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소목장 홍종서 “나무는 이미 작품이었다”

입력 2023.06.27 (19:55) 수정 2023.06.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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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느티나무와 귀한 회화나무, 죽어서도 향기로운 향나무는 50년 소목인생의 동반자...

[홍종서/소목장 : " 굴곡이 있어서 만들면 자연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선이 저 위에서부터 그대로 쫙 내려와야 밑에까지 내려와야 예쁘죠."]

나무를 읽는 눈매와 솜씨로 홍종서 씨는 자연의 선을 살립니다.

진주 소목의 명성을 잇는 공방 옆, 생명을 다한 나무가 작품으로 거듭 나려면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태풍에 넘어간 회화나무도 비바람 속에서 오래 묵혀야 작업대에 오를 수 있는데요.

나무 속내를 훤히 꿰뚫는 소목장은 나무와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홍종서/소목장 : "평생 나무를 만지고 만들고 하니까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많이 만지니까 검은 것 이런 건 속이 어떻게 된다는 게 나옵니다. 나이테와 문양이 싹 나오면서..."]

노상에서 건조한 원목은 목재로 켠 뒤에도 충분히 건조해야 변형이 없는데요.

나무의 곡선을 살리는 그에게 뿌리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홍종서/소목장 : "주목입니다. 색깔도 좋고 죽어서 천년 살아서 천년이라는 나무 아닙니까. 느티나무인데 이건 화가들이 그려도 이렇게 못 그릴 겁니다."]

색과 문양이 고운 느티나무, 은은한 회화나무는 물론 쓸모없는 자투리 나무도 그의 손을 거치면 작품이 됩니다.

[홍종서/소목장 : "다른 살보다 더 단단합니다. 그래서 아까워서 못 버리고 바가지를 만들어보자..."]

썩은 나무 속살로 그릇을 만드는가 하면, 포구나무를 통째 깎아 의자를 만드는 중인데요.

흠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에겐 나무 생김새가 작품 도면입니다.

거대한 돌 판은 수평을 맞추는 보물 같은 연장.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평대의 반질반질한 가장자리가 그가 걸어온 반세기를 대변합니다.

[홍종서/소목장 : "아무리 무거운 걸 놔도 안 움직이니까 이걸 가지고 수평대를 만든 겁니다. 손에 닳아서 반질반질 합니다. 세월의 흔적입니다 이게."]

나무가루가 쌓인 공방에서 무쇠가 닳도록 두드린 망치는 장인의 열한 번째 손가락입니다.

[홍종서/소목장 : "자루가 쓰다가 망가지면 빼내고 또 넣고 또 해 넣고 1년에 한 번씩만 갈아도 몇 번입니까. 많이 써서 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닳아서..."]

썩은 속을 파내고 뿌리의 곡선을 살린 작품은 오랜 망치질과 시간의 결과물.

정조 임금의 태실을 지키던 느티나무도 소목장의 손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그대로 살린 겁니다. 이건 속에서 살이 제대로 차올라서 이렇게 혹처럼 된 겁니다."]

나무의 곡선을 살린 그릇, 고재로 만든 전등 모두 버려진 나무를 활용한 건데요.

살구나무 과반은 1500차례가 넘는 사포질 끝에 완성됐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손에 걸리는 게 없이 깨끗하고 매끈합니다. 쓸모가 없다고 겨울에 추워서 난로에 불 때려고 톱을 딱 들어대니까 아까워서 못 잘랐습니다. 혼자 생각하다가 등을 한번 만들어보자."]

소목 외길을 함께 걸어온 강종렬 소목장도 남다른 솜씨에 감탄합니다.

[강종렬/소목장 : "버릴 나무, 불에 들어갈 나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고 할까요. 원래 자연 형태에서 많이 훼손 안 하고 작품이 나오는 그 점이 가장 존경할 만한 친구죠."]

50년 이력의 소목장이 30년 동안 곁에 두고 기다린 나무는 어느새 절반은 작품이 됐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제가 인위적으로 안 만들어도 자연이 벌써 작품을 다 만들어 놓은 겁니다. 저는 마무리만 지으면 됩니다."]

자연이 만들고 장인이 거든 작품.

홍종서 소목장의 곡선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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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소목장 홍종서 “나무는 이미 작품이었다”
    • 입력 2023-06-27 19:55:43
    • 수정2023-06-27 22:26:52
    뉴스7(창원)
350년 느티나무와 귀한 회화나무, 죽어서도 향기로운 향나무는 50년 소목인생의 동반자...

[홍종서/소목장 : " 굴곡이 있어서 만들면 자연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선이 저 위에서부터 그대로 쫙 내려와야 밑에까지 내려와야 예쁘죠."]

나무를 읽는 눈매와 솜씨로 홍종서 씨는 자연의 선을 살립니다.

진주 소목의 명성을 잇는 공방 옆, 생명을 다한 나무가 작품으로 거듭 나려면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태풍에 넘어간 회화나무도 비바람 속에서 오래 묵혀야 작업대에 오를 수 있는데요.

나무 속내를 훤히 꿰뚫는 소목장은 나무와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홍종서/소목장 : "평생 나무를 만지고 만들고 하니까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많이 만지니까 검은 것 이런 건 속이 어떻게 된다는 게 나옵니다. 나이테와 문양이 싹 나오면서..."]

노상에서 건조한 원목은 목재로 켠 뒤에도 충분히 건조해야 변형이 없는데요.

나무의 곡선을 살리는 그에게 뿌리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홍종서/소목장 : "주목입니다. 색깔도 좋고 죽어서 천년 살아서 천년이라는 나무 아닙니까. 느티나무인데 이건 화가들이 그려도 이렇게 못 그릴 겁니다."]

색과 문양이 고운 느티나무, 은은한 회화나무는 물론 쓸모없는 자투리 나무도 그의 손을 거치면 작품이 됩니다.

[홍종서/소목장 : "다른 살보다 더 단단합니다. 그래서 아까워서 못 버리고 바가지를 만들어보자..."]

썩은 나무 속살로 그릇을 만드는가 하면, 포구나무를 통째 깎아 의자를 만드는 중인데요.

흠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에겐 나무 생김새가 작품 도면입니다.

거대한 돌 판은 수평을 맞추는 보물 같은 연장.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평대의 반질반질한 가장자리가 그가 걸어온 반세기를 대변합니다.

[홍종서/소목장 : "아무리 무거운 걸 놔도 안 움직이니까 이걸 가지고 수평대를 만든 겁니다. 손에 닳아서 반질반질 합니다. 세월의 흔적입니다 이게."]

나무가루가 쌓인 공방에서 무쇠가 닳도록 두드린 망치는 장인의 열한 번째 손가락입니다.

[홍종서/소목장 : "자루가 쓰다가 망가지면 빼내고 또 넣고 또 해 넣고 1년에 한 번씩만 갈아도 몇 번입니까. 많이 써서 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닳아서..."]

썩은 속을 파내고 뿌리의 곡선을 살린 작품은 오랜 망치질과 시간의 결과물.

정조 임금의 태실을 지키던 느티나무도 소목장의 손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그대로 살린 겁니다. 이건 속에서 살이 제대로 차올라서 이렇게 혹처럼 된 겁니다."]

나무의 곡선을 살린 그릇, 고재로 만든 전등 모두 버려진 나무를 활용한 건데요.

살구나무 과반은 1500차례가 넘는 사포질 끝에 완성됐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손에 걸리는 게 없이 깨끗하고 매끈합니다. 쓸모가 없다고 겨울에 추워서 난로에 불 때려고 톱을 딱 들어대니까 아까워서 못 잘랐습니다. 혼자 생각하다가 등을 한번 만들어보자."]

소목 외길을 함께 걸어온 강종렬 소목장도 남다른 솜씨에 감탄합니다.

[강종렬/소목장 : "버릴 나무, 불에 들어갈 나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고 할까요. 원래 자연 형태에서 많이 훼손 안 하고 작품이 나오는 그 점이 가장 존경할 만한 친구죠."]

50년 이력의 소목장이 30년 동안 곁에 두고 기다린 나무는 어느새 절반은 작품이 됐습니다.

[홍종서/소목장 : "제가 인위적으로 안 만들어도 자연이 벌써 작품을 다 만들어 놓은 겁니다. 저는 마무리만 지으면 됩니다."]

자연이 만들고 장인이 거든 작품.

홍종서 소목장의 곡선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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