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협’ 건물 수십 년째 방치…강제 철거 왜 안 되나?

입력 2023.06.26 (07:43) 수정 2023.07.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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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사를 하다가 중단돼 수십 년째 방치된 건물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흉물스러울 뿐 아니라,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데요.

철거 명령 등 자치단체가 강제할 법적 근거는 있지만, 재산권 침해 소지 등으로 사실상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춘천 대학 인근의 한 주택가입니다.

부직포로 둘러져 있는 6층짜리 건물 사이사이로 녹슨 철근이 보입니다.

공사가 중단되고 5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곳 바로 밑에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림막과 머리 위 안전망이 있긴 하지만, 군데군데 건물을 가린 천들이 뜯겨져 빠져나온 게 보입니다.

원주의 또 다른 건물.

날카로운 철골 구조물이 뒤엉켜 있고, 외벽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1997년 시공사 부도로 26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주민/원주시 명륜동 : "(세입자들이) 무섭다고 한두 달 살다가 그냥 이사가고 이사가고. 석면가루가 보이진 않잖아요. 미세한 먼지에다가 저기 솜 같은 게 날아오고..."]

전국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은 모두 286곳.

80% 가까이가 10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현행법상 강제 철거는 가능합니다.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데다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을 경우에 한해섭니다.

하지만 강원도에는 강제 철거된 사례가 한 건도 없습니다.

건축주와 토지주가 다르거나, 이해관계자가 소송에 휘말려 있는 등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천섭/강원도 건축팀장 : "실제로 복잡한 채권 관계가 묶여있는 것을 강제로 철거를 명하고 나서의 수습이 오롯이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고..."]

공사가 20년 넘게 진척이 없으면 붕괴 위험 건축물로 보고 철거 명령에 우선 순위를 두라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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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 위협’ 건물 수십 년째 방치…강제 철거 왜 안 되나?
    • 입력 2023-06-26 07:43:45
    • 수정2023-07-07 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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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사를 하다가 중단돼 수십 년째 방치된 건물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흉물스러울 뿐 아니라,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데요.

철거 명령 등 자치단체가 강제할 법적 근거는 있지만, 재산권 침해 소지 등으로 사실상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춘천 대학 인근의 한 주택가입니다.

부직포로 둘러져 있는 6층짜리 건물 사이사이로 녹슨 철근이 보입니다.

공사가 중단되고 5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곳 바로 밑에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림막과 머리 위 안전망이 있긴 하지만, 군데군데 건물을 가린 천들이 뜯겨져 빠져나온 게 보입니다.

원주의 또 다른 건물.

날카로운 철골 구조물이 뒤엉켜 있고, 외벽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1997년 시공사 부도로 26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주민/원주시 명륜동 : "(세입자들이) 무섭다고 한두 달 살다가 그냥 이사가고 이사가고. 석면가루가 보이진 않잖아요. 미세한 먼지에다가 저기 솜 같은 게 날아오고..."]

전국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은 모두 286곳.

80% 가까이가 10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현행법상 강제 철거는 가능합니다.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데다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을 경우에 한해섭니다.

하지만 강원도에는 강제 철거된 사례가 한 건도 없습니다.

건축주와 토지주가 다르거나, 이해관계자가 소송에 휘말려 있는 등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천섭/강원도 건축팀장 : "실제로 복잡한 채권 관계가 묶여있는 것을 강제로 철거를 명하고 나서의 수습이 오롯이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고..."]

공사가 20년 넘게 진척이 없으면 붕괴 위험 건축물로 보고 철거 명령에 우선 순위를 두라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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