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된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양식 물고기 다 잡아먹어도 못 건드려” [주말엔]

입력 2023.07.02 (07:04) 수정 2023.07.02 (07: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겨울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가 이제는 우리나라에 눌러앉았습니다. 전국 각지에,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씩 모여 집단 서식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송어 양식장에 떼로 날아들어 물고기를 잡아먹고, 근처 낚시터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겨울 진객이었던 민물가마우지는 어쩌다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됐을까요?


■송어양식장에 날아든 새까만 새떼…열흘 만에 어린 송어 4만여 마리 먹어치워

사진에 보이는 곳은 강원도 평창의 한 송어 양식장입니다. 송어 양식장의 통로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까만 물체는 다름아닌 민물가마우지입니다. 날개를 퍼덕이며 양식장 물 속으로 뛰어들고, 연신 자맥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송어·다 큰 송어 가릴 것 없이 민물가마우지가 수조까지 들어가 헤엄을 치며 몽땅 먹어치웠어요."

양식장 주인은 민물가마우지가 처음 나타난 건 올해 5월 초순이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두세 마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수십 마리가 떼로 양식장에 날아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열흘 만에 양식장에서 키우던 어린 송어 45,000마리를 먹어치웠다고 말합니다.

수조에 뛰어들어 송어를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 모습(CCTV 화면)수조에 뛰어들어 송어를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 모습(CCTV 화면)

어린 송어를 애지중지 키워, 올 연말 평창군 대표 축제 가운데 하나인 송어축제에 납품하려고 했는데, 이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양식장 주인은 하소연했습니다.

가마우지가 먹어 치운 어린 송어 값을 날린 것도 모자라, 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선 철제 가림막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7,000만 원의 생돈이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황새나 왜가리 등이 찾아와 한두 마리 낚아가던 건 이해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민물가마우지 떼에는 손쓸 도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근처 낚시터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도 민물가마우지가 날아와서는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너무 큰 물고기는 먹지 못해 쪼아놓고 달아나곤 하는데, 상처입은 물고기는 2~3일 안에 죽었다고 합니다. 낚시터 운영자는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같은 피해를 봤을 거라며 속상해 했습니다.

평창강 민물가마우지 집단 서식지. 민물가마우지 분변에 오염돼 나무가 하얗게 변한 모습평창강 민물가마우지 집단 서식지. 민물가마우지 분변에 오염돼 나무가 하얗게 변한 모습

■ "알도 못 건드려요." …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20여 년 만에 '70배'

모두 인근 평창강 일대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떼로 추정됩니다. 5~6년 전, 처음 이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던 민물가마우지는 개체 수가 급속하게 늘었습니다. 최근엔 500마리까지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는 야트막한 동산 한편에선 나무들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가마우지 배설물로 뒤덮이며 나무가 말라죽어가는 '백화현상' 입니다.

이 같은 피해는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강원도 춘천 소양호에서는 4~5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다는 내수면 어업인들의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대식가이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원주 흥업저수지에 있는 거북섬이라는 곳은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기 시작하면서, 섬 전체가 죽은 섬이 되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섬의 나무들이 말라 죽자, 원주시가 나서서 죽은 나무를 없애고, 새로 나무를 심는 녹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민물가마우지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정한 보호종입니다. 현행법상 포획 등의 방법으로는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로 주민들이 실질적인 재산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체를 잡기는 커녕 알도 건드릴 수 없어요."

방법이라곤 간접적인 방법 뿐입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튼 나무를 없애는 겁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강변이라 접근이 어려운 데다, 민물가마우지들이 새끼를 기르는 시기에는 못 하는 제약이 따릅니다. 손을 대려면, 민물가마우지들이 다 자라서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시기, 그러니까 빈 둥지가 됐을 때 해야 합니다.

이러다보니 서식지는 곳곳으로 퍼졌고, 개체 수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1999년 260여 마리였던 가마우지는 올해 21,000여 마리로 조사됐습니다. 70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올해 초 환경부에, 민물가마우지를 잡아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환경부, 유해야생동물 지정?…이달 중 결정할 듯

환경부는 최근 피해 양식장과 집단 서식지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의 호소를 들었습니다. 또, 전문가와 관계기관을 모아 간담회도 개최했습니다. 정부가 조심스러운 건 "생명체인 만큼 이를 보호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끼치는 경제적인 피해 현황 파악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달 중에 한두 차례 간담회를 더 마련하고,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연관 기사] 텃새된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11934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텃새된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양식 물고기 다 잡아먹어도 못 건드려” [주말엔]
    • 입력 2023-07-02 07:04:55
    • 수정2023-07-02 07:06:11
    주말엔
겨울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가 이제는 우리나라에 눌러앉았습니다. 전국 각지에,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씩 모여 집단 서식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송어 양식장에 떼로 날아들어 물고기를 잡아먹고, 근처 낚시터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br />겨울 진객이었던 민물가마우지는 어쩌다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됐을까요?

■송어양식장에 날아든 새까만 새떼…열흘 만에 어린 송어 4만여 마리 먹어치워

사진에 보이는 곳은 강원도 평창의 한 송어 양식장입니다. 송어 양식장의 통로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까만 물체는 다름아닌 민물가마우지입니다. 날개를 퍼덕이며 양식장 물 속으로 뛰어들고, 연신 자맥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송어·다 큰 송어 가릴 것 없이 민물가마우지가 수조까지 들어가 헤엄을 치며 몽땅 먹어치웠어요."

양식장 주인은 민물가마우지가 처음 나타난 건 올해 5월 초순이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두세 마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수십 마리가 떼로 양식장에 날아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열흘 만에 양식장에서 키우던 어린 송어 45,000마리를 먹어치웠다고 말합니다.

수조에 뛰어들어 송어를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 모습(CCTV 화면)
어린 송어를 애지중지 키워, 올 연말 평창군 대표 축제 가운데 하나인 송어축제에 납품하려고 했는데, 이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양식장 주인은 하소연했습니다.

가마우지가 먹어 치운 어린 송어 값을 날린 것도 모자라, 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선 철제 가림막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7,000만 원의 생돈이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황새나 왜가리 등이 찾아와 한두 마리 낚아가던 건 이해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민물가마우지 떼에는 손쓸 도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근처 낚시터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도 민물가마우지가 날아와서는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너무 큰 물고기는 먹지 못해 쪼아놓고 달아나곤 하는데, 상처입은 물고기는 2~3일 안에 죽었다고 합니다. 낚시터 운영자는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같은 피해를 봤을 거라며 속상해 했습니다.

평창강 민물가마우지 집단 서식지. 민물가마우지 분변에 오염돼 나무가 하얗게 변한 모습
■ "알도 못 건드려요." …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20여 년 만에 '70배'

모두 인근 평창강 일대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떼로 추정됩니다. 5~6년 전, 처음 이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던 민물가마우지는 개체 수가 급속하게 늘었습니다. 최근엔 500마리까지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는 야트막한 동산 한편에선 나무들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가마우지 배설물로 뒤덮이며 나무가 말라죽어가는 '백화현상' 입니다.

이 같은 피해는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강원도 춘천 소양호에서는 4~5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다는 내수면 어업인들의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대식가이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원주 흥업저수지에 있는 거북섬이라는 곳은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기 시작하면서, 섬 전체가 죽은 섬이 되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섬의 나무들이 말라 죽자, 원주시가 나서서 죽은 나무를 없애고, 새로 나무를 심는 녹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민물가마우지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정한 보호종입니다. 현행법상 포획 등의 방법으로는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로 주민들이 실질적인 재산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체를 잡기는 커녕 알도 건드릴 수 없어요."

방법이라곤 간접적인 방법 뿐입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튼 나무를 없애는 겁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강변이라 접근이 어려운 데다, 민물가마우지들이 새끼를 기르는 시기에는 못 하는 제약이 따릅니다. 손을 대려면, 민물가마우지들이 다 자라서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시기, 그러니까 빈 둥지가 됐을 때 해야 합니다.

이러다보니 서식지는 곳곳으로 퍼졌고, 개체 수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1999년 260여 마리였던 가마우지는 올해 21,000여 마리로 조사됐습니다. 70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올해 초 환경부에, 민물가마우지를 잡아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환경부, 유해야생동물 지정?…이달 중 결정할 듯

환경부는 최근 피해 양식장과 집단 서식지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의 호소를 들었습니다. 또, 전문가와 관계기관을 모아 간담회도 개최했습니다. 정부가 조심스러운 건 "생명체인 만큼 이를 보호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물가마우지가 끼치는 경제적인 피해 현황 파악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달 중에 한두 차례 간담회를 더 마련하고,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연관 기사] 텃새된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11934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