PCL-R 전문가 지침서, ②PCL-R 평가지, ③Hare PCL-R 인터뷰 가이드로 이뤄져있습니다. 전문가 지침서는 무려 355 페이지에 달합니다.
PCL-R 검사에서는 인간관계, 감정과 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등을 주로 평가합니다. 인간관계와 감정및 정서는 '대인관계/정서성'이라는 요인1로, 생활양식과 반사회성은 '사회적 일탈'이라는 요인2로 구분됩니다.
이 평가항목들을 20개로 나눠 구체적으로 다시 평가합니다. 20개 항목들은 위 4가지 단면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각 항목들에 0~2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또 통계적인 절차를 거쳐 최종점수를 산출합니다.
■ "MBTI랑 달라요"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로 평가하나?
20개 항목에 0~2점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흔히 우리가 하는 MBTI 검사처럼 스스로 질문에 "예, 아니오"를 표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심리검사처럼 '직접 테스트'를 하는게 아닌 겁니다.
프로파일러와 같이 신뢰도 있는 전문가가 피의자랑 대화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라포(공감대)를 형성하게끔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라든가 전과 기록이라든가 아니면 뭐 정신과 진단 기록 같은 다양한 과거의 삶에 대한 기록들을, 그리고 현재의 가족이나 이런 사람들의 진술 같은 거를 다 모아요." -배상훈/전 프로파일러/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
■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딱, 한번의 면담으로 끝내는건가?
경찰이 피의자의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할 땐 '전 검사, 본 검사, 후 검사'로 나누어 꼼꼼히 평가합니다.
1) 전 검사
예비검사를 할 땐 피의자와 '라포'를 형성합니다. 또,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다양한 '배경' 자료들을 모아 면담을 준비합니다.
2) 본 검사
본검사 땐 주검사관과 보조검사관이 나눠 역할을 분담합니다. 주검사관이 피의자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이게 본 검사입니다. 뻔하게 '1번' 질문, '2번' 질문을 차례대로 물어보는 게 아닌, 다양한 대화에 1~20번 문항을 녹여냅니다.
'인터뷰 가이드'가 PCL-R 검사에 포함돼있습니다. 가이드대로만 하는 건 아닙니다. 전 검사에서 파악한 피의자의 배경과 특성에 맞게 질문을 '맞춤형'으로 합니다.
이렇게 면담을 하는 동안 보조 검사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평가지에 평가를 합니다.
3) 후 검사
본 검사가 끝나면 나중에 두 검사관이 함께 토론하며 최종 점수를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 '사이코패스' 라면, 무엇이 달라지나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수사목적으로 주로 활용됩니다. 다만 형을 결정하는 재판부의 양형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먼저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양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형법 제10조에 규정되어 있는 형의 감경 사유에 '심신미약'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판례는 사이코패스를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습니다." -함혜현/부경대교수/경찰범죄심리학 전공 - |
다만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나, 교도소에서 가석방을 결정할 때 등은 이 점수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뿐 아니라 교도소에서도 수감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곤 합니다.
■ 주의: 인터넷 검사는 실제와 다르다
현재 사용되는 PCL-R 검사가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짧게는 100년 이상 임상 경험을 거쳐서, 현재까지 나와 있는 사이코패스 검사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검사라고 할 수 있겠고요." -함혜현/부경대교수/경찰범죄심리학 전공- |
다만, 해당 테스트는 1990년대 초반 당시 주로 북미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문항을 개발한 겁니다. 한국의 상황, 또 2023년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에 맞는 문항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전문가들도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왔습니다. 문제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연구를 하려면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해야하는데,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해야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그러니 명확한 한계를 인지하더라도, 추가 개발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배상훈/전 프로파일러/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
이런 한계 때문에 한동안은 PCR-L 검사가, 우리 사회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을 확인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사이코패스 테스트, 쉬운 게 아닙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 인터넷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을 판단하는 잣대는 될 수가 없다는 점, 주의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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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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