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영아 살해 친모의 편지

아이 둘을 낳자마자 살해한 뒤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 '수원 영아살해 사건'의 친모 고 모 씨가 심경을 담은 자필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고 씨는 편지에서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저에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또 본인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엄마 없이 살아야 하는 세 자녀의 '홀로서기'를 가르칠 시간을 벌기 위해 자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 "엄마 없이 밥 챙겨 먹는 법 알려주느라 자수 못 했다"

2018년 2019년 각각 출산한 넷째와 다섯째 아이를 차례로 살해한 고 씨는 그 전에 낳은 세 아이는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고 씨는 자수하지 못했던 건 남은 세 아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 씨는 "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며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거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고 씨는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후라이 하는 법 등 혼자 할 수 있는 걸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경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며 "구속될 거란 생각에 남은 아이들에게 엄마 없이도 밥이라도 챙겨 먹을 수 있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고 씨 "남은 아이들 학교도 못 가고 있어…신상 털지 말라"

고 씨는 "자백한 당일 바로 방송에 사건이 보도돼 아이들은 하교 후 집으로 못 가고 피신하여 지금까지 학교를 못 가고 있다"며 남은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고 씨는 또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고 했습니다.

"죄 없는 남편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 고 씨는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면서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 경찰, '연달아 아이들 살해...범행 '고의' 있다 판단

최초 범행 자백 당시부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진술해 온 고 씨. 이번에 드러난 자필 편지 역시, 기존에 고 씨가 경찰 조사에서 밝혀왔던 입장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이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아이를 연달아 살해한 데는 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 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변경을 고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경찰은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