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발언’ 이후 첫 한·중 고위급 접촉…한중관계 물꼬 트나

입력 2023.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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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한중관계는 그야말로 안갯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4일) 싱 대사 발언 파문 이후 처음으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급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싱 대사 발언 이후 첫 고위급 접촉이자, 올 들어 처음 이루어진 고위급 대면 소통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 올해 첫 한·중 고위급 대면접촉… "한중관계 증진 위해 세심한 노력 필요"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어제(4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차관격인 쑨웨이둥 부부장과 면담과 오찬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관리와 발전을 위해 취해 온 양국 정부의 조치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 부부장과 면담을 했다.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 부부장과 면담을 했다.

"양측은 지난해 8월 칭다오 외교장관회담 및 특히 11월 발리 G20 계기 정상회담시 달성한 한중관계 지속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 외교부가 어제(4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외교부의 설명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양국 관계 증진'이라는 문구입니다. 이를 위해 양측이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는 얘기인데요. 지난 달 싱하이밍 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초치와 맞초치를 해가며 갈등으로 치닫았던 상황을 돌아보면, 양측이 한중관계를 더이상 갈등 국면으로 이어가서는 안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측은 또 교역 증진과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최 차관보는 특히 중국 내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 조성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는 등 북핵 관련 소통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중국 측에선 이번에도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대외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핵심 이익'인 만큼, 최 차관보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양국 수교 이후 변함없이 견지됐다"고 강조했습니다.

4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에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 접촉이 이루어졌다.4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에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 접촉이 이루어졌다.

이번 면담은 6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싱하이밍 대사 관련 이야기가 오갔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다음 주에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한 실무 협의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진전되는 상황을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디스리킹' 나선 것" …싱 대사 관련 후속 조치는 지켜봐야

앞서 지난 3일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 전문가와 전직 관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에 참석한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인사말에서 "아시아는 우리의 공동 거주지이고, 3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시기를 언급하며서 "늘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중·일·한은 반드시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 세 나라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모처럼 한중일 협력의 의지를 강조해 관계개선의 '훈풍'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급 접촉에 대해 "일종의 '디리스킹(derisking, 위험관리)을 위해 만난 자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영삼 차관보가 중국 공사를 지낸 중국통인 만큼 더 이상의 마찰을 줄이고 '논의할 건 논의하자'고 만든 자리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중국도 산업 등 한국에 아쉬운 부분이 있고 우리 입장에서도 예전 사드 때처럼 경제 보복조치 등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면 부정적 영향이 불 보듯 뻔하지 않냐"며 "서로 실리를 추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싱 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거취와 관련해 조치를 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실적으로 싱 대사가 국내에서의 외교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우리 외교부가 "언행의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뭔가 반응이 나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보의 이번 방중으로 양국 소통 채널에 물꼬가 트이면서 다음 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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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한중관계는 그야말로 안갯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4일) 싱 대사 발언 파문 이후 처음으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급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싱 대사 발언 이후 첫 고위급 접촉이자, 올 들어 처음 이루어진 고위급 대면 소통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 올해 첫 한·중 고위급 대면접촉… "한중관계 증진 위해 세심한 노력 필요"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어제(4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차관격인 쑨웨이둥 부부장과 면담과 오찬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관리와 발전을 위해 취해 온 양국 정부의 조치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 부부장과 면담을 했다.
"양측은 지난해 8월 칭다오 외교장관회담 및 특히 11월 발리 G20 계기 정상회담시 달성한 한중관계 지속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 외교부가 어제(4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외교부의 설명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양국 관계 증진'이라는 문구입니다. 이를 위해 양측이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는 얘기인데요. 지난 달 싱하이밍 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초치와 맞초치를 해가며 갈등으로 치닫았던 상황을 돌아보면, 양측이 한중관계를 더이상 갈등 국면으로 이어가서는 안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측은 또 교역 증진과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최 차관보는 특히 중국 내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 조성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는 등 북핵 관련 소통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중국 측에선 이번에도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대외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핵심 이익'인 만큼, 최 차관보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양국 수교 이후 변함없이 견지됐다"고 강조했습니다.

4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에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 접촉이 이루어졌다.
이번 면담은 6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싱하이밍 대사 관련 이야기가 오갔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다음 주에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한 실무 협의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진전되는 상황을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디스리킹' 나선 것" …싱 대사 관련 후속 조치는 지켜봐야

앞서 지난 3일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 전문가와 전직 관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에 참석한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인사말에서 "아시아는 우리의 공동 거주지이고, 3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시기를 언급하며서 "늘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중·일·한은 반드시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 세 나라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모처럼 한중일 협력의 의지를 강조해 관계개선의 '훈풍'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제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급 접촉에 대해 "일종의 '디리스킹(derisking, 위험관리)을 위해 만난 자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영삼 차관보가 중국 공사를 지낸 중국통인 만큼 더 이상의 마찰을 줄이고 '논의할 건 논의하자'고 만든 자리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중국도 산업 등 한국에 아쉬운 부분이 있고 우리 입장에서도 예전 사드 때처럼 경제 보복조치 등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면 부정적 영향이 불 보듯 뻔하지 않냐"며 "서로 실리를 추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싱 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거취와 관련해 조치를 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실적으로 싱 대사가 국내에서의 외교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우리 외교부가 "언행의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뭔가 반응이 나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보의 이번 방중으로 양국 소통 채널에 물꼬가 트이면서 다음 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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