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 총소리 들려 나가보니…길가에 총 맞은 고양이 사체

입력 2023.06.29 (15:37) 수정 2023.06.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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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를 향해 총구를 겨눠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주에선 지난해 8월에도 몸에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나 전국적인 공분이 일기도 했습니다.

■ 월요일 아침 마을 울린 '탕탕' 총소리…밖에 나가보니 죽은 고양이

서귀포경찰서는 동물보호법과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경찰과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7시 10분쯤,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공기총으로 쏴 죽이는 등, 허가받은 용도 외에 총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여러 발의 총소리를 듣고 놀란 주민이 112에 신고했습니다.

KBS 취재진을 만난 주민 B 씨는 "총소리 5발이 나길래, 놀라서 나가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 범인은 유해 야생동물 잡던 60대 男…"고양이가 길을 막아서 화가 났다"

여러 발의 총소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총포 불출(拂出) 기록과 주변 방범 CCTV를 확인, 피의자를 특정해 서귀포시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수년 전부터 총포 소지 허가를 받아 유해 야생동물 포획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A 씨는 이날도 "유해 야생동물을 잡으러 간다"며 경찰서에 보관해둔 공기총을 받아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9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길고양이를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속 총기는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 서귀포경찰서 제공지난 19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길고양이를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속 총기는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 서귀포경찰서 제공

고양이 부검에서 발견된 총탄(납탄). 서귀포경찰서 제공고양이 부검에서 발견된 총탄(납탄). 서귀포경찰서 제공

이 남성은 경찰에 범행 사실을 곧바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유해 야생동물을 잡으러 가는 중에 고양이가 길을 막고 있어, 경적을 울려도 비키지 않자 우발적으로 총을 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습니다.

부검 결과, 죽은 고양이 목 부위에서 납탄 한 알이 발견됐습니다. 총소리를 여러 발 들었다는 마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고양이의 몸과 주변에선 다른 총탄이 추가로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은 전과가 없고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정신감정 등 별도의 신체검사 없이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에게서 총기 소유권 포기서를 받은 경찰은 조만간 이 남성 소유의 총기 2개를 모두 폐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제주 동물보호단체도 이 남성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 '화살 맞은 개' 이어 총 맞아 죽은 고양이까지…잔혹 범죄 잇달아

한편 제주에선 지난해 8월에도 70cm 길이 화살에 맞아 몸이 뚫린 채 길거리를 배회하던 개 한 마리가 발견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화살을 맞은 개는 지난해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입양을 미루고, 다른 지역에서 훈련과 치료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이 개에게 화살을 쏜 혐의로 7개월 만에 붙잡힌 4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사육하는 닭들을 개가 물어 죽였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는데, 정작 화살을 맞은 피해견은 닭 피해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활동을 펼치는 김은숙 사단법인 '혼디도랑' 대표는 "화살에 이어 총까지 등장해, 다음에는 무엇이 또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찰이나 행정 당국에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강력하게 수사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에서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개 한 마리.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7개월 만인 지난 3월, 개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 피의자가 붙잡혔다. 제주시 제공지난해 8월,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에서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개 한 마리.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7개월 만인 지난 3월, 개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 피의자가 붙잡혔다. 제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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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탕’ 총소리 들려 나가보니…길가에 총 맞은 고양이 사체
    • 입력 2023-06-29 15:37:23
    • 수정2023-06-29 18: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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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를 향해 총구를 겨눠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주에선 지난해 8월에도 몸에 화살이 관통된 개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나 전국적인 공분이 일기도 했습니다.

■ 월요일 아침 마을 울린 '탕탕' 총소리…밖에 나가보니 죽은 고양이

서귀포경찰서는 동물보호법과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경찰과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7시 10분쯤,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공기총으로 쏴 죽이는 등, 허가받은 용도 외에 총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여러 발의 총소리를 듣고 놀란 주민이 112에 신고했습니다.

KBS 취재진을 만난 주민 B 씨는 "총소리 5발이 나길래, 놀라서 나가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 범인은 유해 야생동물 잡던 60대 男…"고양이가 길을 막아서 화가 났다"

여러 발의 총소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총포 불출(拂出) 기록과 주변 방범 CCTV를 확인, 피의자를 특정해 서귀포시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수년 전부터 총포 소지 허가를 받아 유해 야생동물 포획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A 씨는 이날도 "유해 야생동물을 잡으러 간다"며 경찰서에 보관해둔 공기총을 받아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9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길고양이를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속 총기는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 서귀포경찰서 제공
고양이 부검에서 발견된 총탄(납탄). 서귀포경찰서 제공
이 남성은 경찰에 범행 사실을 곧바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유해 야생동물을 잡으러 가는 중에 고양이가 길을 막고 있어, 경적을 울려도 비키지 않자 우발적으로 총을 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습니다.

부검 결과, 죽은 고양이 목 부위에서 납탄 한 알이 발견됐습니다. 총소리를 여러 발 들었다는 마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고양이의 몸과 주변에선 다른 총탄이 추가로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은 전과가 없고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정신감정 등 별도의 신체검사 없이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에게서 총기 소유권 포기서를 받은 경찰은 조만간 이 남성 소유의 총기 2개를 모두 폐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길고양이가 총에 맞아 죽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마을 도로변.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제주 동물보호단체도 이 남성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 '화살 맞은 개' 이어 총 맞아 죽은 고양이까지…잔혹 범죄 잇달아

한편 제주에선 지난해 8월에도 70cm 길이 화살에 맞아 몸이 뚫린 채 길거리를 배회하던 개 한 마리가 발견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화살을 맞은 개는 지난해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입양을 미루고, 다른 지역에서 훈련과 치료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이 개에게 화살을 쏜 혐의로 7개월 만에 붙잡힌 4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사육하는 닭들을 개가 물어 죽였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는데, 정작 화살을 맞은 피해견은 닭 피해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활동을 펼치는 김은숙 사단법인 '혼디도랑' 대표는 "화살에 이어 총까지 등장해, 다음에는 무엇이 또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찰이나 행정 당국에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강력하게 수사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에서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개 한 마리.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7개월 만인 지난 3월, 개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 피의자가 붙잡혔다. 제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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