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에서 돌벽이 와르르…“장마철인데 더 걱정”
입력 2023.06.30 (07:00)
수정 2023.06.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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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무너져버린 돌벽
커다란 돌과 흙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쌓아놓은 돌벽 절반이 무너진 건데요.
지난 26일,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사람만 한 돌들이 그대로 밀려 내려왔다
이 돌벽은 높이 15 미터·폭 60 미터에 이르고, 돌 하나의 무게만 1톤 가까이 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무너진 돌벽 아래에 사는 주민은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부터 벽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며 영주시청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가 없자 열흘 전 임시 거처로 대피했습니다.
"위험해가지고 저희들이 읍내에 빌라를 얻어 가지고 거기에서 기거한 지가 10일째 됩니다.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하고 답답하고..." - 임태섭, 인근 주민 |
돌벽이 무너진 충격으로 깨진 타일
이 주민은 돌벽이 무너진 충격으로 집 안에 있던 타일이 깨졌고, 농사용으로 쓰던 물탱크도 다 부서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제(29일) 다시 내린 많은 비에 돌벽은 추가로 무너졌습니다.
■돌벽은 누가, 왜 세웠나?
이 돌벽은 산 위에 있던 사찰에서 진입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기존 도로의 경사가 심하고, 폭이 좁다는 이유로 흙을 쌓아서 다른 도로와 높이를 맞추는 공사였습니다.
사찰이 진행한 진입도로 조성 공사
2022년 영주시의 소규모 자력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시청에서 자재도 지원받았는데,
문제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한 불법 공사라는 점입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배수시설도 제대로 해놓지 않아 스며든 빗물에 흙이 무너져버렸습니다.
도로를 만든 사찰의 주지 스님은 "영주시청의 소규모 자력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됐으니 자동으로 허가가 된 줄 알았다"며, 허가 과정을 밟지 않은 불법 공사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당국은 복구 대신 행정조치만...
영주시가 처음 불법 행위를 인지한 건 지난해 11월쯤입니다.
하지만 8개월간 원상복구 명령만 내렸을 뿐, 따로 조치를 하지는 않다가 이달 들어 사찰을 고발했습니다.
그리고는 사고가 나기 직전 주말에야 물길을 돌리고 방수포를 씌우는 등 임시조치를 취했지만, 하루 만에 돌벽이 무너진 겁니다.
돌벽이 무너지자 영주시가 임시조치에 나섰다.
영주시는 일단 방수포를 다시 씌우고, 흙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복구 공사는 장마철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공사구역 중 일부는 소백산 국립공원 구역이기도 한데요.
소백산 국립공원사무소는 공원구역에 포함된 진입로 조성 공사에 대해서만 고발을 진행했고, 도로에 붙은 돌벽은 공원구역이 아닌 "영주시 관할 지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사는 하나인데 관할은 영주시와 국립공원으로 나뉘어있다보니 둘 다 소극적인 대처에 그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원상복구 명령과 고발 조치 등으로 시간만 보내다 결국 무너져버린 돌벽.
앞으로도 며칠이나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장맛비 속에, 주민은 돌벽이 삶의 터전을 덮쳐버리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영주시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합니다.
"시에 몇 번이나 민원을 제기했는데...처리 중이라고 하길래 그걸 믿은 게 올해 2월이었습니다." - 임태섭, 인근 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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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자락에서 돌벽이 와르르…“장마철인데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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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30 07:00:47
- 수정2023-06-30 07:25:41
커다란 돌과 흙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쌓아놓은 돌벽 절반이 무너진 건데요.
지난 26일,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이 돌벽은 높이 15 미터·폭 60 미터에 이르고, 돌 하나의 무게만 1톤 가까이 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무너진 돌벽 아래에 사는 주민은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부터 벽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며 영주시청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가 없자 열흘 전 임시 거처로 대피했습니다.
"위험해가지고 저희들이 읍내에 빌라를 얻어 가지고 거기에서 기거한 지가 10일째 됩니다.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하고 답답하고..." - 임태섭, 인근 주민 |
이 주민은 돌벽이 무너진 충격으로 집 안에 있던 타일이 깨졌고, 농사용으로 쓰던 물탱크도 다 부서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제(29일) 다시 내린 많은 비에 돌벽은 추가로 무너졌습니다.
■돌벽은 누가, 왜 세웠나?
이 돌벽은 산 위에 있던 사찰에서 진입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기존 도로의 경사가 심하고, 폭이 좁다는 이유로 흙을 쌓아서 다른 도로와 높이를 맞추는 공사였습니다.
2022년 영주시의 소규모 자력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시청에서 자재도 지원받았는데,
문제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한 불법 공사라는 점입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배수시설도 제대로 해놓지 않아 스며든 빗물에 흙이 무너져버렸습니다.
도로를 만든 사찰의 주지 스님은 "영주시청의 소규모 자력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됐으니 자동으로 허가가 된 줄 알았다"며, 허가 과정을 밟지 않은 불법 공사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당국은 복구 대신 행정조치만...
영주시가 처음 불법 행위를 인지한 건 지난해 11월쯤입니다.
하지만 8개월간 원상복구 명령만 내렸을 뿐, 따로 조치를 하지는 않다가 이달 들어 사찰을 고발했습니다.
그리고는 사고가 나기 직전 주말에야 물길을 돌리고 방수포를 씌우는 등 임시조치를 취했지만, 하루 만에 돌벽이 무너진 겁니다.
영주시는 일단 방수포를 다시 씌우고, 흙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복구 공사는 장마철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공사구역 중 일부는 소백산 국립공원 구역이기도 한데요.
소백산 국립공원사무소는 공원구역에 포함된 진입로 조성 공사에 대해서만 고발을 진행했고, 도로에 붙은 돌벽은 공원구역이 아닌 "영주시 관할 지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사는 하나인데 관할은 영주시와 국립공원으로 나뉘어있다보니 둘 다 소극적인 대처에 그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원상복구 명령과 고발 조치 등으로 시간만 보내다 결국 무너져버린 돌벽.
앞으로도 며칠이나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장맛비 속에, 주민은 돌벽이 삶의 터전을 덮쳐버리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영주시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합니다.
"시에 몇 번이나 민원을 제기했는데...처리 중이라고 하길래 그걸 믿은 게 올해 2월이었습니다." - 임태섭, 인근 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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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joo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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