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승강기 수리하다 추락사…모호한 규정 속 참사

입력 2023.06.27 (07:42) 수정 2023.06.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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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사회 초년생인 승강기 수리 기사가 7층 높이에서 나 홀로 작업을 하다 승강기 내부 통로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강기 수리는 2인 1조로 하라는 게 정부 권고지만, 규정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구급대가 들것을 들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옵니다.

승강기 수리 기사 박 모 씨가 추락해 숨진 건 지난 23일.

작업 장소는 7층, 발견된 곳은 지하 2층이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뭐가 쿵 떨어지는 그런 소리였어요."]

박 씨가 사고 직전 동료에게 보낸 사진들입니다.

한 손으로 수리할 케이블 등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사진을 찍은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수리 작업을 하고 보고했을지 짐작케 합니다.

[박 씨 동료/음성 변조 :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내려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지하층까지 내려가서, 거기에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현장에 정식 배치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박 씨는 이곳에서 홀로 작업하던 가운데 무리라고 판단하고는 선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승강기 수리는 2인 1조 작업이 정부 권고 사항입니다.

하지만 어떤 단위로 2인 작업을 하라는 건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수리 기사들은 안전을 위해선 승강기 한 대당 2인 1조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숨진 박 씨 소속 회사가 직영으로 관리하는 승강기는 5만 9천여 대.

담당하는 기사는 700여 명입니다.

2명이 한 조로 움직이면, 한 조가 160여 대가량을 관리해야 해, 감당할 수 없는 작업량이란 겁니다.

[방규현/'오티스' 노동조합 위원장 : "혼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에 만약에 둘이서 일을 했다고 하면…"]

이에 대해 사 측은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아파트 단지 등 현장 단위로 2명이 투입되면 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열린 노사 회의에서 사 측 관계자가 2인 투입 원칙이 '과도하게 해석된 것', '잘못된 인식'이며 '1인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티스'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 법령 준수(하고), 안전매뉴얼이 있고, 거기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오티스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함께 따져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효정/화면제공:서울서대문소방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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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홀로’ 승강기 수리하다 추락사…모호한 규정 속 참사
    • 입력 2023-06-27 07:42:22
    • 수정2023-06-27 10:00:28
    뉴스광장(경인)
[앵커]

지난주 사회 초년생인 승강기 수리 기사가 7층 높이에서 나 홀로 작업을 하다 승강기 내부 통로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강기 수리는 2인 1조로 하라는 게 정부 권고지만, 규정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구급대가 들것을 들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옵니다.

승강기 수리 기사 박 모 씨가 추락해 숨진 건 지난 23일.

작업 장소는 7층, 발견된 곳은 지하 2층이었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뭐가 쿵 떨어지는 그런 소리였어요."]

박 씨가 사고 직전 동료에게 보낸 사진들입니다.

한 손으로 수리할 케이블 등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사진을 찍은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수리 작업을 하고 보고했을지 짐작케 합니다.

[박 씨 동료/음성 변조 :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내려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지하층까지 내려가서, 거기에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현장에 정식 배치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박 씨는 이곳에서 홀로 작업하던 가운데 무리라고 판단하고는 선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승강기 수리는 2인 1조 작업이 정부 권고 사항입니다.

하지만 어떤 단위로 2인 작업을 하라는 건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수리 기사들은 안전을 위해선 승강기 한 대당 2인 1조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숨진 박 씨 소속 회사가 직영으로 관리하는 승강기는 5만 9천여 대.

담당하는 기사는 700여 명입니다.

2명이 한 조로 움직이면, 한 조가 160여 대가량을 관리해야 해, 감당할 수 없는 작업량이란 겁니다.

[방규현/'오티스' 노동조합 위원장 : "혼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에 만약에 둘이서 일을 했다고 하면…"]

이에 대해 사 측은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아파트 단지 등 현장 단위로 2명이 투입되면 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열린 노사 회의에서 사 측 관계자가 2인 투입 원칙이 '과도하게 해석된 것', '잘못된 인식'이며 '1인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티스'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 법령 준수(하고), 안전매뉴얼이 있고, 거기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오티스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함께 따져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효정/화면제공:서울서대문소방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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