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피해자인 줄 알았더니…알고보니 무면허 절도범

입력 2023.06.27 (16:19) 수정 2023.06.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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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차에 치인 것 같아요. 사람이 도로에 쓰러져 있어요."

지난 22일 오전 6시 30분쯤 제주도 제주시 연동 정실입구사거리 인근 도로. "사람이 차에 치여 다쳤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됐습니다.

길가에는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흰색 경차 한 대가 심하게 부서진 채 서 있었습니다. 운전석이 텅 비어있는 사고 차량 근처에는 20대 남성 A 씨가 무릎 아래쪽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던 겁니다.

제주경찰청 112상황실은 이를 '뺑소니 사고'로 의심하고, 즉시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A 씨에게 다가가 사고 경위를 물었지만, A 씨는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경차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판단하고, 예상 도주로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장 주변 방범 카메라 CCTV 영상을 분석하며 동선을 역추적했습니다.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도로에 쓰러져있던 A 씨도 119구급차량에 타,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 "뺑소니 피해 의심"…알고 보니 차량 절도·무면허 운전자

그런데 사고를 조사하던 수사관들이 이내 고개를 갸우뚱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라 생각했던 A 씨가 사고를 내기 50분 전쯤 제주시 오라동 한 빌라 단지 주차장에서 문제의 사고 차량을 훔쳐 스스로 운전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22일 오전 A 씨가 제주시 오라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경차에 접근하고 있다. A 씨는 해당 차량을 훔쳐 몰다, 7km 떨어진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았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지난 22일 오전 A 씨가 제주시 오라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경차에 접근하고 있다. A 씨는 해당 차량을 훔쳐 몰다, 7km 떨어진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았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A 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40분쯤, 해당 빌라 주차장을 기웃거리다 문이 잠기지 않은 경차를 발견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훔친 주차장에서 7㎞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달리던 A 씨는 사고가 난 도로에서 유턴하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는, 후진과 전진을 몇 번 반복했습니다.

이어 태연하게 차에서 내리더니 사고 차량 인근에 주저앉아, 마치 길을 걷다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마침 이 같은 장면이 주변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경찰은 해당 차량에 남아 있는 연락처를 토대로 점유자를 찾아가 도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길로 제주 시내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 씨를 검거했습니다.

이날 A 씨는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실제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의 뺑소니 피해자 촌극은 경찰 수사 시작 2시간 만에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과 절도 혐의로 A 씨를 입건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운전면허도 취득해본 적 없는 '무면허 운전자'라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사고 당시 음주운전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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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차에 치인 것 같아요. 사람이 도로에 쓰러져 있어요."

지난 22일 오전 6시 30분쯤 제주도 제주시 연동 정실입구사거리 인근 도로. "사람이 차에 치여 다쳤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됐습니다.

길가에는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흰색 경차 한 대가 심하게 부서진 채 서 있었습니다. 운전석이 텅 비어있는 사고 차량 근처에는 20대 남성 A 씨가 무릎 아래쪽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던 겁니다.

제주경찰청 112상황실은 이를 '뺑소니 사고'로 의심하고, 즉시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모습.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A 씨에게 다가가 사고 경위를 물었지만, A 씨는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경차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판단하고, 예상 도주로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장 주변 방범 카메라 CCTV 영상을 분석하며 동선을 역추적했습니다.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도로에 쓰러져있던 A 씨도 119구급차량에 타,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 "뺑소니 피해 의심"…알고 보니 차량 절도·무면허 운전자

그런데 사고를 조사하던 수사관들이 이내 고개를 갸우뚱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라 생각했던 A 씨가 사고를 내기 50분 전쯤 제주시 오라동 한 빌라 단지 주차장에서 문제의 사고 차량을 훔쳐 스스로 운전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22일 오전 A 씨가 제주시 오라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경차에 접근하고 있다. A 씨는 해당 차량을 훔쳐 몰다, 7km 떨어진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았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A 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40분쯤, 해당 빌라 주차장을 기웃거리다 문이 잠기지 않은 경차를 발견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훔친 주차장에서 7㎞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달리던 A 씨는 사고가 난 도로에서 유턴하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는, 후진과 전진을 몇 번 반복했습니다.

이어 태연하게 차에서 내리더니 사고 차량 인근에 주저앉아, 마치 길을 걷다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마침 이 같은 장면이 주변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사거리에서 무면허 운전자 20대 남성 A 씨가 훔친 차량을 몰다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직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경찰은 해당 차량에 남아 있는 연락처를 토대로 점유자를 찾아가 도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길로 제주 시내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 씨를 검거했습니다.

이날 A 씨는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실제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의 뺑소니 피해자 촌극은 경찰 수사 시작 2시간 만에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과 절도 혐의로 A 씨를 입건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운전면허도 취득해본 적 없는 '무면허 운전자'라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사고 당시 음주운전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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