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는 왜 신라면과 싸웠을까

입력 2023.06.29 (09:06) 수정 2023.06.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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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목표는 세 가지다.
1. 라면에서 시작해 정부 목적을 파악하고, 2. 글로벌 상황까지 큰 맥락을 이해하고, 3. 정책 효과를 가늠해본다.

■질문1. 물가가 그렇게 걱정되나?

1) 국내상황
모든 근심의 근원은 '근원물가'다. 이게 잘 안 떨어진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원래 소비자 물가보다 후행하긴 하나, 이렇게까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우리 경제에선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근원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류세 환원,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각종 요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또 전체 물가상승률은 낮지만, 중기적으로 다시 높아진다. 현재 3.3%이고 곧 2%대로 떨어질 수는 있다. 다만 석유 같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효과가 끝나면 다시 3%대로 올라간다. 정부 예상이다. 즉, 물가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2) 해외 상황
해외를 보면 걱정은 증폭된다. 대표주자는 영국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7%, 근원물가 상승률은 7.1%였다. 특히 근원물가는 전달보다 되려 0.3%p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영국병' 얘기가 정말 나온다. 이유로는 서비스 물가나 브렉시트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탐욕'이 문제란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탐욕적' 기업들이 원가 부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기업 이윤은 유지하거나 늘린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시장을 소수 기업이 과점하거나 일부 기업이 독점하면 시장 장악력이 생긴다. 이 힘은 곧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으로 이어진다. 가격을 쉽게 높여 초과이윤(Mark up)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이 비용을 가격으로 전가할 힘을 지금 일각에선 탐욕이라고 부른다.

결과는 금리 인상이다. 0.5%p, 영국중앙은행은 이번 달 빅스텝을 했다. 영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노르웨이도 빅스텝이다. 스위스는 물론 유럽중앙은행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물가 고통이 극심하던 튀르키예는 아예 6%p 이상 올렸다. 미국도 '두 번 더 인상'을 공언한다. 그러니까 아직은 우리만 빼고 세계는 다시 긴축 2라운드다. (아, 일본과 중국도 빼고)

3) 고물가와 금리 인상의 악순환
우리는 힘으로 눌러놓은 전기, 가스, 교통, 유류세 인상이 하반기에 줄줄이 예고돼 있다. 모두 전이 효과가 있다. 개별 가격 인상이 다른 가공식품이나 외식 서비스 가격의 원가가 된다. 임금도 오른다. 가격결정력이 있는 기업은 가격을 올려 이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키려 할 것이다. 만약 이 경로가 강력하다면 우리도 긴축 2라운드로 간다.

정부 최대의 고민이 이것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 안정에서 경기'로 경제의 방점을 옮기고 싶어 한다. 정부 주도는 아니다. 돈 풀지 않고,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투자하고 생산을 늘리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가 많이 오르면 꽝이다. 그 자체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 금융위험도 키운다. 시장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SVB 사태로 학습했다. 거대한 가계-자영업자 부채 부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모두 경기 회복을 방해한다.

따라서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라면 사태의 속 깊은 배경이다.

■ 질문2. 라면 기업 이윤은 정말 문제적 수준으로 늘었나?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날을 세워 말했다. " 부총리 되는 분이 방송 프로 나와서, 라면 콕 집어 말씀하시면 (다 이유 있는 거다.) 눈치 없이 (라면 업체) 영업이익이 너무 높은 거였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거기에 있다. 단순하다." (밀가루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제분업계는 라면 업계가 원망스럽다.)

푸념 같은 이 우려는 뜻밖에도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에는 분명 '이윤 많이 내는 기업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UBS의 폴 도노반을 인용해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기업의) 이윤 폭이 이례적으로 커진데 있다."고 말했다. 전 연준 부의장이자 현재 백악관에 있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라엘 브레이너드를 인용해서는 "기업의 초과이익(Mark Up)을 낮출 수 있다면 가격 압력을 낮추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악시오스는 국제결제은행 BIS 보고서를 인용해 "인플레가 노동자 임금 압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기업은 이로 인한 높은 비용 압력을 내부에서 흡수할 수도, 전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들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격 결정력'을 새롭게 발견한 만큼, 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을 낮게 봐선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IMF는 데이터로 백업했다. 이번 주 블로그를 통해 유럽 인플레의 절반은 기업 이윤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이후 확연히 커진 기업 이윤의 몫이 확인된다. 이 블로그 글의 핵심은 "인플레가 2%로 돌아오게 하려면 기업이 더 적은 이윤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라면 시장과 기업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가격은 오르기만 할 뿐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인하도 13년 만이다.) 그런데 이 라면기업의 수익성이 올해 극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업계 수위 기업인 농심을 살펴보면, 매출의 50% 이상이 라면이고, 15% 정도가 과자다. 가장 좋았던 해는 2020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라면과 과자 매출이 급증해 전년도(2019, 788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1,603억)을 거뒀다. 그 뒤 2021년과 22년은 1,100억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영업이익 기대치가 2천억 원에 육박한다. 1분기에만 638억 원 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석 달 만에 거뒀다. 주력 상품인 라면값을 두 차례에 걸쳐 10% 이상 올린 뒤에 벌어진 일이다. 올해 코로나 당시보다 더 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오뚜기도, 삼양식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면 가격 상승분이 단순히 '높아진 원가부담만 상쇄하는 수준'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 농심의 반론은 이렇다. 해외이익이 늘었다. 국내 이익보다 많이 늘었다. 적극적 해외 진출에 따라 전반적인 수익성을 높였다. 현재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진출의 성과다. 국내에서 편하게 쉽게 번 것이 아니다.

숫자를 보니 이 또한 사실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343억 원)보다 300억 원 정도 늘었다. 그런데 국가별 영업이익 증가를 보면 국내는 134억 원, 45% 수준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번 것이다. (대부분 미국과 중국이다.)

■ 질문 3. 효과는 있나?

이제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 기업 이윤에 대한 세계적 걱정을 살펴봤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라면 사태 같은 이 이례적인 정부 개입이 정말 물가를 낮추느냐?


1) 직접효과
직접효과 측면에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말 두 마디면 족하다. 이 총재는 지난주 정부 가격정책은 지속할 수 없고, 라면 관련 부총리 발언은 정치적인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소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라면이 물가측정 바스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로 미미하다. 게다가 신라면 하나당 50원 낮췄을 뿐이다.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농심 입장에서도 아주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상징적인 두 제품(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낮췄는데, 농심 설명에 따르면 이 두 상품의 매출액은 연간 3천억 원 정도. 농심 한 해 매출(3조 원 안팎)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2) 정치·기업 심리 효과

그러나 다른 효과는 분명하다. 우선 정치적 효과다. 라면은 서민 음식이란 상징성이 크다. 서민물가 잡으려고 노력하는구나, 라는 정치적 효과도 기대해 볼 순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정부가 지지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내년엔 총선이다. 좀 구시대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노력하는 모양새는 분명 정치적인 효과가 있다.

사실 영국 정부도 똑같다. 가격 통제를 시도한다. 무려 50년 만에 빵과 우유 같은 슈퍼마켓 필수품 가격을 통제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영국인이 라면을 한국 사람만큼 사랑했다면 라면도 분명 포함됐을 것이다.

다른 한편 '기업 심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총리와 부총리가 가격 인하를 말하고 담합을 말한다. 공정위도 조사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제 다른 소비재 기업들이 함부로 가격 올릴 수 있을까? 분위기 살필 수밖에 없다. 비시장적인 조치의 비시장적인 효과다. 아마도 이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3) 부정적 효과, 부작용

정공법은 금리 인상이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는 "생산자들이 비용 부담을 쉽게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금리를 올리란 말이다.

이걸 피하려니 윽박지르고 압박한다. 특정 기업 몇몇을 지나치게 압박한다. '너무 거칠다'는 우려가 분명 존재한다. 왜 갑자기 라면인가, 그럴 만큼 우리 물가가 당장 시급한 상황인가. 당장 이제 우유나 술이 다음 타겟이란 말이 나온다. 대체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시장의 기능이 제약될 때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시장경제 멍드는 것 아닌가. 정부의 역량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정말 효과를 내려면 수없이 많은 품목에 개입해야 할 텐데, 정부가 그러면서 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일지도 의문이다. 혹시나 대기업들이 가격을 내린 대신 노동자나 하청기업으로 그 부담을 전가하리라는 걱정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실제 효과는 미미한데 비효율은 상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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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경호 부총리는 왜 신라면과 싸웠을까
    • 입력 2023-06-29 09:06:33
    • 수정2023-06-29 10: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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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목표는 세 가지다.
1. 라면에서 시작해 정부 목적을 파악하고, 2. 글로벌 상황까지 큰 맥락을 이해하고, 3. 정책 효과를 가늠해본다.

■질문1. 물가가 그렇게 걱정되나?

1) 국내상황
모든 근심의 근원은 '근원물가'다. 이게 잘 안 떨어진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원래 소비자 물가보다 후행하긴 하나, 이렇게까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우리 경제에선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근원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류세 환원,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각종 요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또 전체 물가상승률은 낮지만, 중기적으로 다시 높아진다. 현재 3.3%이고 곧 2%대로 떨어질 수는 있다. 다만 석유 같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효과가 끝나면 다시 3%대로 올라간다. 정부 예상이다. 즉, 물가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2) 해외 상황
해외를 보면 걱정은 증폭된다. 대표주자는 영국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7%, 근원물가 상승률은 7.1%였다. 특히 근원물가는 전달보다 되려 0.3%p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영국병' 얘기가 정말 나온다. 이유로는 서비스 물가나 브렉시트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탐욕'이 문제란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탐욕적' 기업들이 원가 부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기업 이윤은 유지하거나 늘린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시장을 소수 기업이 과점하거나 일부 기업이 독점하면 시장 장악력이 생긴다. 이 힘은 곧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으로 이어진다. 가격을 쉽게 높여 초과이윤(Mark up)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이 비용을 가격으로 전가할 힘을 지금 일각에선 탐욕이라고 부른다.

결과는 금리 인상이다. 0.5%p, 영국중앙은행은 이번 달 빅스텝을 했다. 영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노르웨이도 빅스텝이다. 스위스는 물론 유럽중앙은행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물가 고통이 극심하던 튀르키예는 아예 6%p 이상 올렸다. 미국도 '두 번 더 인상'을 공언한다. 그러니까 아직은 우리만 빼고 세계는 다시 긴축 2라운드다. (아, 일본과 중국도 빼고)

3) 고물가와 금리 인상의 악순환
우리는 힘으로 눌러놓은 전기, 가스, 교통, 유류세 인상이 하반기에 줄줄이 예고돼 있다. 모두 전이 효과가 있다. 개별 가격 인상이 다른 가공식품이나 외식 서비스 가격의 원가가 된다. 임금도 오른다. 가격결정력이 있는 기업은 가격을 올려 이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키려 할 것이다. 만약 이 경로가 강력하다면 우리도 긴축 2라운드로 간다.

정부 최대의 고민이 이것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 안정에서 경기'로 경제의 방점을 옮기고 싶어 한다. 정부 주도는 아니다. 돈 풀지 않고,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투자하고 생산을 늘리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가 많이 오르면 꽝이다. 그 자체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 금융위험도 키운다. 시장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SVB 사태로 학습했다. 거대한 가계-자영업자 부채 부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모두 경기 회복을 방해한다.

따라서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라면 사태의 속 깊은 배경이다.

■ 질문2. 라면 기업 이윤은 정말 문제적 수준으로 늘었나?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날을 세워 말했다. " 부총리 되는 분이 방송 프로 나와서, 라면 콕 집어 말씀하시면 (다 이유 있는 거다.) 눈치 없이 (라면 업체) 영업이익이 너무 높은 거였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거기에 있다. 단순하다." (밀가루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제분업계는 라면 업계가 원망스럽다.)

푸념 같은 이 우려는 뜻밖에도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에는 분명 '이윤 많이 내는 기업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UBS의 폴 도노반을 인용해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기업의) 이윤 폭이 이례적으로 커진데 있다."고 말했다. 전 연준 부의장이자 현재 백악관에 있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라엘 브레이너드를 인용해서는 "기업의 초과이익(Mark Up)을 낮출 수 있다면 가격 압력을 낮추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악시오스는 국제결제은행 BIS 보고서를 인용해 "인플레가 노동자 임금 압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기업은 이로 인한 높은 비용 압력을 내부에서 흡수할 수도, 전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들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격 결정력'을 새롭게 발견한 만큼, 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을 낮게 봐선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IMF는 데이터로 백업했다. 이번 주 블로그를 통해 유럽 인플레의 절반은 기업 이윤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이후 확연히 커진 기업 이윤의 몫이 확인된다. 이 블로그 글의 핵심은 "인플레가 2%로 돌아오게 하려면 기업이 더 적은 이윤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라면 시장과 기업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가격은 오르기만 할 뿐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인하도 13년 만이다.) 그런데 이 라면기업의 수익성이 올해 극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업계 수위 기업인 농심을 살펴보면, 매출의 50% 이상이 라면이고, 15% 정도가 과자다. 가장 좋았던 해는 2020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라면과 과자 매출이 급증해 전년도(2019, 788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1,603억)을 거뒀다. 그 뒤 2021년과 22년은 1,100억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영업이익 기대치가 2천억 원에 육박한다. 1분기에만 638억 원 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석 달 만에 거뒀다. 주력 상품인 라면값을 두 차례에 걸쳐 10% 이상 올린 뒤에 벌어진 일이다. 올해 코로나 당시보다 더 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오뚜기도, 삼양식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면 가격 상승분이 단순히 '높아진 원가부담만 상쇄하는 수준'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 농심의 반론은 이렇다. 해외이익이 늘었다. 국내 이익보다 많이 늘었다. 적극적 해외 진출에 따라 전반적인 수익성을 높였다. 현재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진출의 성과다. 국내에서 편하게 쉽게 번 것이 아니다.

숫자를 보니 이 또한 사실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343억 원)보다 300억 원 정도 늘었다. 그런데 국가별 영업이익 증가를 보면 국내는 134억 원, 45% 수준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번 것이다. (대부분 미국과 중국이다.)

■ 질문 3. 효과는 있나?

이제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 기업 이윤에 대한 세계적 걱정을 살펴봤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라면 사태 같은 이 이례적인 정부 개입이 정말 물가를 낮추느냐?


1) 직접효과
직접효과 측면에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말 두 마디면 족하다. 이 총재는 지난주 정부 가격정책은 지속할 수 없고, 라면 관련 부총리 발언은 정치적인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소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라면이 물가측정 바스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로 미미하다. 게다가 신라면 하나당 50원 낮췄을 뿐이다.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농심 입장에서도 아주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상징적인 두 제품(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낮췄는데, 농심 설명에 따르면 이 두 상품의 매출액은 연간 3천억 원 정도. 농심 한 해 매출(3조 원 안팎)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2) 정치·기업 심리 효과

그러나 다른 효과는 분명하다. 우선 정치적 효과다. 라면은 서민 음식이란 상징성이 크다. 서민물가 잡으려고 노력하는구나, 라는 정치적 효과도 기대해 볼 순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정부가 지지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내년엔 총선이다. 좀 구시대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노력하는 모양새는 분명 정치적인 효과가 있다.

사실 영국 정부도 똑같다. 가격 통제를 시도한다. 무려 50년 만에 빵과 우유 같은 슈퍼마켓 필수품 가격을 통제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영국인이 라면을 한국 사람만큼 사랑했다면 라면도 분명 포함됐을 것이다.

다른 한편 '기업 심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총리와 부총리가 가격 인하를 말하고 담합을 말한다. 공정위도 조사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제 다른 소비재 기업들이 함부로 가격 올릴 수 있을까? 분위기 살필 수밖에 없다. 비시장적인 조치의 비시장적인 효과다. 아마도 이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3) 부정적 효과, 부작용

정공법은 금리 인상이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는 "생산자들이 비용 부담을 쉽게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금리를 올리란 말이다.

이걸 피하려니 윽박지르고 압박한다. 특정 기업 몇몇을 지나치게 압박한다. '너무 거칠다'는 우려가 분명 존재한다. 왜 갑자기 라면인가, 그럴 만큼 우리 물가가 당장 시급한 상황인가. 당장 이제 우유나 술이 다음 타겟이란 말이 나온다. 대체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시장의 기능이 제약될 때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시장경제 멍드는 것 아닌가. 정부의 역량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정말 효과를 내려면 수없이 많은 품목에 개입해야 할 텐데, 정부가 그러면서 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일지도 의문이다. 혹시나 대기업들이 가격을 내린 대신 노동자나 하청기업으로 그 부담을 전가하리라는 걱정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실제 효과는 미미한데 비효율은 상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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