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살해’ 친모, 낙태 비용 부담에 범행”…남편은 불송치

두 아이를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30대 친모는 ‘낙태 비용’이 부담돼 남편 몰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방조’ 혐의로 입건됐던 남편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오늘(30일) 고 씨를 구속 송치하면서 지금까지 경찰 조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 “한 차례 낙태 뒤 낙태비용 부담에 범행”

경찰 발표에 따르면 고 씨는 2018년 11월 여아를 출산하고, 그 다음날 퇴원해 집으로 데려온 아기를 목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냉장고에 은닉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도 남아를 출산한 뒤 다음 날 퇴원하면서, 집 근처 노상에서 같은 수법으로 아기를 살해하고 사체를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범행에 앞서 2017년 낙태 경험이 있는 고 씨는 당시 낙태 비용에 부담을 느꼈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2018년과 2019년에는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고 씨에 대한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고 씨가 일반적인 기준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지 않고 살해해야 할 정도로 빈곤에 시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경찰은 “고 씨는 출산 이후 하루가 경과한 시점에 두 아이를 살해했고, 메신저 기록들을 분석한 결과 고 씨가 당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고 씨는 언론에 공개한 자필 편지로 ‘산후우울증과 생활고를 겪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편지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질문에 경찰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병원 치료 기록이 확인된 건 없고, 어린이집 원비 체납 등에 관해서도 확인한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 “범행 알았다고 볼 정황 없어”…남편은 불송치

고 씨의 남편에 대해 경찰은 면밀한 조사를 위해 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했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초 고 씨의 남편은 참고인 조사에서 “2018년에는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몰랐고, 2019년에는 임신 사실은 알았지만, 아내가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는 취지로 진술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범행 시기 전후 부부의 메신저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18년에는 부부간 일상적인 대화는 나눴지만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대화를 전혀 나눈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에도 고 씨와 남편이 낙태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메신저에 남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남편이 고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서류에 남편의 서명이 적힌 정황에 대해 경찰은 “2018년 출산한 병원의 입원 서류에서 남편 서명이 발견되긴 했지만, 고 씨가 자신이 남편 이름을 대리로 기재했다고 진술했고 메신저 내용 등을 검토한 결과 이 진술에 부합한다고 보여 별도 증거 자료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