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빙 들던 프리고진, 이렇게 권력으로 급부상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6.27 (09:27) 수정 2023.06.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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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 거물로 푸틴의 요리사였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가장 왼쪽) 자료 AP, 2011요식업계 거물로 푸틴의 요리사였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가장 왼쪽) 자료 AP, 2011

만 하루에 그친 쿠데타였지만, 전세계의 심장을 들었다 내려놓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푸틴의 요리사로 소개되는 그는 어떻게 바그너그룹이라는 용병 군단을 설립하고, 급부상하게 된 걸까요.

■ 등에 칼 맞은 푸틴 "반역, 배신" 쏟아내며 진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23년간 통치하는 동안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 같은 도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 답게 온갖 정보를 손에 움켜쥐고, 철저하게 상대편을 짓밟았습니다. 독살과 자살로 위장된 사고사로 의심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반란 뒤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야망과 개인적 이익이 반역으로 이어져 조국과 국민, 대의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습니다. 여기서 개인이 바로 프리고진입니다.

■ 프리고진 길러낸 것은 돈 받은 미디어 ...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라"

프리고진은 요식업계의 거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범죄 현장과 형무소를 전전하며 거칠게 자라났다는 야사는 많이 보도됐지만, 사실 프리고진이 어떻게 강력한 정치 세력화를 이뤄냈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프리고진을 길러낸 것은 바로 미디어를 사용한 트롤링(Trolling), 이른바 가짜 뉴스를 조직적으로 가동하는 공장이었습니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의 민족 자결 (러시아 입장에선 反러시아)을 부르짖는 청년 단체의 시위로 골머리를 앓던 푸틴은 프리고진에게 임무를 맡겼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시위대를 입다물게 하라는 겁니다. 당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출장 요리계 거물이었던 프리고진은 시위 운동에 잠입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에 대한 낙인 찍기를 시작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과 서방 유럽의 돈을 받고 하는 행위라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도록 미디어에 돈을 댔고, 이를 기반으로 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삼인성호. 처음엔 뻔한 거짓말이 자꾸 반복되고, 바이럴이 되자 믿게 되는 현상이죠.

■ 다음은 인터넷 연구기관 설립 "선거 개입"과 "가짜뉴스 생산공장"

미디어에 돈을 대도, 자신이 만드는 것보단 못했다고 생각했을까요. 프리고진은 텔레비전 뿐 아니라 온라인 정치토론의 공론장도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터넷 연구기관을 만들었는데, 가짜 뉴스 공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한 뒤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생산해냈습니다.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블로그로 마구마구 퍼나르고, 좋아요와 댓글, 공유를 시켰습니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러시아가 도왔다는 뉴스, 기억하실 겁니다. 대놓고 도운 게 아니라, 이렇게 도왔습니다. 프리고진은 미국의 제재 목록에 들어가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의 탄생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바그너 그룹 본사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바그너 그룹 본사

허위 사실을 만들고, 퍼나르고, 퍼뜨려서 전세계인의 여론을 조작한 프리고진은 단숨에 푸틴의 옆자리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게 만든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또다시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은 러시아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민중 봉기의 거짓말을 만들어냅니다.

그 대가로 2014년 여름, 푸틴은 국방부와의 회의에서 바그너 그룹의 설립을 승인합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군사 시설의 사용을 요청했고 '파파'(푸틴)가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그너 용병들은 2015년 초 우크라이나군을 격파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도구로 쓰였고, 프리고진은 그 대가로 천연 자원 독점권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아프리카에서 반복되었는데, 프리고진은 러시아 외교관들과 협력하여 광산 및 임업 권한을 확보하고, 수단과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가장 잔인한 군부에게 무기를 지원한 뒤 금과 천연 자원의 채굴권을 독점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만행을 저질렀고, 이는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프리고진의 번성과 배신

무법천지에서 프리고진은 번성했습니다.

크렘린에서 그의 개인 군대와 친구들은 과두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고, 프리고진은 아무런 제약 없이 바그너 그룹을 운영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을 탐사하던 러시아 기자들은 괴롭힘을 당했고 때로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망했습니다. 2019년 패트리어트 미디어 그룹으로 통합된 그의 미디어 제국은 프리고진에게 러시아 미디어 플랫폼을 완벽하게 장악하도록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전쟁터에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

프리고진의 배신 뒤 푸틴은 전례없이 창백한 얼굴에 기운이 빠져보인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의 등에 칼을 꽂은 프리고진을 만들어낸 것은 푸틴이었습니다.

미디어를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조작하고, 전세계 여론을 조작해온 크렘린의 전략가, 푸틴의 작품은 결국 푸틴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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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서빙 들던 프리고진, 이렇게 권력으로 급부상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6-27 09:27:35
    • 수정2023-06-27 09: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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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 거물로 푸틴의 요리사였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가장 왼쪽) 자료 AP, 2011
만 하루에 그친 쿠데타였지만, 전세계의 심장을 들었다 내려놓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푸틴의 요리사로 소개되는 그는 어떻게 바그너그룹이라는 용병 군단을 설립하고, 급부상하게 된 걸까요.

■ 등에 칼 맞은 푸틴 "반역, 배신" 쏟아내며 진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23년간 통치하는 동안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 같은 도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 답게 온갖 정보를 손에 움켜쥐고, 철저하게 상대편을 짓밟았습니다. 독살과 자살로 위장된 사고사로 의심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반란 뒤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야망과 개인적 이익이 반역으로 이어져 조국과 국민, 대의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습니다. 여기서 개인이 바로 프리고진입니다.

■ 프리고진 길러낸 것은 돈 받은 미디어 ...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라"

프리고진은 요식업계의 거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범죄 현장과 형무소를 전전하며 거칠게 자라났다는 야사는 많이 보도됐지만, 사실 프리고진이 어떻게 강력한 정치 세력화를 이뤄냈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프리고진을 길러낸 것은 바로 미디어를 사용한 트롤링(Trolling), 이른바 가짜 뉴스를 조직적으로 가동하는 공장이었습니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의 민족 자결 (러시아 입장에선 反러시아)을 부르짖는 청년 단체의 시위로 골머리를 앓던 푸틴은 프리고진에게 임무를 맡겼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시위대를 입다물게 하라는 겁니다. 당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출장 요리계 거물이었던 프리고진은 시위 운동에 잠입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에 대한 낙인 찍기를 시작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과 서방 유럽의 돈을 받고 하는 행위라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도록 미디어에 돈을 댔고, 이를 기반으로 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삼인성호. 처음엔 뻔한 거짓말이 자꾸 반복되고, 바이럴이 되자 믿게 되는 현상이죠.

■ 다음은 인터넷 연구기관 설립 "선거 개입"과 "가짜뉴스 생산공장"

미디어에 돈을 대도, 자신이 만드는 것보단 못했다고 생각했을까요. 프리고진은 텔레비전 뿐 아니라 온라인 정치토론의 공론장도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터넷 연구기관을 만들었는데, 가짜 뉴스 공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한 뒤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생산해냈습니다.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블로그로 마구마구 퍼나르고, 좋아요와 댓글, 공유를 시켰습니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러시아가 도왔다는 뉴스, 기억하실 겁니다. 대놓고 도운 게 아니라, 이렇게 도왔습니다. 프리고진은 미국의 제재 목록에 들어가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의 탄생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바그너 그룹 본사
허위 사실을 만들고, 퍼나르고, 퍼뜨려서 전세계인의 여론을 조작한 프리고진은 단숨에 푸틴의 옆자리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게 만든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또다시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은 러시아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민중 봉기의 거짓말을 만들어냅니다.

그 대가로 2014년 여름, 푸틴은 국방부와의 회의에서 바그너 그룹의 설립을 승인합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군사 시설의 사용을 요청했고 '파파'(푸틴)가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그너 용병들은 2015년 초 우크라이나군을 격파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도구로 쓰였고, 프리고진은 그 대가로 천연 자원 독점권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아프리카에서 반복되었는데, 프리고진은 러시아 외교관들과 협력하여 광산 및 임업 권한을 확보하고, 수단과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가장 잔인한 군부에게 무기를 지원한 뒤 금과 천연 자원의 채굴권을 독점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만행을 저질렀고, 이는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프리고진의 번성과 배신

무법천지에서 프리고진은 번성했습니다.

크렘린에서 그의 개인 군대와 친구들은 과두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고, 프리고진은 아무런 제약 없이 바그너 그룹을 운영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을 탐사하던 러시아 기자들은 괴롭힘을 당했고 때로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망했습니다. 2019년 패트리어트 미디어 그룹으로 통합된 그의 미디어 제국은 프리고진에게 러시아 미디어 플랫폼을 완벽하게 장악하도록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
프리고진의 배신 뒤 푸틴은 전례없이 창백한 얼굴에 기운이 빠져보인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의 등에 칼을 꽂은 프리고진을 만들어낸 것은 푸틴이었습니다.

미디어를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조작하고, 전세계 여론을 조작해온 크렘린의 전략가, 푸틴의 작품은 결국 푸틴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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