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그림자 아기’의 비극…살인 혐의 가능할까

[앵커]

지난주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2명의 시신이 발견돼 큰 충격을 줬는데요.

현장에서 범행을 자백한 친모에 이어 아이들의 친부가 이번 범행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이 친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 영아살해죄를 적용할 지도 추가 수사 과정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부 최인영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봅니다.

수원 냉장고 영아 사건, 수사 상황 먼저 짚어보죠.

곧 친모 고 모 씨에 대한 대면 조사가 진행된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고 씨는 지난주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스스로 포기하고 현재 구속된 상태인데요.

경찰은 곧 고 씨에 대한 구속 뒤 첫 대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고 씨는 지난 21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직전 범행 사실을 자백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주말 동안 증거물 분석에 주력했고, 이번주에 고 씨와 남편을 상대로 추가 진술을 받아낼 계획입니다.

그간 고 씨는 '이미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했다', '남편에겐 범행 사실을 숨겨 왔다'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앵커]

고 씨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남편이 정말 이 사실을 몰랐느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더라라고요.

경찰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고 씨는 남편에게는 낙태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혼자서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남편도 참고인 조사에서 '낙태했다는 아내의 말을 믿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전히 있는 상황입니다.

고 씨가 과거 아이를 출산한 병원의 수속 서류에 남편의 서명이 있는 걸로 전해졌는데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내가 낙태한 줄 알았다는 남편 주장을 믿기는 어려워집니다.

경찰은 고 씨와 남편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남편이 향후 추가 조사 등을 통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고 씨에 대해선 현재 '영아살해'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살인죄'로 바꿔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요.

두 혐의가 어떻게 다른 겁니까?

[기자]

아기를 살해하는 게 비난 가능성도 크고,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 같지만, 현행법상 영아살해 혐의보다 일반적인 살인죄의 형량이 더 높습니다.

살인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습니다.

영아살해죄는 이보다는 더 낮은 형량인 '10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됩니다.

영아살해 사건은 하한선이 없어 대부분 징역 1~3년에 집행유예형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영아살해죄는 출산 중, 혹은 출산 직후 아이를 살해했을 때 적용됩니다.

예를 들자면 성범죄 등으로 원치 않는 출산을 하거나 경제적 빈곤, 질환 등으로 아이를 키울 가망이 없는 경우 등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을 때 이를 고려해 낮은 형량을 적용하는 겁니다.

다만 이 규정들이 1953년 만들어진 이후에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 바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신수경/변호사 : "그때 당시에 낙태 시술도 하지 못하고 무조건 낳는 이런 분위기에서 태어난 다음에 임신 중지를 결정한 거와 유사하게 돼버렸던 거죠. 피해자 중심적으로 봤을 때도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앵커]

그럼 고 씨에게 영아살해죄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우선 살해 시점과 경제적 상황 등이 전반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 씨의 경우 출산 당일이 아닌 하루 뒤에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이 시점을 영아살해죄가 규정한 '출산 직후'라고 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분만중, 분만직후라는 것은 산모의 정신적인 흥분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가는 거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출생을 했고, 퇴원하기에 충분히 안정된 상황이었고…그 시간적 요건이 전혀 맞지 않는다."]

고 씨가 얘기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사실인지도 확인돼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이미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었고, 맞벌이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지 못할 만큼의 곤궁함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편 경찰은 이번 냉장고 영아 유기 건을 포함해 경기도 화성 사건 등 총 11건의 '유령 영아'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사회부 최인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전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