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어린이 덮친 1.7톤 화물…첫 재판에서 업체 대표가 한 말은?

입력 2023.06.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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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인 4월 28일, 부산 영도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등교 중인 10살 황예서 양이 굴러 내려온 대형 화물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 직전 근처 어망 제조 업체가 도로에 화물차를 불법으로 세워둔 채, 지게차로 원통 모양의 어망 실뭉치를 하역하다 벌어진 일인데요.

■ 어제(28일) 부산지법에서 첫 재판…피고인들 "공소사실 모두 인정"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 구속기소 된 어망제조업체 대표 김 모 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불구속기소 된 직원 3명도 재판에 출석했는데요. 이 가운데 베트남 국적인 2명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드러나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머물다 재판을 위해 부산으로 왔습니다.

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들 모습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들 모습

검찰은 사고 당시 화물이 언덕길 아래로 굴러갈 위험이 있는데도 피고인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1.7톤짜리 화물을 차도와 보도 경계에 떨어뜨려 예서 양을 숨지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표 김 씨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없이 지게차를 몰았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어망 제조 업체 직원들이 굴러가는 화물을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어망 제조 업체 직원들이 굴러가는 화물을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피고인들은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사고 발생보고서와 피해 진술조서 등 모든 증거자료도 이의 없이 받아들였는데요. 대표 김 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유족 측과 합의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유족·범죄피해평가전문가 증인 신청…피고인 측 변호인 "반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예서 양 유족과 범죄피해평가전문가 등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예서 양 유족 측이 피고인들에게 예서가 생전에 어떤 아이였는지, 예서를 잃어 유족들이 어떤 피해를 봤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대표 김 씨 측 변호인은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유족에 대해서만 증인 신문을 하기로 하고, 전문가 증인을 채택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예서 양 유족 측은 "유족이 법정에 나가면 감정에 휘둘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수 있어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을 설명해 줄 전문가를 함께 증인으로 요청한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도 아닌데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에 대해 크게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 "대표 김 씨, 구속 풀려나면 돈 벌어 보상해주겠다"…유족 분통

이번 재판에서 대표 김 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유족과 합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서 김 씨 가족은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됐을 무렵 유족을 한 차례 찾아간 적이 있는데요. 사고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김 씨가 구속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장은 돈이 없으니 김 씨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피해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요.

유족 측은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 씨가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예서 양 빈소에라도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는데요. 김 씨는 구속되기 전에는 유족 측에 연락 한번 없었다고 합니다. 유족 측은 김 씨가 이제 와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합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라면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는데요.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선물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선물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에 열립니다. 하늘나라로 떠난 예서 양은 돌아올 수 없게 됐지만, 이어질 재판에서 예서 양을 숨지게 한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길 유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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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9 11: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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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인 4월 28일, 부산 영도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등교 중인 10살 황예서 양이 굴러 내려온 대형 화물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 직전 근처 어망 제조 업체가 도로에 화물차를 불법으로 세워둔 채, 지게차로 원통 모양의 어망 실뭉치를 하역하다 벌어진 일인데요.

■ 어제(28일) 부산지법에서 첫 재판…피고인들 "공소사실 모두 인정"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 구속기소 된 어망제조업체 대표 김 모 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불구속기소 된 직원 3명도 재판에 출석했는데요. 이 가운데 베트남 국적인 2명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드러나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머물다 재판을 위해 부산으로 왔습니다.

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들 모습
검찰은 사고 당시 화물이 언덕길 아래로 굴러갈 위험이 있는데도 피고인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1.7톤짜리 화물을 차도와 보도 경계에 떨어뜨려 예서 양을 숨지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표 김 씨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없이 지게차를 몰았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어망 제조 업체 직원들이 굴러가는 화물을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피고인들은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사고 발생보고서와 피해 진술조서 등 모든 증거자료도 이의 없이 받아들였는데요. 대표 김 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유족 측과 합의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유족·범죄피해평가전문가 증인 신청…피고인 측 변호인 "반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예서 양 유족과 범죄피해평가전문가 등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예서 양 유족 측이 피고인들에게 예서가 생전에 어떤 아이였는지, 예서를 잃어 유족들이 어떤 피해를 봤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대표 김 씨 측 변호인은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유족에 대해서만 증인 신문을 하기로 하고, 전문가 증인을 채택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예서 양 유족 측은 "유족이 법정에 나가면 감정에 휘둘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수 있어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을 설명해 줄 전문가를 함께 증인으로 요청한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도 아닌데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에 대해 크게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 "대표 김 씨, 구속 풀려나면 돈 벌어 보상해주겠다"…유족 분통

이번 재판에서 대표 김 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유족과 합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서 김 씨 가족은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됐을 무렵 유족을 한 차례 찾아간 적이 있는데요. 사고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김 씨가 구속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장은 돈이 없으니 김 씨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피해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요.

유족 측은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 씨가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예서 양 빈소에라도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는데요. 김 씨는 구속되기 전에는 유족 측에 연락 한번 없었다고 합니다. 유족 측은 김 씨가 이제 와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합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라면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는데요.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선물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에 열립니다. 하늘나라로 떠난 예서 양은 돌아올 수 없게 됐지만, 이어질 재판에서 예서 양을 숨지게 한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길 유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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