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폭동 피해 능가…“이젠 소년 죽음과 무관”

입력 2023.07.03 (21:33) 수정 2023.07.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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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된 프랑스 시위가 격렬한 폭동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집과 차량이 불타고 무차별적인 약탈이 벌어지자, 숨진 소년의 가족도 폭력 시위를 멈추라고 호소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시위 시작 무렵,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습니다.

10대 소년 나엘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며 평화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집과 차량이 불타고, 대중교통이 공격당해 시민들의 발도 묶였습니다.

상점은 무차별적으로 털렸습니다.

[알렉산드르 망숑/프랑스 자영업자 : "솔직히 견딜 수 없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노동자일 뿐입니다."]

시위 시작 후 엿새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차량 5천 대 이상과 건물 천여 동이 불탔습니다.

2005년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숨진 사건 후 당시 3주 동안 이어졌던 폭동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큽니다.

지금까지 3천 명 넘게 체포됐는데, 이들의 30%가 평균 연령 17세 소년들입니다.

처음엔 또래의 죽음에 대한 반발로 여겨졌지만, 장난처럼 약탈을 하고 그 영상을 SNS에 올리는 행태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나엘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약탈의 구실일 뿐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초기,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던 축구선수 음바페가 시위 중단을 촉구했고, 나엘의 가족도 폭력 시위를 멈추라고 호소했습니다.

[나디아/숨진 소년의 할머니 : "나엘을 구실로 이런 짓을 하고 있습니다. 안됩니다. 멈춰야 합니다. 상점 유리창을 깨서는 안 되며, 학교를 약탈해서도 안 됩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미루고 피해 지역의 자치단체장들과 면담을 이어가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김철

[앵커]

보신 것 처럼 프랑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을 직접 연결해 더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안 특파원! 프랑스어권의 다른 국가에서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현지시각 그제 밤, 스위스 로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0대 청소년 등 100여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져 10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당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참석 차 브뤼셀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앵커]

짧은 시간에 시위가 빠르게 퍼진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현지 언론들은 2005년 폭동 때 양상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소셜네트워크, SNS를 꼽고 있습니다.

누군가 시위 장소와 시간을 SNS상에서 공지하면, 익명의 참가자들이 기습적으로 모여 조직적인 폭력 시위를 벌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이 프랑스 전역에서, 마치 점조직처럼 매일 밤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인종차별, 이민자 갈등 같은 프랑스 사회의 고질병이 분노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되짚어보자던 목소리도 지금은 폭동에 묻힌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 교민들과 관광객들 피해도 우려되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기자]

실제로 현지시각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시위대 공격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선 시위가 주로 야간 시간대 집중되는 만큼, 늦은 시각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요.

특히 파리 외곽 지역, 또 현재 시위가 가장 격렬한 마르세유와 리옹 등 지방 도시 방문은 한동안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시위 상황, 주의점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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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폭동 피해 능가…“이젠 소년 죽음과 무관”
    • 입력 2023-07-03 21:33:54
    • 수정2023-07-03 2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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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된 프랑스 시위가 격렬한 폭동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집과 차량이 불타고 무차별적인 약탈이 벌어지자, 숨진 소년의 가족도 폭력 시위를 멈추라고 호소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시위 시작 무렵,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습니다.

10대 소년 나엘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며 평화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집과 차량이 불타고, 대중교통이 공격당해 시민들의 발도 묶였습니다.

상점은 무차별적으로 털렸습니다.

[알렉산드르 망숑/프랑스 자영업자 : "솔직히 견딜 수 없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노동자일 뿐입니다."]

시위 시작 후 엿새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차량 5천 대 이상과 건물 천여 동이 불탔습니다.

2005년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숨진 사건 후 당시 3주 동안 이어졌던 폭동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큽니다.

지금까지 3천 명 넘게 체포됐는데, 이들의 30%가 평균 연령 17세 소년들입니다.

처음엔 또래의 죽음에 대한 반발로 여겨졌지만, 장난처럼 약탈을 하고 그 영상을 SNS에 올리는 행태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나엘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약탈의 구실일 뿐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초기,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던 축구선수 음바페가 시위 중단을 촉구했고, 나엘의 가족도 폭력 시위를 멈추라고 호소했습니다.

[나디아/숨진 소년의 할머니 : "나엘을 구실로 이런 짓을 하고 있습니다. 안됩니다. 멈춰야 합니다. 상점 유리창을 깨서는 안 되며, 학교를 약탈해서도 안 됩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미루고 피해 지역의 자치단체장들과 면담을 이어가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김철

[앵커]

보신 것 처럼 프랑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을 직접 연결해 더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안 특파원! 프랑스어권의 다른 국가에서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현지시각 그제 밤, 스위스 로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0대 청소년 등 100여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져 10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당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참석 차 브뤼셀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앵커]

짧은 시간에 시위가 빠르게 퍼진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현지 언론들은 2005년 폭동 때 양상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소셜네트워크, SNS를 꼽고 있습니다.

누군가 시위 장소와 시간을 SNS상에서 공지하면, 익명의 참가자들이 기습적으로 모여 조직적인 폭력 시위를 벌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이 프랑스 전역에서, 마치 점조직처럼 매일 밤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인종차별, 이민자 갈등 같은 프랑스 사회의 고질병이 분노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되짚어보자던 목소리도 지금은 폭동에 묻힌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 교민들과 관광객들 피해도 우려되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기자]

실제로 현지시각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시위대 공격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선 시위가 주로 야간 시간대 집중되는 만큼, 늦은 시각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요.

특히 파리 외곽 지역, 또 현재 시위가 가장 격렬한 마르세유와 리옹 등 지방 도시 방문은 한동안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시위 상황, 주의점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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