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전문가들의 과학적·국제적 평가는?

입력 2023.06.27 (07:01) 수정 2023.06.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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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서 특별한 문제가 지적되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올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국내외에서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과학'과 '외교'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 "오염수 10리터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정도...영향 미미"

26일 오후 국립외교원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는 제1세션 '방류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석 전문가들은 대체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오염수 10리터에 포함된) 삼중수소 62만Bq(베크렐)을 섭취하면 예탁선량은 0.011mSv(밀리시버트) 정도"라며 "오염수를 10리터 정도 마시면 엑스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으로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인데, ALPS로 정화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백 회장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반감기가 짧고 방사선량도 적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덜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중수소의 유효반감기는 10일로, 체내에 유입되더라도 10일 이내에 절반이 배출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김영호 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일본 열도 남동쪽에서 흐르는 구로시오 해류로 인해 캐나다와 미국에 가장 먼저 도달하고,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 일부가 국내 해역에 도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7개월 안에 국내 해역에 도달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은 독일 학자 베른(Behrens) 등이 공개한 영상에서 나왔다"며 "해당 시뮬레이션은 조건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진행한 결과로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과학의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는 별개로, 일본 측의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백 회장은 "일본은 이 사건에 대해 과학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 "IAEA 보고서 결과 따라 기준 마련해야 "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려와 논란은 정쟁으로까지 격화되고 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연대 촉구 서한을 태평양도서국에 발송하고 정의당은 단식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염수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괴담'이라고 일축하며 '횟집 회식 캠페인'을 통해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듯 제2세션 '방류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검증'에서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일본 문제'로 바라보며 정쟁으로 대응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해양 오염, 국민 안전에 관한 문제라는 겁니다.

진 센터장은 다만,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 등은 삼가야 한다"며 "수산물 수입금지 등 문제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일본 측에 투명한 절차와 데이터 공유를 요구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IAEA의 중간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 보고서의 주요 결론은 도쿄전력이 기술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고 이들이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방법론도 적절했다고 보고 있다"며 "여러 가지 핵종 분석 방법론도 적절하고 목적에 맞다"고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IAEA는 UN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제기구로, 이들의 교차 검증 방식이나 결론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건 난센스"라며 "일본 정부를 돕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 불안 해소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에게 실리적으로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확한 데이터 확인, 꾸준한 정보 제공 중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굳이 해양에 방류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백원필 회장은 "무조건 바다로 방류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과학자로서 일본의 결정 배경을 이해하고, 배출구 인근을 벗어나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진창수 센터장도 "해양에 방류하지 말고 호수를 파서 보관하면 안 되느냐 등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국제적 기준에 맞춰 일본이 방류하면 반대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방류하기 직전 오염수의 양 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제공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원필 회장은 "일본이 정화해서 기준치에 부합하면 방류한다고 할 텐데 이걸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바다로 버리기 직전 어떤 물을 버리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이 수치를 속였다든가 또는 실수로 방사능 농도가 높은 물이 나오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 배출한다고 하지만 그 양이 적절한지, 잘 희석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받고 모니터링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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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서 특별한 문제가 지적되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올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국내외에서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과학'과 '외교'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 "오염수 10리터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정도...영향 미미"

26일 오후 국립외교원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는 제1세션 '방류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석 전문가들은 대체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오염수 10리터에 포함된) 삼중수소 62만Bq(베크렐)을 섭취하면 예탁선량은 0.011mSv(밀리시버트) 정도"라며 "오염수를 10리터 정도 마시면 엑스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으로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인데, ALPS로 정화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백 회장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반감기가 짧고 방사선량도 적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덜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중수소의 유효반감기는 10일로, 체내에 유입되더라도 10일 이내에 절반이 배출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김영호 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일본 열도 남동쪽에서 흐르는 구로시오 해류로 인해 캐나다와 미국에 가장 먼저 도달하고,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 일부가 국내 해역에 도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7개월 안에 국내 해역에 도달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은 독일 학자 베른(Behrens) 등이 공개한 영상에서 나왔다"며 "해당 시뮬레이션은 조건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진행한 결과로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과학의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는 별개로, 일본 측의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백 회장은 "일본은 이 사건에 대해 과학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 "IAEA 보고서 결과 따라 기준 마련해야 "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려와 논란은 정쟁으로까지 격화되고 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연대 촉구 서한을 태평양도서국에 발송하고 정의당은 단식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염수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괴담'이라고 일축하며 '횟집 회식 캠페인'을 통해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듯 제2세션 '방류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검증'에서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일본 문제'로 바라보며 정쟁으로 대응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해양 오염, 국민 안전에 관한 문제라는 겁니다.

진 센터장은 다만,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 등은 삼가야 한다"며 "수산물 수입금지 등 문제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일본 측에 투명한 절차와 데이터 공유를 요구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IAEA의 중간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 보고서의 주요 결론은 도쿄전력이 기술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고 이들이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방법론도 적절했다고 보고 있다"며 "여러 가지 핵종 분석 방법론도 적절하고 목적에 맞다"고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IAEA는 UN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제기구로, 이들의 교차 검증 방식이나 결론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건 난센스"라며 "일본 정부를 돕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 불안 해소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에게 실리적으로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확한 데이터 확인, 꾸준한 정보 제공 중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굳이 해양에 방류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백원필 회장은 "무조건 바다로 방류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과학자로서 일본의 결정 배경을 이해하고, 배출구 인근을 벗어나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진창수 센터장도 "해양에 방류하지 말고 호수를 파서 보관하면 안 되느냐 등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국제적 기준에 맞춰 일본이 방류하면 반대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방류하기 직전 오염수의 양 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제공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원필 회장은 "일본이 정화해서 기준치에 부합하면 방류한다고 할 텐데 이걸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바다로 버리기 직전 어떤 물을 버리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이 수치를 속였다든가 또는 실수로 방사능 농도가 높은 물이 나오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 배출한다고 하지만 그 양이 적절한지, 잘 희석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받고 모니터링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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