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무실 크기는 100㎡만’ 조례…“회의는 어디서?” 반발

입력 2023.07.05 (18:46) 수정 2023.07.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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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오늘(5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에 소속된 교원, 공무원, 교육공무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노동조합 지원 기준을 마련했다는데 정작 노동조합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 "사무실을 사무공간으로만 쓰면 회의, 연수 어디서?"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에 제공하고 있는 사무실은 모두 11곳입니다. 교원노조 4개, 공무원노조 2개, 공무직 노조 5개입니다.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노조 사무실 면적을 최소 30제곱미터에서 최대 100제곱미터로 제한했습니다.

100제곱미터를 넘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인데 현재 11개 노조 사무실 중 1개를 제외한 10개가 모두 100제곱미터를 넘습니다.

그동안은 서울시교육청과 노조 간 합의에 따라 사무실 지원 범위를 자율적으로 정해왔는데 조례안 통과로 앞으로는 사무실 면적이 100제곱미터까지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현재 100제곱미터보다 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노조들은 사무실 면적을 크게 줄이거나 이사를 가야하게 됐습니다.

일례로 서울교사노조의 사무실은 300제곱미터입니다.

서울교사노조 장대진 수석부위원장은 "노조 사무실은 사무 공간만 있는 게 아니라 회의실, 휴게실, 상담이나 연수 목적 공간으로도 사용되는데 이 조례대로라면 사무 공간으로만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수시로 회의가 있는데 앞으로 회의는 어디서 하라는 것인지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노조마다 사무실 면적이 천차만별이라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서울시의회가 토론회도 연 적이 없고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협의를 한 적도 없이 입법 예고만 했다"며 일방적인 조례 제정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 일부서울시교육청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 일부

■ "노조 사무실 강탈 조례안"...조희연 교육감에 '재의 요구' 요청

서울시교육청 소속 노동조합 11개 중에 9개가 오늘(5일) 기자회견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조례안을 '노조 사무실 강탈 조례안'이라고 부르며 조례안 통과를 규탄했습니다.

노동조합들은 이 조례안이 조례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은 단체교섭 대상이고 법률적 근거 없이 단체교섭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 조례안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위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조합 측은 사전에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별도의 토론회 등을 열지 않는 등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서울시의회 "형평성 고려해 합리적 기준 정한 것"

그러나 조례안은 오늘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61대 20으로 가결돼 통과됐습니다.

재석 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습니다.

앞서 이 조례안은 지난 5월 30일 심미경 시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했고 국민의힘 시의원 24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례안을 보면 제안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 11곳에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무실 지원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없어 노조에 따라 사무실 규모, 보증금, 월세 등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규모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해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한다"고 했습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심미경 시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노조마다 사무실을 제공하는 면적의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어떤 노조는 상근 인원이 한 명도 없는데도 보증금이 6억 원이나 된다"면서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고 법률적 검토를 다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심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생기게 될 유휴부지를 사무소로 활용하자는 게 조례의 첫번째 원칙"라면서 "전체 32억 원이나 되는 보증금이 현재 노조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고 월세가 1300만 원씩 매달 나가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심 의원은 사무실 면적을 사무공간으로만 제한해 회의실이나 다른 공간이 없게 된다는 지적에는 "노동조합법에는 노동조합이 행하는 어떤 것에 대해 사용자가 뭘 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사무소는 제공할 수 있다고 나와 있고 회의실이나 창고 등 다른 공간 제공은 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조례안은 즉시 발효되고 노조마다 사무실 관련 임대차 계약이 남아있는 기간 동안에는 유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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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사무실 크기는 100㎡만’ 조례…“회의는 어디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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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오늘(5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에 소속된 교원, 공무원, 교육공무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노동조합 지원 기준을 마련했다는데 정작 노동조합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 "사무실을 사무공간으로만 쓰면 회의, 연수 어디서?"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에 제공하고 있는 사무실은 모두 11곳입니다. 교원노조 4개, 공무원노조 2개, 공무직 노조 5개입니다.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노조 사무실 면적을 최소 30제곱미터에서 최대 100제곱미터로 제한했습니다.

100제곱미터를 넘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인데 현재 11개 노조 사무실 중 1개를 제외한 10개가 모두 100제곱미터를 넘습니다.

그동안은 서울시교육청과 노조 간 합의에 따라 사무실 지원 범위를 자율적으로 정해왔는데 조례안 통과로 앞으로는 사무실 면적이 100제곱미터까지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현재 100제곱미터보다 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노조들은 사무실 면적을 크게 줄이거나 이사를 가야하게 됐습니다.

일례로 서울교사노조의 사무실은 300제곱미터입니다.

서울교사노조 장대진 수석부위원장은 "노조 사무실은 사무 공간만 있는 게 아니라 회의실, 휴게실, 상담이나 연수 목적 공간으로도 사용되는데 이 조례대로라면 사무 공간으로만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수시로 회의가 있는데 앞으로 회의는 어디서 하라는 것인지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노조마다 사무실 면적이 천차만별이라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서울시의회가 토론회도 연 적이 없고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협의를 한 적도 없이 입법 예고만 했다"며 일방적인 조례 제정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 일부
■ "노조 사무실 강탈 조례안"...조희연 교육감에 '재의 요구' 요청

서울시교육청 소속 노동조합 11개 중에 9개가 오늘(5일) 기자회견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조례안을 '노조 사무실 강탈 조례안'이라고 부르며 조례안 통과를 규탄했습니다.

노동조합들은 이 조례안이 조례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은 단체교섭 대상이고 법률적 근거 없이 단체교섭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 조례안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위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조합 측은 사전에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별도의 토론회 등을 열지 않는 등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서울시의회 "형평성 고려해 합리적 기준 정한 것"

그러나 조례안은 오늘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61대 20으로 가결돼 통과됐습니다.

재석 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습니다.

앞서 이 조례안은 지난 5월 30일 심미경 시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했고 국민의힘 시의원 24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례안을 보면 제안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 11곳에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무실 지원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없어 노조에 따라 사무실 규모, 보증금, 월세 등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규모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해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한다"고 했습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심미경 시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노조마다 사무실을 제공하는 면적의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어떤 노조는 상근 인원이 한 명도 없는데도 보증금이 6억 원이나 된다"면서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고 법률적 검토를 다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심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생기게 될 유휴부지를 사무소로 활용하자는 게 조례의 첫번째 원칙"라면서 "전체 32억 원이나 되는 보증금이 현재 노조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고 월세가 1300만 원씩 매달 나가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심 의원은 사무실 면적을 사무공간으로만 제한해 회의실이나 다른 공간이 없게 된다는 지적에는 "노동조합법에는 노동조합이 행하는 어떤 것에 대해 사용자가 뭘 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사무소는 제공할 수 있다고 나와 있고 회의실이나 창고 등 다른 공간 제공은 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조례안은 즉시 발효되고 노조마다 사무실 관련 임대차 계약이 남아있는 기간 동안에는 유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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