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새 구축함 취역…‘중국에 밀리면 안 돼!’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6.26 (13:46) 수정 2023.06.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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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새 구축함 취역식 가보니…"전투에서 끈질긴 바다의 전사들"

"배를 움직여, 함정에 생명을 불어넣으시오 (Man our ship and bring her to life) !"

선언과 함께, 행사장 뒤에 도열했던 해군 병력들이 한 명씩 함정으로 뛰어올라 차례로 자리를 잡고 도열했습니다. 2천 명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함정의 레이더가 돌아가고 포가 발사됐습니다. 미 해군 함정 취역식의 전통의식입니다.

현지 시간 24일 미국 볼티모어 항에서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함정 위로 뛰어올라가고 있는 승조원들 (촬영=KBS)현지 시간 24일 미국 볼티모어 항에서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함정 위로 뛰어올라가고 있는 승조원들 (촬영=KBS)

지난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열린 미국 해군의 72번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칼 M 레빈'호의 취역식 장면입니다. 미국 상원의 국방수권법 채택을 주도했던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구축함의 배수량은 9,496톤으로, 수직발사형 대잠수함 로켓 VLA(Vertical Launch ARSOC)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MK-46 어뢰 6발,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 등이 탑재돼 있습니다.

미 해군의 이지스 무기체계에 연동된 '칼 레빈'은 공중과 수상, 수중 전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통합 방공과 미사일 방어, 수직 발사 능력 등 해상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미 해군은 밝혔습니다.

'칼 레빈'호는 아시아권을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의 주력부대 3함대의 31구축함대에 소속돼 승조원 329명을 태우고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히캄 모항으로 떠납니다. 취역식을 맞아 단장한 함정엔 좌우명인 '전투에서 끈질긴(Tenacious in the Fight)'이 곳곳에 쓰여 있었습니다. 함정 윗부분엔 31구축함대의 상징인 폴리네시아 전쟁 마스크와 '바다의 전사들'을 뜻하는 단어 'KE KOA O KE KAI'가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함정의 무사를 비는 기도와 전·현직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해군의 새 구축함 ‘칼 M 레빈’ (사진=제너럴 다이내믹스 배스 아이언 워크스)미국 해군의 새 구축함 ‘칼 M 레빈’ (사진=제너럴 다이내믹스 배스 아이언 워크스)

■ "북한·이란·러시아 넘어…중국 해군 성장에 대응하는 게 목표"

하와이에서 칼 레빈 구축함이 정확히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취역식 연설에서 '칼 레빈' 구축함의 향후 쓰임새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전력 보강의 이유를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델 토로 장관은 "미 해군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적인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이란과 북한 정권이 그들의 지역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고, 러시아는 영토 보전과 국가 주권을 침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2027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자국 해군의 급속한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현지 시간 24일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연설하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사진=미국 해군)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현지 시간 24일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연설하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사진=미국 해군)


미 해군의 목표로 "미국은 파트너와 우방국들이 공통의 도전에 관해 언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 세계 상업의 흐름을 방해하는 움직임을 막을 준비를 시급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 공유지에 대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남중국해의 항행 보장을 언급할 때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델 토로 장관은 "이 함정뿐 아니라 우리 국가 전체의 합동 전력, 강력한 해군과 해병대, 우리 군의 힘이 강력하고 커져야 한다""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습니다.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 안보까지 넓어지는 군의 역할을 압축해 설명한 말입니다.

■ '해군의 나라' 미국 두렵게 만드는 중국 해군의 무서운 성장

델 토로 장관은 지난 2월에도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대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중국이 이제 미국보다 더 큰 함대를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로 함대를 내보내려 한다"고 얘기하며 "더 큰 해군, 더 많은 함정,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처할 더 현대적인 함선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미 해군은 '칼 레빈' 구축함 이후 17척의 비슷한 급의 구축함을 더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배경에 이런 우려가 깔려있는 겁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현재 함정 340척을 보유하고 있고, 몇 년 내에 400척까지 보유 함정을 늘릴 계획이지만 미군 함정의 수는 300척에 못 미친다는 게 미 해군의 얘깁니다. 건조할 조선소의 수도 중국은 13개, 미국은 7개라고 비교했습니다. "중국의 어떤 조선소는 미국 조선소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고 델 토로 장관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군의 구축함을 건조 중인 조선소 (사진=AP)미군의 구축함을 건조 중인 조선소 (사진=AP)

'해양세력' 미국이 '대륙세력'인 중국에 해군력도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담은 말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지역 주둔 확대 방침이 중국 해군력을 감당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어두운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술이나 실제 작전 능력은 아직 미군이 훨씬 앞서지만 풍부한 노동력과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이것도 곧 따라잡을 거라고 미군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바다에서 부딪히는 미·중…"갈 길은 해군력 증강뿐"

이달 초, 미국 해군은 중국 군함이 타이완해협에서 미군 구축함의 137m 앞까지 접근해 위협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미군이 이 항해를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라 시행되는 정기 항행'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중국은 '미국이 타이완 독립 세력에게 보내는 잘못된 신호'라며 반발했는데,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 3일, 타이완해협에서 미국 해군 구축함에 접근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 (사진=미 해군 7함대)지난 3일, 타이완해협에서 미국 해군 구축함에 접근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 (사진=미 해군 7함대)

[연관 기사] 미중, 이번엔 바다에서 아찔한 신경전…“국제수역 vs EEZ”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2249

미·중 국방장관이 서로를 탓하며, 결국 장관 회담까지 결렬됐습니다. 이후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과의 군사 핫라인 구축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갈등을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는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겁니다.

향후 일정 정도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한계가 명확한 만큼 미국도 중국도 자국 군사력 증강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칼 레빈' 구축함의 취역을 외신에까지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홍보한 데는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동맹이나 우방국도 좀 믿고 따라달라는 미국의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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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해군 새 구축함 취역…‘중국에 밀리면 안 돼!’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6-26 13:46:07
    • 수정2023-06-26 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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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새 구축함 취역식 가보니…"전투에서 끈질긴 바다의 전사들"

"배를 움직여, 함정에 생명을 불어넣으시오 (Man our ship and bring her to life) !"

선언과 함께, 행사장 뒤에 도열했던 해군 병력들이 한 명씩 함정으로 뛰어올라 차례로 자리를 잡고 도열했습니다. 2천 명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함정의 레이더가 돌아가고 포가 발사됐습니다. 미 해군 함정 취역식의 전통의식입니다.

현지 시간 24일 미국 볼티모어 항에서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함정 위로 뛰어올라가고 있는 승조원들 (촬영=KBS)
지난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열린 미국 해군의 72번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칼 M 레빈'호의 취역식 장면입니다. 미국 상원의 국방수권법 채택을 주도했던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구축함의 배수량은 9,496톤으로, 수직발사형 대잠수함 로켓 VLA(Vertical Launch ARSOC)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MK-46 어뢰 6발,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 등이 탑재돼 있습니다.

미 해군의 이지스 무기체계에 연동된 '칼 레빈'은 공중과 수상, 수중 전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통합 방공과 미사일 방어, 수직 발사 능력 등 해상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미 해군은 밝혔습니다.

'칼 레빈'호는 아시아권을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의 주력부대 3함대의 31구축함대에 소속돼 승조원 329명을 태우고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히캄 모항으로 떠납니다. 취역식을 맞아 단장한 함정엔 좌우명인 '전투에서 끈질긴(Tenacious in the Fight)'이 곳곳에 쓰여 있었습니다. 함정 윗부분엔 31구축함대의 상징인 폴리네시아 전쟁 마스크와 '바다의 전사들'을 뜻하는 단어 'KE KOA O KE KAI'가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함정의 무사를 비는 기도와 전·현직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해군의 새 구축함 ‘칼 M 레빈’ (사진=제너럴 다이내믹스 배스 아이언 워크스)
■ "북한·이란·러시아 넘어…중국 해군 성장에 대응하는 게 목표"

하와이에서 칼 레빈 구축함이 정확히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취역식 연설에서 '칼 레빈' 구축함의 향후 쓰임새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전력 보강의 이유를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델 토로 장관은 "미 해군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적인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이란과 북한 정권이 그들의 지역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고, 러시아는 영토 보전과 국가 주권을 침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2027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자국 해군의 급속한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에서 현지 시간 24일 열린 ‘칼 M 레빈’ 구축함 취역식에서 연설하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사진=미국 해군)


미 해군의 목표로 "미국은 파트너와 우방국들이 공통의 도전에 관해 언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 세계 상업의 흐름을 방해하는 움직임을 막을 준비를 시급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 공유지에 대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남중국해의 항행 보장을 언급할 때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델 토로 장관은 "이 함정뿐 아니라 우리 국가 전체의 합동 전력, 강력한 해군과 해병대, 우리 군의 힘이 강력하고 커져야 한다""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습니다.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 안보까지 넓어지는 군의 역할을 압축해 설명한 말입니다.

■ '해군의 나라' 미국 두렵게 만드는 중국 해군의 무서운 성장

델 토로 장관은 지난 2월에도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대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중국이 이제 미국보다 더 큰 함대를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로 함대를 내보내려 한다"고 얘기하며 "더 큰 해군, 더 많은 함정,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처할 더 현대적인 함선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미 해군은 '칼 레빈' 구축함 이후 17척의 비슷한 급의 구축함을 더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배경에 이런 우려가 깔려있는 겁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현재 함정 340척을 보유하고 있고, 몇 년 내에 400척까지 보유 함정을 늘릴 계획이지만 미군 함정의 수는 300척에 못 미친다는 게 미 해군의 얘깁니다. 건조할 조선소의 수도 중국은 13개, 미국은 7개라고 비교했습니다. "중국의 어떤 조선소는 미국 조선소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고 델 토로 장관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군의 구축함을 건조 중인 조선소 (사진=AP)
'해양세력' 미국이 '대륙세력'인 중국에 해군력도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담은 말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지역 주둔 확대 방침이 중국 해군력을 감당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어두운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술이나 실제 작전 능력은 아직 미군이 훨씬 앞서지만 풍부한 노동력과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이것도 곧 따라잡을 거라고 미군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바다에서 부딪히는 미·중…"갈 길은 해군력 증강뿐"

이달 초, 미국 해군은 중국 군함이 타이완해협에서 미군 구축함의 137m 앞까지 접근해 위협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미군이 이 항해를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라 시행되는 정기 항행'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중국은 '미국이 타이완 독립 세력에게 보내는 잘못된 신호'라며 반발했는데,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 3일, 타이완해협에서 미국 해군 구축함에 접근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 (사진=미 해군 7함대)
[연관 기사] 미중, 이번엔 바다에서 아찔한 신경전…“국제수역 vs EEZ”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2249

미·중 국방장관이 서로를 탓하며, 결국 장관 회담까지 결렬됐습니다. 이후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과의 군사 핫라인 구축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갈등을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는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겁니다.

향후 일정 정도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한계가 명확한 만큼 미국도 중국도 자국 군사력 증강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칼 레빈' 구축함의 취역을 외신에까지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홍보한 데는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동맹이나 우방국도 좀 믿고 따라달라는 미국의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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