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6.25 특집 르포> 北 인력송출과 미사일
입력 2023.06.25 (23:13)
수정 2023.06.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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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1회] <6.25 특집 르포> 北 인력송출과 미사일
옌지는 젊은이들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한국으로,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떠나버렸습니다.
녹취) 식당 여주인
“여기는 돈벌이 할 데가 없으니 한국 갔지. 다 한국 갔다고... 돈벌이할 데가 있어? 없어. 다 아래(남쪽 대도시)로 돈벌이하러 가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몇 년새 옌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녹취) 연길 주민
“식당은 좀 크다하는 데는 다 걔들입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많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가기만 하면 걔네들입니다. 많아요. 어디든 괜찮다 하는 식당, 크다 하는 식당은 다 걔네들입니다.”
북한에서 온 젊은 여성 종업원들이 옌지에서 갑자기 늘었다는 얘기...
”그런데 걔네들 말을, 대화하기가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왔으니까...“
어디로 가면 많은지, 택시 기사한테 물어봤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연길에는 북한 종업원 식당이 많아요. OO 식당은 북한 종업원들만 있어요. (그렇군요. 아주 많아요. 연길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북한에서 연길로 넘어오는 경우요. 다들 일하러 오는 거죠. 연길 사람을 채용하면 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북한 종업원을 쓰면 임금이 더 적게 나가니까요.“
몇 년째 돌아가지 않고 옌지에서 있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몇 년 전에 제 택시에 탄 아가씨 손님은 업종을 바꿨더라고요. 혼자 다니질 않더라고요. 아마 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겠죠.“
택시기사가 일러준 식당. 출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집단출근은 아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이 가장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집단탈북입니다. 이것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외출을 시키고, 집단외출을 시키고 그 외에 외출을 시키지 말라.“
한국풍 인테리어에 한국식 돌솥밥을 파는 식당, 종업원들 절반 정도는 북한 종업원들입니다. 양꼬치를 파는 이 식당은 종업원들 거의 북한 여성들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은 옌지에서 온 노동력이 채우고, 그 빈자리를 북한 인력들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옌지 식당 주인
”지금 연길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 일꾼들이 한 5천명이 됩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단 먹고 살아야 되니까... 5천명이 이쪽에 잠겨 있습니다.“
옌지 인구는 약 50만 명, 100명 중 최소한 1명은 북한 인력이란 얘깁니다. 요 몇 년 새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취재진이 4년 전 취재했던 북한 노래주점, 중국에 나온 북한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상업대학을 졸업하고 왔다는 종업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엔 제재 때문에 모두들 곧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찾은 노래주점, 뜻밖에도, 종업원들은 취재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북 종업원
”옛날에 한 번 오셨댔지 않습니까? (네, 기억나요?) 네, 납니다. (그러면 오래 계셨네요. 여기) 오래는? 네, 한 3~4년 (그러니까 제가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2019년 11월이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때 오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안 나가신 거예요? 그때부터 아직도?) 네, 못 나갔습니다. (종업원2) 저녁에 오시면 우리 동무들 다 보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여기도 본 것 같아요) 네, 저도 인상이 있어서...“
유엔 제재로 철수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못 나갔다는 얘기..
녹취)북 종업원
”(그때 다 나가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거군요. 그 사람이 있을 텐데) 누구? (무슨 상업대학 다니다가 온...) OOO 동지, 아시잖습니까? (돌아간지 오래 됐습니다. (돌아갔어요?) 네 갔습니다. (평양 모란봉구역) 네 모란봉... (여기는 어디 분이신지?) 나는 모란봉입니다.“
대부분은 평양 출신들. 다른 지방 출신들은 가끔씩 있는 정돕니다.
녹취) 북 종업원
"(평양 아닌 사람 있어요?) 있습니다. (다들 평양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원산도 있고 청진도 있고..."
탈북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을 선발하다 보니 평양 출신이거나 지방이라도 당 중견간부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방은 뭐 10% 정도 밖에 안 되고 다 평양입니다. 다 평양입니다. 지방에서는 한 10% 정도만 나옵니다. (탈북하면 안 되니까 선발을 할 때도 굉장히 그런 거를 많이 보는 모양이네요.) 그렇죠. 선발할 때 무슨 가정적 토대를 많이 보고 그러니까 탈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기본원칙으로 ...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서 뭐 거의 고위급 간부 자녀들은 안 보내는 거고 그래 가지고 중견간부들 자녀들이 많이 가서 파견 나오는 걸로 보면 됩니다.“
원래는 3년 기한으로 나왔다가 벌써 6~7년이 된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20대 초반에 나와 30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녹취) 옌지 식당주인
“3년 나와 있는 것도 힘들죠. 24살에 와서 31살입니다. 아버지랑 얼마나 보고 싶겠나, 딸은? / 나올 때는 3년으로 나왔는데 집을 잊어버렸을 것 같아...”
몇 년째 못 만난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국경 마을로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식당주들은 털어놓습니다.
녹취)옌지 식당주인
“(압록강 마을로) 차를 몰고 갑니다. 미리 집하고 연락해 가지고... 강에 나와 가지고 빨래하는 것처럼 부모님들이 나온단 말입니다. 얘기도 못하고 그냥 북측의 강을 쳐다보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가슴 아프죠. 많습니다. 참, 민족의 아픔이랄까?”
그나마 최근에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조중국경에 경계가 철통같이 강화되면서
국경에 철조망들을 둘러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 사람들 자체가 강변에 못 나옵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강변에 나와서 빨래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 수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강변 자체를 못 나옵니다. 북한 내에 철조망 다 치고 심한 곳은 전기 철조망까지 있고 지뢰까지 했는데 어떻게 강변에 나옵니까? 지금은 이제 강변에 못 나옵니다.”
또 다른 문제는 7~8년째 못 돌아가다 보니 혼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은 솔직한 말로 여성들이 25살 지나면 노처녀라고 합니다. 노처녀라고 하면서 이제,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지는데, 그런데 이미 그런 단계를 다 지났고... 대신에 조금 이로운 점은 중국에 나와서 자기 시집갈 준비품은 마련했다. 돈은 벌었다. 그거 하나 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종업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30대, 40대까지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게 된다고? 부모들이 선을 봐서 결혼하라고 하면 하는 거 아닌가?) 보고 마음에 없으면 안 할 수도 있고.... (아, 안 할 수 있습니까?) 네~ 그런데 대체로 어머니 아버지가 가진 기준이 딱 맞지 말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니까...”
옌지에서는 예식장을 혼례청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한국식으로 웨딩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혼 축하 연주가 한창입니다. 실내 장식부터, 화려한 조명, 하객들이 둘러앉은 둥근 테이블까지, 한국의 어느 웨딩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됐습니다. 결혼식에 어울리는 한국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잔치는 흥겹습니다.
화려한 잔치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부지런히 음식을 실어다 나르고, 양손에 접시 하나씩을 들고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본인들도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북한 여종업원들입니다.
옌지 서시장에서 북한 여성들은 금세 눈에 띕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더니,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고, 또 종종걸음을 합니다. 쇼핑도 속도전일까? 한 달에 한 번쯤밖에 없는
외출시간이라, 언제나 마음이 바쁩니다. 중국에서 힘들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 명이 받는 돈이 중국돈 3천 위안(약 53만원)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절반, 50%는 무조건 혁명자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1500위안은 혁명자금으로 납부하고, 그리고 자기네 파견기관에 납부해야 되는 돈이 중국 돈 200위안 내지 300위안은 무조건 납부해야 됩니다. 어쨌든 그거를 모아놓은 거를 다 떼고 나면 본인한테 차려지는 돈이 중국 돈으로 700(12만 5천원) 내지는 800위안이 차려집니다.”
몇 명이나 될까? 옌지에서는 주로 미혼여성들 5천 명 정도가 서비스업종에서 일합니다. 인근지역의 공장에는 기혼여성들이 많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미혼 여성들이라는 거는 대체로 식당 나와 있는 젊은 아가씨들이 상업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지금 나와 있는 성원들이 좀 있고, 그 외에 공장에는 100% 기혼 여성들입니다.”
모두 합치면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노동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금 현재 제일 많은 데가 지금 단둥, 단둥에 약 4만 8천명 정도고 나와 있고 지린성에 옌볜지구라든가 훈춘 이쪽에 지금 4,5만명 된다고 하고, 그리고 아래 다롄, 칭다오 상하이 이쪽에 지금 다해서 도합 12만 내지 14만 정도가 지금 중국에 있다, 지금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유엔 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갔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유엔제재가 있기 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국경을 봉쇄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권역별로 모아놓아놓은 거죠. 동북 쪽은 연길에 모아놓고, 심양 이남은 단동 쪽에 모아 놓고...”
어림잡아도 1년에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소득원은 무기수출, 달러 위조, 마약밀매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화소득원들이 대부분 막히면서 인력송출이 북한에서 두 번째 정도로 큰 외화소득원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이렇게 여러 가지 주 수입이 있었는데 그거를 지금 세계가 도맡아서 봉쇄하고 나니까 그전에는 해외 근로자들이 나와서 버는 돈은 껌딱지였습니다. 그게 무슨 당이 그 돈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돈이 가장 중요한 외화의 원천이 됐으니까... ”
더 큰 돈을 벌어주는 인력들도 있습니다.
옌지의 한 종합병원. 북한에서 온 한의사가 진맥을 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조선의사가 잘 한다던데 북조선 의사 있나요?) 여의사. (북한에서 왔다던데) 있어요. 3층에 있어요. (문진은 잘 해요?) 네, 진맥 진맥..."
3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10번 들어오세요."
안에서 번호를 부르면 한 명씩 들어갑니다. 진료실 문밖에 한의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름과 함께 ‘평양의과대학 졸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평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모든 의과대학들에 동의학과가 따로 있고 임상의학과 동의과 내과 뭐 이렇게 따로 있지만 동의과가 따로 있어 가지고 그거를 졸업하면 동의학 의사가 됩니다."
일반 노동자들과 다른 특권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가장 중요한 거는 이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잖습니까? (가족들을 데리고?) 네, 독립적으로 행동을 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돈을 많이 버니까?) 네. 이 사람들은 몇 천 위안이 아니지. 만 단위로 가지. 만도 몇 십만, 몇 백만으로 하는 사람들..."
진맥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세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2끼를 먹어요. 힘들더라고요.)"
잠시 맥을 짚어보더니,
"여기 눕습니다. 149, 155..."
혈압이 높다고 합니다.
“(소화와 관련이 있나요, 그게?) 많이 관련이 있습니다.”
어딘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혈압 높은 건 왜 그런거죠?)콩팥 때문에 그렇습니다. 콩팥."
진찰과 진맥을 끝내더니 결과를 설명해줍니다.
"여기가 페이(폐: 肺), 요거는 창(장), 요거는 깐(간), 다낭, 담하고 담낭맥입니다. 여기가 신(腎) 콩팥, 여기서 액을 내보내고... 그리고 여과장치... 지금 위 담 간 장 쓴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그런데 얘가 제일 나쁩니다. 간, 담 (저는 술을 안 마시거든요.) 네 위 장 신, 콩팥이죠. 콩팥. 요렇게 나쁩니다.“
이쯤에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정말로 평양에서 왔냐고.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나요?) 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은 중국말 못하나요? 호호호! (의사니까 의사들은 못할 수도 있죠) 그런가요? 호호호!“
내장이 모두 안 좋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으셔야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계시나요? (아닙니다 한국 왔다갔다 하다보니까...)그러니까 치료 받을 시간이 좀 있습니까? 분명히 나을 수 있어요. 탕약으로... (탕약을 먹어야 되나요?) 탕약 먹어야 됩니다.”
계속해서 탕약을 권합니다.
"(탕약을 얼마나 먹어야 됩니까?) 제 생각에는 30일. (한 달이요?) 네. (그만큼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습니까? 병이 그만큼 오래 됐습니다. 치료 안 하고 그냥 놔두면 그 상태로 계속 악화되잖아요?“
고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일주일로 줄여줍니다.
“체질을 보고 약을 떼서 한 주일 동안 잡숴보고, 효과가 좋지 않습니까? 소화도 잘 되고 변도 잘 나가고, 그렇게 하면 많이 떼 간단 말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안 떼 줍니다. 한 주일 거만 떼줍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1일 양츠(두 번 먹고), 1일 시츠(네 번 먹고) 여기 다 표시가 있습니다.”
진맥을 마치고 탕약을 받으러 갔습니다.
“(얼마인가요?) 천8백위안(한화 약 32만원)입니다.”
일주일치 약이 한국 돈으로 약 32만원입니다.
인터뷰) 김형덕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분들 한 달 월급이 3천위안에서 3천5백 위안인데, 그런데 의료의 경우는 10분에서 15분 진료해서 1800위안입니다. 그러니까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일반 근로자를 파견해서 벌 수 있는 돈의 몇 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굉장히 고소득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죠.”
다른 환자들을 촬영하러 3층으로 다시 올라가봤습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탕약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때까지 많이 해봤을 거 아닙니까? 안 됩니다, 이거는... 무조건 약 잡숴야 돼요. (7일치만 먹으면 되나요?) 안 되죠. 당연하게... 잡숫고 또 오셔야지... 매번 약이 다릅니다. 똑같은 약 먹으면 간에도 나빠요...”
녹취)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자기네 수입의 50%를 무조건 납부해야 하니까...”
나가다 보니 벽에 붙은 북한 달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이 얼마 전에 공개한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로켓 한 발에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우리돈 260억 원에서 385억 원이 들 거라고 추산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벌어다주는 액수와 얼추 비슷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1인당 버는 돈의 50%가 혁명자금으로 들어가는 게 그 돈입니다. 그러니까 10만명이 한 달에 1,000위안씩만 바쳐도 그 돈이 어딥니까?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것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숲, 6월의 백두산 자락은 초여름 기운이 완연합니다.북한과의 접경지대로 달리자 현대식 검문소가 나타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던 시설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백두산이요)”
몇 년 전엔 형식적인 검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에 연락처는요? (없어요.) 없으시군요. 그러면 옆의 분 연락처를 주시죠. (한국인 말고 다른 외국인한테도 이렇게 검문하나요?) 네, 여기는 접경지역이니까요. 여권을 지참한 모든 외국인은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저희는 전혀 차별하지 않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여행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중국 공안의 자동차가 취재진을 뒤따라 오고 있었습니다.공안의 차가 사라지자, 정체 불명의 승용차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밤낮으로 며칠 동안
수백 킬로미터를 따라왔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 역내에서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가서 촬영사업을 한다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이거를 단속하게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탈북자 브로커들을 인솔해 가는 거는 무조건 잡게끔 그렇게까지 지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바이현,압록강 건너편은 북한 혜산입니다. 북한 서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장마당은 어딘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우리의 시장과 많이 닮았습니다.
머리 위에 광주리를 아슬아슬 이고 가는 여성들, 아기를 업고 장에 나온 엄마는 물건값만 물어보고는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오토바이, 파란 핸드백 여성을 거의 칠 뻔했습니다. 오히려 역정을 내는 오토바이 아저씨, 그러든지 말든지, 여성은 가던 길을 갑니다.
자세히 보면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는 겁니다.
녹취) 식당주인
“여기(중국)도 노인들 병에 걸려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폐가 하얗게 돼 버립니다. 속수무책입니다. 약도 없고... 조선 같은 경우는 의학이나 방역대책이 미약하기 때문에 확 풀어 헤치면 안 좋습니다.”
장마당에 나와 있는 물건이라 해봤자 텃밭에서 기른 채소 아니면 과일 정돕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의 밀수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식당주인
“밀수를 못하게 해요. 조선에서 딱 잘랐어요. 병 걸린다고... 그러니까 밀수도 못하지. 그 때는 조선 물건, 조갯살, 명태 이런 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어. 맛있어! 맛있단 말입니다. 조선명태, 조갯살이 맛있단 말입니다. 가져와서 여기서 팔았지. 그리고 여기 물건 옷이라든가 쌀, 이런 거. 조선명태하고 조갯살이 맛있었어. 그런데 다 못 건너온단 말이지...”
중국에서 밀수로 넘어오던 각종 공산품들이 끊어지면서 장마당은 예전의 활력을 잃었습니다. 백두산 근처에서 벌목한 목재들을 가공하는 작업장,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혜산은 산출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무도 거의 베어 먹고 광석도 없고... 수수께끼죠. 공장도 없고...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최근에서야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백성들은 다 돈 깔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14만 인구인데, 아! 17만 인구구나. 90%가 한 집에 한 명씩은 밖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송금으로) 밖에서 먹여살립니다.”
탈북자들이나 중국에 일하러 나간 사람들이 창바이현으로 송금해주는 돈이 1년에 중국 돈 1억 위안,
우리 돈 18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식당 주인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은행으로 들어옵니다. (브로커들이) 책임지고 은행에서 빼내가지고 책임지고 70%를 보내는 거죠. 1억 위안이라는 돈이 30%면 얼맙니까? 3천만 위안을 중간에서 하는 사람들이 먹고...”
접경지역보다 형편이 어려운 다른 지역에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2년전 창바이현에는 특이한 풍경구가 들어섰습니다. 북한 쪽으로 뻗은 거대한 교량 모양의 구조물,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압록강물이 아찔하게 흘러갑니다. 전망대 끝으로 가면 북한을 코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압록강가의 낡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는 대관람차도 있습니다. 대관람차를 타면 더 높은 곳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때 중국보다 잘 살았다는 북한, 요즘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덕 /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중국이 없으면 북한 입장에서 더욱 피폐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력만 해도 중국을 통해서 10만명이 정기적으로 외화를 송금해주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임가공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량 같은 것도 중국을 통해 상당부분 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없으면 미사일 부품과 재료 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KBS뉴스/
“미국 정부는 별도로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 40대 부부 최철민과 최은정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부품과 재료 조달에 깊이 관여했다는 겁니다.”
매튜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조달을 지원한 2명에게 제재를 부과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북한은 며칠 전 자칭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군(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으며 해당 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그러나 재발사 계획을 밝히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며칠 전, 몇 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북한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청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미 국무장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과 더불어 계속 조치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 많은 방어자산 배치와 군사훈련이 포함될 것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는 블링컨 장관의 기대와는 딴판입니다.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단둥의 북한 식당,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됐습니다.
흥겨운 공연이 벌어집니다. 첫 곡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 그 다음은 중국 노래, ‘항미원조가’. 한국전쟁 때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참전한 것을 찬양하는 노랩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올해로 70년, 미중 간의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동북아는 또다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취재기자: 박성래
촬영기자: 이재섭
영상편집: 이기승 강정희 이상미
자료조사: 정지윤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중국 옌지시,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눕습니다.” 정말로 북한에서 왔을까?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습니까?) 네.” 진맥과 진찰은 금방 끝났습니다. “지금 위, 담, 간, 장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 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들은 중국말 못합니까? 호호호!”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이 자금들을 북한은 어디다 쓰고 있을까? 벽에 걸린 북한 달력,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대북소식통/ “그 돈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
옌지는 젊은이들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한국으로,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떠나버렸습니다.
녹취) 식당 여주인
“여기는 돈벌이 할 데가 없으니 한국 갔지. 다 한국 갔다고... 돈벌이할 데가 있어? 없어. 다 아래(남쪽 대도시)로 돈벌이하러 가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몇 년새 옌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녹취) 연길 주민
“식당은 좀 크다하는 데는 다 걔들입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많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가기만 하면 걔네들입니다. 많아요. 어디든 괜찮다 하는 식당, 크다 하는 식당은 다 걔네들입니다.”
북한에서 온 젊은 여성 종업원들이 옌지에서 갑자기 늘었다는 얘기...
”그런데 걔네들 말을, 대화하기가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왔으니까...“
어디로 가면 많은지, 택시 기사한테 물어봤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연길에는 북한 종업원 식당이 많아요. OO 식당은 북한 종업원들만 있어요. (그렇군요. 아주 많아요. 연길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북한에서 연길로 넘어오는 경우요. 다들 일하러 오는 거죠. 연길 사람을 채용하면 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북한 종업원을 쓰면 임금이 더 적게 나가니까요.“
몇 년째 돌아가지 않고 옌지에서 있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몇 년 전에 제 택시에 탄 아가씨 손님은 업종을 바꿨더라고요. 혼자 다니질 않더라고요. 아마 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겠죠.“
택시기사가 일러준 식당. 출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집단출근은 아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이 가장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집단탈북입니다. 이것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외출을 시키고, 집단외출을 시키고 그 외에 외출을 시키지 말라.“
한국풍 인테리어에 한국식 돌솥밥을 파는 식당, 종업원들 절반 정도는 북한 종업원들입니다. 양꼬치를 파는 이 식당은 종업원들 거의 북한 여성들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은 옌지에서 온 노동력이 채우고, 그 빈자리를 북한 인력들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옌지 식당 주인
”지금 연길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 일꾼들이 한 5천명이 됩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단 먹고 살아야 되니까... 5천명이 이쪽에 잠겨 있습니다.“
옌지 인구는 약 50만 명, 100명 중 최소한 1명은 북한 인력이란 얘깁니다. 요 몇 년 새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취재진이 4년 전 취재했던 북한 노래주점, 중국에 나온 북한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상업대학을 졸업하고 왔다는 종업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엔 제재 때문에 모두들 곧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찾은 노래주점, 뜻밖에도, 종업원들은 취재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북 종업원
”옛날에 한 번 오셨댔지 않습니까? (네, 기억나요?) 네, 납니다. (그러면 오래 계셨네요. 여기) 오래는? 네, 한 3~4년 (그러니까 제가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2019년 11월이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때 오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안 나가신 거예요? 그때부터 아직도?) 네, 못 나갔습니다. (종업원2) 저녁에 오시면 우리 동무들 다 보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여기도 본 것 같아요) 네, 저도 인상이 있어서...“
유엔 제재로 철수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못 나갔다는 얘기..
녹취)북 종업원
”(그때 다 나가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거군요. 그 사람이 있을 텐데) 누구? (무슨 상업대학 다니다가 온...) OOO 동지, 아시잖습니까? (돌아간지 오래 됐습니다. (돌아갔어요?) 네 갔습니다. (평양 모란봉구역) 네 모란봉... (여기는 어디 분이신지?) 나는 모란봉입니다.“
대부분은 평양 출신들. 다른 지방 출신들은 가끔씩 있는 정돕니다.
녹취) 북 종업원
"(평양 아닌 사람 있어요?) 있습니다. (다들 평양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원산도 있고 청진도 있고..."
탈북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을 선발하다 보니 평양 출신이거나 지방이라도 당 중견간부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방은 뭐 10% 정도 밖에 안 되고 다 평양입니다. 다 평양입니다. 지방에서는 한 10% 정도만 나옵니다. (탈북하면 안 되니까 선발을 할 때도 굉장히 그런 거를 많이 보는 모양이네요.) 그렇죠. 선발할 때 무슨 가정적 토대를 많이 보고 그러니까 탈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기본원칙으로 ...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서 뭐 거의 고위급 간부 자녀들은 안 보내는 거고 그래 가지고 중견간부들 자녀들이 많이 가서 파견 나오는 걸로 보면 됩니다.“
원래는 3년 기한으로 나왔다가 벌써 6~7년이 된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20대 초반에 나와 30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녹취) 옌지 식당주인
“3년 나와 있는 것도 힘들죠. 24살에 와서 31살입니다. 아버지랑 얼마나 보고 싶겠나, 딸은? / 나올 때는 3년으로 나왔는데 집을 잊어버렸을 것 같아...”
몇 년째 못 만난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국경 마을로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식당주들은 털어놓습니다.
녹취)옌지 식당주인
“(압록강 마을로) 차를 몰고 갑니다. 미리 집하고 연락해 가지고... 강에 나와 가지고 빨래하는 것처럼 부모님들이 나온단 말입니다. 얘기도 못하고 그냥 북측의 강을 쳐다보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가슴 아프죠. 많습니다. 참, 민족의 아픔이랄까?”
그나마 최근에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조중국경에 경계가 철통같이 강화되면서
국경에 철조망들을 둘러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 사람들 자체가 강변에 못 나옵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강변에 나와서 빨래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 수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강변 자체를 못 나옵니다. 북한 내에 철조망 다 치고 심한 곳은 전기 철조망까지 있고 지뢰까지 했는데 어떻게 강변에 나옵니까? 지금은 이제 강변에 못 나옵니다.”
또 다른 문제는 7~8년째 못 돌아가다 보니 혼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은 솔직한 말로 여성들이 25살 지나면 노처녀라고 합니다. 노처녀라고 하면서 이제,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지는데, 그런데 이미 그런 단계를 다 지났고... 대신에 조금 이로운 점은 중국에 나와서 자기 시집갈 준비품은 마련했다. 돈은 벌었다. 그거 하나 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종업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30대, 40대까지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게 된다고? 부모들이 선을 봐서 결혼하라고 하면 하는 거 아닌가?) 보고 마음에 없으면 안 할 수도 있고.... (아, 안 할 수 있습니까?) 네~ 그런데 대체로 어머니 아버지가 가진 기준이 딱 맞지 말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니까...”
옌지에서는 예식장을 혼례청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한국식으로 웨딩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혼 축하 연주가 한창입니다. 실내 장식부터, 화려한 조명, 하객들이 둘러앉은 둥근 테이블까지, 한국의 어느 웨딩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됐습니다. 결혼식에 어울리는 한국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잔치는 흥겹습니다.
화려한 잔치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부지런히 음식을 실어다 나르고, 양손에 접시 하나씩을 들고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본인들도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북한 여종업원들입니다.
옌지 서시장에서 북한 여성들은 금세 눈에 띕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더니,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고, 또 종종걸음을 합니다. 쇼핑도 속도전일까? 한 달에 한 번쯤밖에 없는
외출시간이라, 언제나 마음이 바쁩니다. 중국에서 힘들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 명이 받는 돈이 중국돈 3천 위안(약 53만원)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절반, 50%는 무조건 혁명자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1500위안은 혁명자금으로 납부하고, 그리고 자기네 파견기관에 납부해야 되는 돈이 중국 돈 200위안 내지 300위안은 무조건 납부해야 됩니다. 어쨌든 그거를 모아놓은 거를 다 떼고 나면 본인한테 차려지는 돈이 중국 돈으로 700(12만 5천원) 내지는 800위안이 차려집니다.”
몇 명이나 될까? 옌지에서는 주로 미혼여성들 5천 명 정도가 서비스업종에서 일합니다. 인근지역의 공장에는 기혼여성들이 많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미혼 여성들이라는 거는 대체로 식당 나와 있는 젊은 아가씨들이 상업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지금 나와 있는 성원들이 좀 있고, 그 외에 공장에는 100% 기혼 여성들입니다.”
모두 합치면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노동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금 현재 제일 많은 데가 지금 단둥, 단둥에 약 4만 8천명 정도고 나와 있고 지린성에 옌볜지구라든가 훈춘 이쪽에 지금 4,5만명 된다고 하고, 그리고 아래 다롄, 칭다오 상하이 이쪽에 지금 다해서 도합 12만 내지 14만 정도가 지금 중국에 있다, 지금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유엔 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갔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유엔제재가 있기 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국경을 봉쇄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권역별로 모아놓아놓은 거죠. 동북 쪽은 연길에 모아놓고, 심양 이남은 단동 쪽에 모아 놓고...”
어림잡아도 1년에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소득원은 무기수출, 달러 위조, 마약밀매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화소득원들이 대부분 막히면서 인력송출이 북한에서 두 번째 정도로 큰 외화소득원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이렇게 여러 가지 주 수입이 있었는데 그거를 지금 세계가 도맡아서 봉쇄하고 나니까 그전에는 해외 근로자들이 나와서 버는 돈은 껌딱지였습니다. 그게 무슨 당이 그 돈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돈이 가장 중요한 외화의 원천이 됐으니까... ”
더 큰 돈을 벌어주는 인력들도 있습니다.
옌지의 한 종합병원. 북한에서 온 한의사가 진맥을 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조선의사가 잘 한다던데 북조선 의사 있나요?) 여의사. (북한에서 왔다던데) 있어요. 3층에 있어요. (문진은 잘 해요?) 네, 진맥 진맥..."
3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10번 들어오세요."
안에서 번호를 부르면 한 명씩 들어갑니다. 진료실 문밖에 한의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름과 함께 ‘평양의과대학 졸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평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모든 의과대학들에 동의학과가 따로 있고 임상의학과 동의과 내과 뭐 이렇게 따로 있지만 동의과가 따로 있어 가지고 그거를 졸업하면 동의학 의사가 됩니다."
일반 노동자들과 다른 특권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가장 중요한 거는 이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잖습니까? (가족들을 데리고?) 네, 독립적으로 행동을 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돈을 많이 버니까?) 네. 이 사람들은 몇 천 위안이 아니지. 만 단위로 가지. 만도 몇 십만, 몇 백만으로 하는 사람들..."
진맥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세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2끼를 먹어요. 힘들더라고요.)"
잠시 맥을 짚어보더니,
"여기 눕습니다. 149, 155..."
혈압이 높다고 합니다.
“(소화와 관련이 있나요, 그게?) 많이 관련이 있습니다.”
어딘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혈압 높은 건 왜 그런거죠?)콩팥 때문에 그렇습니다. 콩팥."
진찰과 진맥을 끝내더니 결과를 설명해줍니다.
"여기가 페이(폐: 肺), 요거는 창(장), 요거는 깐(간), 다낭, 담하고 담낭맥입니다. 여기가 신(腎) 콩팥, 여기서 액을 내보내고... 그리고 여과장치... 지금 위 담 간 장 쓴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그런데 얘가 제일 나쁩니다. 간, 담 (저는 술을 안 마시거든요.) 네 위 장 신, 콩팥이죠. 콩팥. 요렇게 나쁩니다.“
이쯤에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정말로 평양에서 왔냐고.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나요?) 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은 중국말 못하나요? 호호호! (의사니까 의사들은 못할 수도 있죠) 그런가요? 호호호!“
내장이 모두 안 좋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으셔야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계시나요? (아닙니다 한국 왔다갔다 하다보니까...)그러니까 치료 받을 시간이 좀 있습니까? 분명히 나을 수 있어요. 탕약으로... (탕약을 먹어야 되나요?) 탕약 먹어야 됩니다.”
계속해서 탕약을 권합니다.
"(탕약을 얼마나 먹어야 됩니까?) 제 생각에는 30일. (한 달이요?) 네. (그만큼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습니까? 병이 그만큼 오래 됐습니다. 치료 안 하고 그냥 놔두면 그 상태로 계속 악화되잖아요?“
고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일주일로 줄여줍니다.
“체질을 보고 약을 떼서 한 주일 동안 잡숴보고, 효과가 좋지 않습니까? 소화도 잘 되고 변도 잘 나가고, 그렇게 하면 많이 떼 간단 말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안 떼 줍니다. 한 주일 거만 떼줍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1일 양츠(두 번 먹고), 1일 시츠(네 번 먹고) 여기 다 표시가 있습니다.”
진맥을 마치고 탕약을 받으러 갔습니다.
“(얼마인가요?) 천8백위안(한화 약 32만원)입니다.”
일주일치 약이 한국 돈으로 약 32만원입니다.
인터뷰) 김형덕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분들 한 달 월급이 3천위안에서 3천5백 위안인데, 그런데 의료의 경우는 10분에서 15분 진료해서 1800위안입니다. 그러니까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일반 근로자를 파견해서 벌 수 있는 돈의 몇 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굉장히 고소득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죠.”
다른 환자들을 촬영하러 3층으로 다시 올라가봤습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탕약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때까지 많이 해봤을 거 아닙니까? 안 됩니다, 이거는... 무조건 약 잡숴야 돼요. (7일치만 먹으면 되나요?) 안 되죠. 당연하게... 잡숫고 또 오셔야지... 매번 약이 다릅니다. 똑같은 약 먹으면 간에도 나빠요...”
녹취)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자기네 수입의 50%를 무조건 납부해야 하니까...”
나가다 보니 벽에 붙은 북한 달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이 얼마 전에 공개한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로켓 한 발에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우리돈 260억 원에서 385억 원이 들 거라고 추산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벌어다주는 액수와 얼추 비슷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1인당 버는 돈의 50%가 혁명자금으로 들어가는 게 그 돈입니다. 그러니까 10만명이 한 달에 1,000위안씩만 바쳐도 그 돈이 어딥니까?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것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숲, 6월의 백두산 자락은 초여름 기운이 완연합니다.북한과의 접경지대로 달리자 현대식 검문소가 나타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던 시설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백두산이요)”
몇 년 전엔 형식적인 검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에 연락처는요? (없어요.) 없으시군요. 그러면 옆의 분 연락처를 주시죠. (한국인 말고 다른 외국인한테도 이렇게 검문하나요?) 네, 여기는 접경지역이니까요. 여권을 지참한 모든 외국인은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저희는 전혀 차별하지 않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여행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중국 공안의 자동차가 취재진을 뒤따라 오고 있었습니다.공안의 차가 사라지자, 정체 불명의 승용차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밤낮으로 며칠 동안
수백 킬로미터를 따라왔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 역내에서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가서 촬영사업을 한다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이거를 단속하게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탈북자 브로커들을 인솔해 가는 거는 무조건 잡게끔 그렇게까지 지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바이현,압록강 건너편은 북한 혜산입니다. 북한 서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장마당은 어딘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우리의 시장과 많이 닮았습니다.
머리 위에 광주리를 아슬아슬 이고 가는 여성들, 아기를 업고 장에 나온 엄마는 물건값만 물어보고는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오토바이, 파란 핸드백 여성을 거의 칠 뻔했습니다. 오히려 역정을 내는 오토바이 아저씨, 그러든지 말든지, 여성은 가던 길을 갑니다.
자세히 보면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는 겁니다.
녹취) 식당주인
“여기(중국)도 노인들 병에 걸려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폐가 하얗게 돼 버립니다. 속수무책입니다. 약도 없고... 조선 같은 경우는 의학이나 방역대책이 미약하기 때문에 확 풀어 헤치면 안 좋습니다.”
장마당에 나와 있는 물건이라 해봤자 텃밭에서 기른 채소 아니면 과일 정돕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의 밀수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식당주인
“밀수를 못하게 해요. 조선에서 딱 잘랐어요. 병 걸린다고... 그러니까 밀수도 못하지. 그 때는 조선 물건, 조갯살, 명태 이런 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어. 맛있어! 맛있단 말입니다. 조선명태, 조갯살이 맛있단 말입니다. 가져와서 여기서 팔았지. 그리고 여기 물건 옷이라든가 쌀, 이런 거. 조선명태하고 조갯살이 맛있었어. 그런데 다 못 건너온단 말이지...”
중국에서 밀수로 넘어오던 각종 공산품들이 끊어지면서 장마당은 예전의 활력을 잃었습니다. 백두산 근처에서 벌목한 목재들을 가공하는 작업장,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혜산은 산출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무도 거의 베어 먹고 광석도 없고... 수수께끼죠. 공장도 없고...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최근에서야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백성들은 다 돈 깔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14만 인구인데, 아! 17만 인구구나. 90%가 한 집에 한 명씩은 밖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송금으로) 밖에서 먹여살립니다.”
탈북자들이나 중국에 일하러 나간 사람들이 창바이현으로 송금해주는 돈이 1년에 중국 돈 1억 위안,
우리 돈 18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식당 주인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은행으로 들어옵니다. (브로커들이) 책임지고 은행에서 빼내가지고 책임지고 70%를 보내는 거죠. 1억 위안이라는 돈이 30%면 얼맙니까? 3천만 위안을 중간에서 하는 사람들이 먹고...”
접경지역보다 형편이 어려운 다른 지역에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2년전 창바이현에는 특이한 풍경구가 들어섰습니다. 북한 쪽으로 뻗은 거대한 교량 모양의 구조물,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압록강물이 아찔하게 흘러갑니다. 전망대 끝으로 가면 북한을 코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압록강가의 낡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는 대관람차도 있습니다. 대관람차를 타면 더 높은 곳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때 중국보다 잘 살았다는 북한, 요즘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덕 /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중국이 없으면 북한 입장에서 더욱 피폐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력만 해도 중국을 통해서 10만명이 정기적으로 외화를 송금해주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임가공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량 같은 것도 중국을 통해 상당부분 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없으면 미사일 부품과 재료 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KBS뉴스/
“미국 정부는 별도로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 40대 부부 최철민과 최은정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부품과 재료 조달에 깊이 관여했다는 겁니다.”
매튜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조달을 지원한 2명에게 제재를 부과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북한은 며칠 전 자칭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군(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으며 해당 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그러나 재발사 계획을 밝히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며칠 전, 몇 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북한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청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미 국무장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과 더불어 계속 조치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 많은 방어자산 배치와 군사훈련이 포함될 것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는 블링컨 장관의 기대와는 딴판입니다.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단둥의 북한 식당,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됐습니다.
흥겨운 공연이 벌어집니다. 첫 곡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 그 다음은 중국 노래, ‘항미원조가’. 한국전쟁 때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참전한 것을 찬양하는 노랩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올해로 70년, 미중 간의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동북아는 또다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취재기자: 박성래
촬영기자: 이재섭
영상편집: 이기승 강정희 이상미
자료조사: 정지윤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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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층시사국] <6.25 특집 르포> 北 인력송출과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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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25 23:13:52
- 수정2023-06-26 00:08:00
[9층시사국 21회] <6.25 특집 르포> 北 인력송출과 미사일
옌지는 젊은이들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한국으로,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떠나버렸습니다.
녹취) 식당 여주인
“여기는 돈벌이 할 데가 없으니 한국 갔지. 다 한국 갔다고... 돈벌이할 데가 있어? 없어. 다 아래(남쪽 대도시)로 돈벌이하러 가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몇 년새 옌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녹취) 연길 주민
“식당은 좀 크다하는 데는 다 걔들입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많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가기만 하면 걔네들입니다. 많아요. 어디든 괜찮다 하는 식당, 크다 하는 식당은 다 걔네들입니다.”
북한에서 온 젊은 여성 종업원들이 옌지에서 갑자기 늘었다는 얘기...
”그런데 걔네들 말을, 대화하기가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왔으니까...“
어디로 가면 많은지, 택시 기사한테 물어봤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연길에는 북한 종업원 식당이 많아요. OO 식당은 북한 종업원들만 있어요. (그렇군요. 아주 많아요. 연길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북한에서 연길로 넘어오는 경우요. 다들 일하러 오는 거죠. 연길 사람을 채용하면 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북한 종업원을 쓰면 임금이 더 적게 나가니까요.“
몇 년째 돌아가지 않고 옌지에서 있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몇 년 전에 제 택시에 탄 아가씨 손님은 업종을 바꿨더라고요. 혼자 다니질 않더라고요. 아마 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겠죠.“
택시기사가 일러준 식당. 출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집단출근은 아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이 가장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집단탈북입니다. 이것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외출을 시키고, 집단외출을 시키고 그 외에 외출을 시키지 말라.“
한국풍 인테리어에 한국식 돌솥밥을 파는 식당, 종업원들 절반 정도는 북한 종업원들입니다. 양꼬치를 파는 이 식당은 종업원들 거의 북한 여성들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은 옌지에서 온 노동력이 채우고, 그 빈자리를 북한 인력들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옌지 식당 주인
”지금 연길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 일꾼들이 한 5천명이 됩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단 먹고 살아야 되니까... 5천명이 이쪽에 잠겨 있습니다.“
옌지 인구는 약 50만 명, 100명 중 최소한 1명은 북한 인력이란 얘깁니다. 요 몇 년 새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취재진이 4년 전 취재했던 북한 노래주점, 중국에 나온 북한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상업대학을 졸업하고 왔다는 종업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엔 제재 때문에 모두들 곧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찾은 노래주점, 뜻밖에도, 종업원들은 취재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북 종업원
”옛날에 한 번 오셨댔지 않습니까? (네, 기억나요?) 네, 납니다. (그러면 오래 계셨네요. 여기) 오래는? 네, 한 3~4년 (그러니까 제가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2019년 11월이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때 오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안 나가신 거예요? 그때부터 아직도?) 네, 못 나갔습니다. (종업원2) 저녁에 오시면 우리 동무들 다 보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여기도 본 것 같아요) 네, 저도 인상이 있어서...“
유엔 제재로 철수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못 나갔다는 얘기..
녹취)북 종업원
”(그때 다 나가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거군요. 그 사람이 있을 텐데) 누구? (무슨 상업대학 다니다가 온...) OOO 동지, 아시잖습니까? (돌아간지 오래 됐습니다. (돌아갔어요?) 네 갔습니다. (평양 모란봉구역) 네 모란봉... (여기는 어디 분이신지?) 나는 모란봉입니다.“
대부분은 평양 출신들. 다른 지방 출신들은 가끔씩 있는 정돕니다.
녹취) 북 종업원
"(평양 아닌 사람 있어요?) 있습니다. (다들 평양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원산도 있고 청진도 있고..."
탈북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을 선발하다 보니 평양 출신이거나 지방이라도 당 중견간부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방은 뭐 10% 정도 밖에 안 되고 다 평양입니다. 다 평양입니다. 지방에서는 한 10% 정도만 나옵니다. (탈북하면 안 되니까 선발을 할 때도 굉장히 그런 거를 많이 보는 모양이네요.) 그렇죠. 선발할 때 무슨 가정적 토대를 많이 보고 그러니까 탈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기본원칙으로 ...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서 뭐 거의 고위급 간부 자녀들은 안 보내는 거고 그래 가지고 중견간부들 자녀들이 많이 가서 파견 나오는 걸로 보면 됩니다.“
원래는 3년 기한으로 나왔다가 벌써 6~7년이 된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20대 초반에 나와 30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녹취) 옌지 식당주인
“3년 나와 있는 것도 힘들죠. 24살에 와서 31살입니다. 아버지랑 얼마나 보고 싶겠나, 딸은? / 나올 때는 3년으로 나왔는데 집을 잊어버렸을 것 같아...”
몇 년째 못 만난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국경 마을로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식당주들은 털어놓습니다.
녹취)옌지 식당주인
“(압록강 마을로) 차를 몰고 갑니다. 미리 집하고 연락해 가지고... 강에 나와 가지고 빨래하는 것처럼 부모님들이 나온단 말입니다. 얘기도 못하고 그냥 북측의 강을 쳐다보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가슴 아프죠. 많습니다. 참, 민족의 아픔이랄까?”
그나마 최근에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조중국경에 경계가 철통같이 강화되면서
국경에 철조망들을 둘러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 사람들 자체가 강변에 못 나옵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강변에 나와서 빨래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 수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강변 자체를 못 나옵니다. 북한 내에 철조망 다 치고 심한 곳은 전기 철조망까지 있고 지뢰까지 했는데 어떻게 강변에 나옵니까? 지금은 이제 강변에 못 나옵니다.”
또 다른 문제는 7~8년째 못 돌아가다 보니 혼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은 솔직한 말로 여성들이 25살 지나면 노처녀라고 합니다. 노처녀라고 하면서 이제,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지는데, 그런데 이미 그런 단계를 다 지났고... 대신에 조금 이로운 점은 중국에 나와서 자기 시집갈 준비품은 마련했다. 돈은 벌었다. 그거 하나 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종업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30대, 40대까지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게 된다고? 부모들이 선을 봐서 결혼하라고 하면 하는 거 아닌가?) 보고 마음에 없으면 안 할 수도 있고.... (아, 안 할 수 있습니까?) 네~ 그런데 대체로 어머니 아버지가 가진 기준이 딱 맞지 말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니까...”
옌지에서는 예식장을 혼례청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한국식으로 웨딩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혼 축하 연주가 한창입니다. 실내 장식부터, 화려한 조명, 하객들이 둘러앉은 둥근 테이블까지, 한국의 어느 웨딩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됐습니다. 결혼식에 어울리는 한국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잔치는 흥겹습니다.
화려한 잔치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부지런히 음식을 실어다 나르고, 양손에 접시 하나씩을 들고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본인들도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북한 여종업원들입니다.
옌지 서시장에서 북한 여성들은 금세 눈에 띕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더니,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고, 또 종종걸음을 합니다. 쇼핑도 속도전일까? 한 달에 한 번쯤밖에 없는
외출시간이라, 언제나 마음이 바쁩니다. 중국에서 힘들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 명이 받는 돈이 중국돈 3천 위안(약 53만원)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절반, 50%는 무조건 혁명자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1500위안은 혁명자금으로 납부하고, 그리고 자기네 파견기관에 납부해야 되는 돈이 중국 돈 200위안 내지 300위안은 무조건 납부해야 됩니다. 어쨌든 그거를 모아놓은 거를 다 떼고 나면 본인한테 차려지는 돈이 중국 돈으로 700(12만 5천원) 내지는 800위안이 차려집니다.”
몇 명이나 될까? 옌지에서는 주로 미혼여성들 5천 명 정도가 서비스업종에서 일합니다. 인근지역의 공장에는 기혼여성들이 많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미혼 여성들이라는 거는 대체로 식당 나와 있는 젊은 아가씨들이 상업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지금 나와 있는 성원들이 좀 있고, 그 외에 공장에는 100% 기혼 여성들입니다.”
모두 합치면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노동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금 현재 제일 많은 데가 지금 단둥, 단둥에 약 4만 8천명 정도고 나와 있고 지린성에 옌볜지구라든가 훈춘 이쪽에 지금 4,5만명 된다고 하고, 그리고 아래 다롄, 칭다오 상하이 이쪽에 지금 다해서 도합 12만 내지 14만 정도가 지금 중국에 있다, 지금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유엔 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갔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유엔제재가 있기 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국경을 봉쇄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권역별로 모아놓아놓은 거죠. 동북 쪽은 연길에 모아놓고, 심양 이남은 단동 쪽에 모아 놓고...”
어림잡아도 1년에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소득원은 무기수출, 달러 위조, 마약밀매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화소득원들이 대부분 막히면서 인력송출이 북한에서 두 번째 정도로 큰 외화소득원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이렇게 여러 가지 주 수입이 있었는데 그거를 지금 세계가 도맡아서 봉쇄하고 나니까 그전에는 해외 근로자들이 나와서 버는 돈은 껌딱지였습니다. 그게 무슨 당이 그 돈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돈이 가장 중요한 외화의 원천이 됐으니까... ”
더 큰 돈을 벌어주는 인력들도 있습니다.
옌지의 한 종합병원. 북한에서 온 한의사가 진맥을 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조선의사가 잘 한다던데 북조선 의사 있나요?) 여의사. (북한에서 왔다던데) 있어요. 3층에 있어요. (문진은 잘 해요?) 네, 진맥 진맥..."
3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10번 들어오세요."
안에서 번호를 부르면 한 명씩 들어갑니다. 진료실 문밖에 한의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름과 함께 ‘평양의과대학 졸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평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모든 의과대학들에 동의학과가 따로 있고 임상의학과 동의과 내과 뭐 이렇게 따로 있지만 동의과가 따로 있어 가지고 그거를 졸업하면 동의학 의사가 됩니다."
일반 노동자들과 다른 특권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가장 중요한 거는 이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잖습니까? (가족들을 데리고?) 네, 독립적으로 행동을 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돈을 많이 버니까?) 네. 이 사람들은 몇 천 위안이 아니지. 만 단위로 가지. 만도 몇 십만, 몇 백만으로 하는 사람들..."
진맥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세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2끼를 먹어요. 힘들더라고요.)"
잠시 맥을 짚어보더니,
"여기 눕습니다. 149, 155..."
혈압이 높다고 합니다.
“(소화와 관련이 있나요, 그게?) 많이 관련이 있습니다.”
어딘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혈압 높은 건 왜 그런거죠?)콩팥 때문에 그렇습니다. 콩팥."
진찰과 진맥을 끝내더니 결과를 설명해줍니다.
"여기가 페이(폐: 肺), 요거는 창(장), 요거는 깐(간), 다낭, 담하고 담낭맥입니다. 여기가 신(腎) 콩팥, 여기서 액을 내보내고... 그리고 여과장치... 지금 위 담 간 장 쓴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그런데 얘가 제일 나쁩니다. 간, 담 (저는 술을 안 마시거든요.) 네 위 장 신, 콩팥이죠. 콩팥. 요렇게 나쁩니다.“
이쯤에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정말로 평양에서 왔냐고.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나요?) 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은 중국말 못하나요? 호호호! (의사니까 의사들은 못할 수도 있죠) 그런가요? 호호호!“
내장이 모두 안 좋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으셔야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계시나요? (아닙니다 한국 왔다갔다 하다보니까...)그러니까 치료 받을 시간이 좀 있습니까? 분명히 나을 수 있어요. 탕약으로... (탕약을 먹어야 되나요?) 탕약 먹어야 됩니다.”
계속해서 탕약을 권합니다.
"(탕약을 얼마나 먹어야 됩니까?) 제 생각에는 30일. (한 달이요?) 네. (그만큼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습니까? 병이 그만큼 오래 됐습니다. 치료 안 하고 그냥 놔두면 그 상태로 계속 악화되잖아요?“
고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일주일로 줄여줍니다.
“체질을 보고 약을 떼서 한 주일 동안 잡숴보고, 효과가 좋지 않습니까? 소화도 잘 되고 변도 잘 나가고, 그렇게 하면 많이 떼 간단 말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안 떼 줍니다. 한 주일 거만 떼줍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1일 양츠(두 번 먹고), 1일 시츠(네 번 먹고) 여기 다 표시가 있습니다.”
진맥을 마치고 탕약을 받으러 갔습니다.
“(얼마인가요?) 천8백위안(한화 약 32만원)입니다.”
일주일치 약이 한국 돈으로 약 32만원입니다.
인터뷰) 김형덕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분들 한 달 월급이 3천위안에서 3천5백 위안인데, 그런데 의료의 경우는 10분에서 15분 진료해서 1800위안입니다. 그러니까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일반 근로자를 파견해서 벌 수 있는 돈의 몇 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굉장히 고소득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죠.”
다른 환자들을 촬영하러 3층으로 다시 올라가봤습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탕약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때까지 많이 해봤을 거 아닙니까? 안 됩니다, 이거는... 무조건 약 잡숴야 돼요. (7일치만 먹으면 되나요?) 안 되죠. 당연하게... 잡숫고 또 오셔야지... 매번 약이 다릅니다. 똑같은 약 먹으면 간에도 나빠요...”
녹취)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자기네 수입의 50%를 무조건 납부해야 하니까...”
나가다 보니 벽에 붙은 북한 달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이 얼마 전에 공개한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로켓 한 발에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우리돈 260억 원에서 385억 원이 들 거라고 추산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벌어다주는 액수와 얼추 비슷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1인당 버는 돈의 50%가 혁명자금으로 들어가는 게 그 돈입니다. 그러니까 10만명이 한 달에 1,000위안씩만 바쳐도 그 돈이 어딥니까?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것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숲, 6월의 백두산 자락은 초여름 기운이 완연합니다.북한과의 접경지대로 달리자 현대식 검문소가 나타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던 시설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백두산이요)”
몇 년 전엔 형식적인 검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에 연락처는요? (없어요.) 없으시군요. 그러면 옆의 분 연락처를 주시죠. (한국인 말고 다른 외국인한테도 이렇게 검문하나요?) 네, 여기는 접경지역이니까요. 여권을 지참한 모든 외국인은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저희는 전혀 차별하지 않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여행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중국 공안의 자동차가 취재진을 뒤따라 오고 있었습니다.공안의 차가 사라지자, 정체 불명의 승용차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밤낮으로 며칠 동안
수백 킬로미터를 따라왔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 역내에서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가서 촬영사업을 한다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이거를 단속하게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탈북자 브로커들을 인솔해 가는 거는 무조건 잡게끔 그렇게까지 지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바이현,압록강 건너편은 북한 혜산입니다. 북한 서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장마당은 어딘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우리의 시장과 많이 닮았습니다.
머리 위에 광주리를 아슬아슬 이고 가는 여성들, 아기를 업고 장에 나온 엄마는 물건값만 물어보고는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오토바이, 파란 핸드백 여성을 거의 칠 뻔했습니다. 오히려 역정을 내는 오토바이 아저씨, 그러든지 말든지, 여성은 가던 길을 갑니다.
자세히 보면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는 겁니다.
녹취) 식당주인
“여기(중국)도 노인들 병에 걸려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폐가 하얗게 돼 버립니다. 속수무책입니다. 약도 없고... 조선 같은 경우는 의학이나 방역대책이 미약하기 때문에 확 풀어 헤치면 안 좋습니다.”
장마당에 나와 있는 물건이라 해봤자 텃밭에서 기른 채소 아니면 과일 정돕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의 밀수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식당주인
“밀수를 못하게 해요. 조선에서 딱 잘랐어요. 병 걸린다고... 그러니까 밀수도 못하지. 그 때는 조선 물건, 조갯살, 명태 이런 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어. 맛있어! 맛있단 말입니다. 조선명태, 조갯살이 맛있단 말입니다. 가져와서 여기서 팔았지. 그리고 여기 물건 옷이라든가 쌀, 이런 거. 조선명태하고 조갯살이 맛있었어. 그런데 다 못 건너온단 말이지...”
중국에서 밀수로 넘어오던 각종 공산품들이 끊어지면서 장마당은 예전의 활력을 잃었습니다. 백두산 근처에서 벌목한 목재들을 가공하는 작업장,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혜산은 산출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무도 거의 베어 먹고 광석도 없고... 수수께끼죠. 공장도 없고...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최근에서야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백성들은 다 돈 깔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14만 인구인데, 아! 17만 인구구나. 90%가 한 집에 한 명씩은 밖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송금으로) 밖에서 먹여살립니다.”
탈북자들이나 중국에 일하러 나간 사람들이 창바이현으로 송금해주는 돈이 1년에 중국 돈 1억 위안,
우리 돈 18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식당 주인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은행으로 들어옵니다. (브로커들이) 책임지고 은행에서 빼내가지고 책임지고 70%를 보내는 거죠. 1억 위안이라는 돈이 30%면 얼맙니까? 3천만 위안을 중간에서 하는 사람들이 먹고...”
접경지역보다 형편이 어려운 다른 지역에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2년전 창바이현에는 특이한 풍경구가 들어섰습니다. 북한 쪽으로 뻗은 거대한 교량 모양의 구조물,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압록강물이 아찔하게 흘러갑니다. 전망대 끝으로 가면 북한을 코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압록강가의 낡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는 대관람차도 있습니다. 대관람차를 타면 더 높은 곳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때 중국보다 잘 살았다는 북한, 요즘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덕 /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중국이 없으면 북한 입장에서 더욱 피폐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력만 해도 중국을 통해서 10만명이 정기적으로 외화를 송금해주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임가공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량 같은 것도 중국을 통해 상당부분 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없으면 미사일 부품과 재료 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KBS뉴스/
“미국 정부는 별도로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 40대 부부 최철민과 최은정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부품과 재료 조달에 깊이 관여했다는 겁니다.”
매튜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조달을 지원한 2명에게 제재를 부과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북한은 며칠 전 자칭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군(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으며 해당 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그러나 재발사 계획을 밝히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며칠 전, 몇 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북한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청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미 국무장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과 더불어 계속 조치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 많은 방어자산 배치와 군사훈련이 포함될 것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는 블링컨 장관의 기대와는 딴판입니다.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단둥의 북한 식당,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됐습니다.
흥겨운 공연이 벌어집니다. 첫 곡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 그 다음은 중국 노래, ‘항미원조가’. 한국전쟁 때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참전한 것을 찬양하는 노랩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올해로 70년, 미중 간의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동북아는 또다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취재기자: 박성래
촬영기자: 이재섭
영상편집: 이기승 강정희 이상미
자료조사: 정지윤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중국 옌지시,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눕습니다.” 정말로 북한에서 왔을까?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습니까?) 네.” 진맥과 진찰은 금방 끝났습니다. “지금 위, 담, 간, 장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 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들은 중국말 못합니까? 호호호!”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이 자금들을 북한은 어디다 쓰고 있을까? 벽에 걸린 북한 달력,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대북소식통/ “그 돈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
옌지는 젊은이들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한국으로,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떠나버렸습니다.
녹취) 식당 여주인
“여기는 돈벌이 할 데가 없으니 한국 갔지. 다 한국 갔다고... 돈벌이할 데가 있어? 없어. 다 아래(남쪽 대도시)로 돈벌이하러 가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몇 년새 옌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녹취) 연길 주민
“식당은 좀 크다하는 데는 다 걔들입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많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가기만 하면 걔네들입니다. 많아요. 어디든 괜찮다 하는 식당, 크다 하는 식당은 다 걔네들입니다.”
북한에서 온 젊은 여성 종업원들이 옌지에서 갑자기 늘었다는 얘기...
”그런데 걔네들 말을, 대화하기가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왔으니까...“
어디로 가면 많은지, 택시 기사한테 물어봤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연길에는 북한 종업원 식당이 많아요. OO 식당은 북한 종업원들만 있어요. (그렇군요. 아주 많아요. 연길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북한에서 연길로 넘어오는 경우요. 다들 일하러 오는 거죠. 연길 사람을 채용하면 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북한 종업원을 쓰면 임금이 더 적게 나가니까요.“
몇 년째 돌아가지 않고 옌지에서 있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몇 년 전에 제 택시에 탄 아가씨 손님은 업종을 바꿨더라고요. 혼자 다니질 않더라고요. 아마 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겠죠.“
택시기사가 일러준 식당. 출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집단출근은 아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이 가장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집단탈북입니다. 이것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외출을 시키고, 집단외출을 시키고 그 외에 외출을 시키지 말라.“
한국풍 인테리어에 한국식 돌솥밥을 파는 식당, 종업원들 절반 정도는 북한 종업원들입니다. 양꼬치를 파는 이 식당은 종업원들 거의 북한 여성들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은 옌지에서 온 노동력이 채우고, 그 빈자리를 북한 인력들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녹취) 옌지 식당 주인
”지금 연길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 일꾼들이 한 5천명이 됩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단 먹고 살아야 되니까... 5천명이 이쪽에 잠겨 있습니다.“
옌지 인구는 약 50만 명, 100명 중 최소한 1명은 북한 인력이란 얘깁니다. 요 몇 년 새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취재진이 4년 전 취재했던 북한 노래주점, 중국에 나온 북한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상업대학을 졸업하고 왔다는 종업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엔 제재 때문에 모두들 곧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찾은 노래주점, 뜻밖에도, 종업원들은 취재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북 종업원
”옛날에 한 번 오셨댔지 않습니까? (네, 기억나요?) 네, 납니다. (그러면 오래 계셨네요. 여기) 오래는? 네, 한 3~4년 (그러니까 제가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2019년 11월이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때 오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안 나가신 거예요? 그때부터 아직도?) 네, 못 나갔습니다. (종업원2) 저녁에 오시면 우리 동무들 다 보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여기도 본 것 같아요) 네, 저도 인상이 있어서...“
유엔 제재로 철수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못 나갔다는 얘기..
녹취)북 종업원
”(그때 다 나가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거군요. 그 사람이 있을 텐데) 누구? (무슨 상업대학 다니다가 온...) OOO 동지, 아시잖습니까? (돌아간지 오래 됐습니다. (돌아갔어요?) 네 갔습니다. (평양 모란봉구역) 네 모란봉... (여기는 어디 분이신지?) 나는 모란봉입니다.“
대부분은 평양 출신들. 다른 지방 출신들은 가끔씩 있는 정돕니다.
녹취) 북 종업원
"(평양 아닌 사람 있어요?) 있습니다. (다들 평양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원산도 있고 청진도 있고..."
탈북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을 선발하다 보니 평양 출신이거나 지방이라도 당 중견간부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방은 뭐 10% 정도 밖에 안 되고 다 평양입니다. 다 평양입니다. 지방에서는 한 10% 정도만 나옵니다. (탈북하면 안 되니까 선발을 할 때도 굉장히 그런 거를 많이 보는 모양이네요.) 그렇죠. 선발할 때 무슨 가정적 토대를 많이 보고 그러니까 탈북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기본원칙으로 ...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서 뭐 거의 고위급 간부 자녀들은 안 보내는 거고 그래 가지고 중견간부들 자녀들이 많이 가서 파견 나오는 걸로 보면 됩니다.“
원래는 3년 기한으로 나왔다가 벌써 6~7년이 된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20대 초반에 나와 30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녹취) 옌지 식당주인
“3년 나와 있는 것도 힘들죠. 24살에 와서 31살입니다. 아버지랑 얼마나 보고 싶겠나, 딸은? / 나올 때는 3년으로 나왔는데 집을 잊어버렸을 것 같아...”
몇 년째 못 만난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국경 마을로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식당주들은 털어놓습니다.
녹취)옌지 식당주인
“(압록강 마을로) 차를 몰고 갑니다. 미리 집하고 연락해 가지고... 강에 나와 가지고 빨래하는 것처럼 부모님들이 나온단 말입니다. 얘기도 못하고 그냥 북측의 강을 쳐다보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가슴 아프죠. 많습니다. 참, 민족의 아픔이랄까?”
그나마 최근에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조중국경에 경계가 철통같이 강화되면서
국경에 철조망들을 둘러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 사람들 자체가 강변에 못 나옵니다. 그 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강변에 나와서 빨래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 수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강변 자체를 못 나옵니다. 북한 내에 철조망 다 치고 심한 곳은 전기 철조망까지 있고 지뢰까지 했는데 어떻게 강변에 나옵니까? 지금은 이제 강변에 못 나옵니다.”
또 다른 문제는 7~8년째 못 돌아가다 보니 혼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녹취) 대북소식통
“북한은 솔직한 말로 여성들이 25살 지나면 노처녀라고 합니다. 노처녀라고 하면서 이제,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지는데, 그런데 이미 그런 단계를 다 지났고... 대신에 조금 이로운 점은 중국에 나와서 자기 시집갈 준비품은 마련했다. 돈은 벌었다. 그거 하나 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종업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30대, 40대까지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게 된다고? 부모들이 선을 봐서 결혼하라고 하면 하는 거 아닌가?) 보고 마음에 없으면 안 할 수도 있고.... (아, 안 할 수 있습니까?) 네~ 그런데 대체로 어머니 아버지가 가진 기준이 딱 맞지 말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니까...”
옌지에서는 예식장을 혼례청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한국식으로 웨딩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혼 축하 연주가 한창입니다. 실내 장식부터, 화려한 조명, 하객들이 둘러앉은 둥근 테이블까지, 한국의 어느 웨딩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됐습니다. 결혼식에 어울리는 한국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잔치는 흥겹습니다.
화려한 잔치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부지런히 음식을 실어다 나르고, 양손에 접시 하나씩을 들고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본인들도 혼기를 놓치고 있다는, 북한 여종업원들입니다.
옌지 서시장에서 북한 여성들은 금세 눈에 띕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더니,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고, 또 종종걸음을 합니다. 쇼핑도 속도전일까? 한 달에 한 번쯤밖에 없는
외출시간이라, 언제나 마음이 바쁩니다. 중국에서 힘들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 명이 받는 돈이 중국돈 3천 위안(약 53만원)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절반, 50%는 무조건 혁명자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1500위안은 혁명자금으로 납부하고, 그리고 자기네 파견기관에 납부해야 되는 돈이 중국 돈 200위안 내지 300위안은 무조건 납부해야 됩니다. 어쨌든 그거를 모아놓은 거를 다 떼고 나면 본인한테 차려지는 돈이 중국 돈으로 700(12만 5천원) 내지는 800위안이 차려집니다.”
몇 명이나 될까? 옌지에서는 주로 미혼여성들 5천 명 정도가 서비스업종에서 일합니다. 인근지역의 공장에는 기혼여성들이 많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미혼 여성들이라는 거는 대체로 식당 나와 있는 젊은 아가씨들이 상업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지금 나와 있는 성원들이 좀 있고, 그 외에 공장에는 100% 기혼 여성들입니다.”
모두 합치면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노동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지금 현재 제일 많은 데가 지금 단둥, 단둥에 약 4만 8천명 정도고 나와 있고 지린성에 옌볜지구라든가 훈춘 이쪽에 지금 4,5만명 된다고 하고, 그리고 아래 다롄, 칭다오 상하이 이쪽에 지금 다해서 도합 12만 내지 14만 정도가 지금 중국에 있다, 지금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유엔 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갔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유엔제재가 있기 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국경을 봉쇄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권역별로 모아놓아놓은 거죠. 동북 쪽은 연길에 모아놓고, 심양 이남은 단동 쪽에 모아 놓고...”
어림잡아도 1년에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소득원은 무기수출, 달러 위조, 마약밀매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화소득원들이 대부분 막히면서 인력송출이 북한에서 두 번째 정도로 큰 외화소득원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이렇게 여러 가지 주 수입이 있었는데 그거를 지금 세계가 도맡아서 봉쇄하고 나니까 그전에는 해외 근로자들이 나와서 버는 돈은 껌딱지였습니다. 그게 무슨 당이 그 돈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돈이 가장 중요한 외화의 원천이 됐으니까... ”
더 큰 돈을 벌어주는 인력들도 있습니다.
옌지의 한 종합병원. 북한에서 온 한의사가 진맥을 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 조선의사가 잘 한다던데 북조선 의사 있나요?) 여의사. (북한에서 왔다던데) 있어요. 3층에 있어요. (문진은 잘 해요?) 네, 진맥 진맥..."
3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북한에서 용한 한의사가 왔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10번 들어오세요."
안에서 번호를 부르면 한 명씩 들어갑니다. 진료실 문밖에 한의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름과 함께 ‘평양의과대학 졸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평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모든 의과대학들에 동의학과가 따로 있고 임상의학과 동의과 내과 뭐 이렇게 따로 있지만 동의과가 따로 있어 가지고 그거를 졸업하면 동의학 의사가 됩니다."
일반 노동자들과 다른 특권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가장 중요한 거는 이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잖습니까? (가족들을 데리고?) 네, 독립적으로 행동을 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돈을 많이 버니까?) 네. 이 사람들은 몇 천 위안이 아니지. 만 단위로 가지. 만도 몇 십만, 몇 백만으로 하는 사람들..."
진맥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세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2끼를 먹어요. 힘들더라고요.)"
잠시 맥을 짚어보더니,
"여기 눕습니다. 149, 155..."
혈압이 높다고 합니다.
“(소화와 관련이 있나요, 그게?) 많이 관련이 있습니다.”
어딘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혈압 높은 건 왜 그런거죠?)콩팥 때문에 그렇습니다. 콩팥."
진찰과 진맥을 끝내더니 결과를 설명해줍니다.
"여기가 페이(폐: 肺), 요거는 창(장), 요거는 깐(간), 다낭, 담하고 담낭맥입니다. 여기가 신(腎) 콩팥, 여기서 액을 내보내고... 그리고 여과장치... 지금 위 담 간 장 쓴 ‘또뿌하오(都不好)’ 다 나쁩니다. 그런데 얘가 제일 나쁩니다. 간, 담 (저는 술을 안 마시거든요.) 네 위 장 신, 콩팥이죠. 콩팥. 요렇게 나쁩니다.“
이쯤에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정말로 평양에서 왔냐고.
"(선생님도 평양에서 오셨나요?) 네"
”(조선에서 오셨는데 중국말 잘하시네요.) 조선에서 온 사람은 중국말 못하나요? 호호호! (의사니까 의사들은 못할 수도 있죠) 그런가요? 호호호!“
내장이 모두 안 좋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으셔야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계속 계시나요? (아닙니다 한국 왔다갔다 하다보니까...)그러니까 치료 받을 시간이 좀 있습니까? 분명히 나을 수 있어요. 탕약으로... (탕약을 먹어야 되나요?) 탕약 먹어야 됩니다.”
계속해서 탕약을 권합니다.
"(탕약을 얼마나 먹어야 됩니까?) 제 생각에는 30일. (한 달이요?) 네. (그만큼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습니까? 병이 그만큼 오래 됐습니다. 치료 안 하고 그냥 놔두면 그 상태로 계속 악화되잖아요?“
고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일주일로 줄여줍니다.
“체질을 보고 약을 떼서 한 주일 동안 잡숴보고, 효과가 좋지 않습니까? 소화도 잘 되고 변도 잘 나가고, 그렇게 하면 많이 떼 간단 말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안 떼 줍니다. 한 주일 거만 떼줍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1일 양츠(두 번 먹고), 1일 시츠(네 번 먹고) 여기 다 표시가 있습니다.”
진맥을 마치고 탕약을 받으러 갔습니다.
“(얼마인가요?) 천8백위안(한화 약 32만원)입니다.”
일주일치 약이 한국 돈으로 약 32만원입니다.
인터뷰) 김형덕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분들 한 달 월급이 3천위안에서 3천5백 위안인데, 그런데 의료의 경우는 10분에서 15분 진료해서 1800위안입니다. 그러니까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일반 근로자를 파견해서 벌 수 있는 돈의 몇 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굉장히 고소득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죠.”
다른 환자들을 촬영하러 3층으로 다시 올라가봤습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탕약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때까지 많이 해봤을 거 아닙니까? 안 됩니다, 이거는... 무조건 약 잡숴야 돼요. (7일치만 먹으면 되나요?) 안 되죠. 당연하게... 잡숫고 또 오셔야지... 매번 약이 다릅니다. 똑같은 약 먹으면 간에도 나빠요...”
녹취) 대북소식통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본인들이 나와서 병원들에 취직해 가지고 돈을 벌어서 말하자면 북한에서 말하면 당자금 납부죠. 자기네 수입의 50%를 무조건 납부해야 하니까...”
나가다 보니 벽에 붙은 북한 달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이 얼마 전에 공개한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로켓 한 발에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우리돈 260억 원에서 385억 원이 들 거라고 추산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벌어다주는 액수와 얼추 비슷합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1인당 버는 돈의 50%가 혁명자금으로 들어가는 게 그 돈입니다. 그러니까 10만명이 한 달에 1,000위안씩만 바쳐도 그 돈이 어딥니까?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것이 들어가서 결국은 뭐 미사일도 만들고 무슨 여러 가지 국방공업에 지금 그게 전환되고 있다고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숲, 6월의 백두산 자락은 초여름 기운이 완연합니다.북한과의 접경지대로 달리자 현대식 검문소가 나타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던 시설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백두산이요)”
몇 년 전엔 형식적인 검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에 연락처는요? (없어요.) 없으시군요. 그러면 옆의 분 연락처를 주시죠. (한국인 말고 다른 외국인한테도 이렇게 검문하나요?) 네, 여기는 접경지역이니까요. 여권을 지참한 모든 외국인은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저희는 전혀 차별하지 않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여행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중국 공안의 자동차가 취재진을 뒤따라 오고 있었습니다.공안의 차가 사라지자, 정체 불명의 승용차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밤낮으로 며칠 동안
수백 킬로미터를 따라왔습니다.
녹취) 대북소식통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 역내에서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가서 촬영사업을 한다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이거를 단속하게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탈북자 브로커들을 인솔해 가는 거는 무조건 잡게끔 그렇게까지 지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바이현,압록강 건너편은 북한 혜산입니다. 북한 서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장마당은 어딘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우리의 시장과 많이 닮았습니다.
머리 위에 광주리를 아슬아슬 이고 가는 여성들, 아기를 업고 장에 나온 엄마는 물건값만 물어보고는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오토바이, 파란 핸드백 여성을 거의 칠 뻔했습니다. 오히려 역정을 내는 오토바이 아저씨, 그러든지 말든지, 여성은 가던 길을 갑니다.
자세히 보면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는 겁니다.
녹취) 식당주인
“여기(중국)도 노인들 병에 걸려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폐가 하얗게 돼 버립니다. 속수무책입니다. 약도 없고... 조선 같은 경우는 의학이나 방역대책이 미약하기 때문에 확 풀어 헤치면 안 좋습니다.”
장마당에 나와 있는 물건이라 해봤자 텃밭에서 기른 채소 아니면 과일 정돕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의 밀수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식당주인
“밀수를 못하게 해요. 조선에서 딱 잘랐어요. 병 걸린다고... 그러니까 밀수도 못하지. 그 때는 조선 물건, 조갯살, 명태 이런 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어. 맛있어! 맛있단 말입니다. 조선명태, 조갯살이 맛있단 말입니다. 가져와서 여기서 팔았지. 그리고 여기 물건 옷이라든가 쌀, 이런 거. 조선명태하고 조갯살이 맛있었어. 그런데 다 못 건너온단 말이지...”
중국에서 밀수로 넘어오던 각종 공산품들이 끊어지면서 장마당은 예전의 활력을 잃었습니다. 백두산 근처에서 벌목한 목재들을 가공하는 작업장,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혜산은 산출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무도 거의 베어 먹고 광석도 없고... 수수께끼죠. 공장도 없고...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최근에서야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합니다.
녹취) 식당주인
“백성들은 다 돈 깔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14만 인구인데, 아! 17만 인구구나. 90%가 한 집에 한 명씩은 밖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송금으로) 밖에서 먹여살립니다.”
탈북자들이나 중국에 일하러 나간 사람들이 창바이현으로 송금해주는 돈이 1년에 중국 돈 1억 위안,
우리 돈 18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식당 주인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은행으로 들어옵니다. (브로커들이) 책임지고 은행에서 빼내가지고 책임지고 70%를 보내는 거죠. 1억 위안이라는 돈이 30%면 얼맙니까? 3천만 위안을 중간에서 하는 사람들이 먹고...”
접경지역보다 형편이 어려운 다른 지역에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2년전 창바이현에는 특이한 풍경구가 들어섰습니다. 북한 쪽으로 뻗은 거대한 교량 모양의 구조물,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압록강물이 아찔하게 흘러갑니다. 전망대 끝으로 가면 북한을 코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압록강가의 낡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는 대관람차도 있습니다. 대관람차를 타면 더 높은 곳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때 중국보다 잘 살았다는 북한, 요즘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덕 /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중국이 없으면 북한 입장에서 더욱 피폐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력만 해도 중국을 통해서 10만명이 정기적으로 외화를 송금해주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임가공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량 같은 것도 중국을 통해 상당부분 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없으면 미사일 부품과 재료 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KBS뉴스/
“미국 정부는 별도로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 40대 부부 최철민과 최은정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부품과 재료 조달에 깊이 관여했다는 겁니다.”
매튜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조달을 지원한 2명에게 제재를 부과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북한은 며칠 전 자칭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군(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으며 해당 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깊이 명심하고..."
그러나 재발사 계획을 밝히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며칠 전, 몇 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북한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청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미 국무장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과 더불어 계속 조치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 많은 방어자산 배치와 군사훈련이 포함될 것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는 블링컨 장관의 기대와는 딴판입니다.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단둥의 북한 식당,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됐습니다.
흥겨운 공연이 벌어집니다. 첫 곡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 그 다음은 중국 노래, ‘항미원조가’. 한국전쟁 때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참전한 것을 찬양하는 노랩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올해로 70년, 미중 간의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동북아는 또다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취재기자: 박성래
촬영기자: 이재섭
영상편집: 이기승 강정희 이상미
자료조사: 정지윤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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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기자 pasur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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