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1세대’ 김준, 후배들과 한무대…“평생 음악 하다 죽겠다”

입력 2023.07.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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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 이벤트홀. 관객들로 꽉 찬 객석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자 이날의 주인공이 아내의 부축을 받아 무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무대 중앙에 마련된 휠체어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소절을 시작하자 장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루이 암스트롱의 명곡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덤덤히 불러나가던 그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끝내 눈물을 보였고, 객석의 박수 소리는 이를 덮어주려는 듯 더욱 커졌다.

바로 한국 '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 김준(83) 헌정 앨범 '왓 어 원더풀 월드' 발매 기념 콘서트 현장이다.

김준은 지난달 어느 공연을 마친 뒤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휠체어에 앉아 무대에 오르는 열의를 보일 수 있었다.

김준은 1960년대 '빨간 마후라' 등으로 큰 인기를 끈 쟈니 브라더스 출신으로, 그룹 해체 이후 1969년 이래 지금까지 솔로 재즈 가수로 활약했다. 특히 재즈의 불모지와도 같던 우리나라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는 이날 붉은 꽃으로 장식한 멋들어진 흰색 재킷에 중절모 차림으로 등장했다. 세월이 느껴지는 은빛 머리와 수염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나긋나긋한 창법에는 여유와 관록이 넘쳤다.

김준은 "이런 모습(휠체어)으로 무대에 올라와서 죄송하다. 평소에 조심해서 살고 있는데도 이렇게 일(사고)이 나버렸다"고 너스레를 떨며 운을 뗐다.

그는 "한국의 유일한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소개받을 때마다 참 부끄럽고 외로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저는 노래를 천직으로 알고 시작했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평생 살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지금껏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재지 레이디'(Jazzy Lady)와 헌정 앨범에도 실린 '왓 어 원더풀 월드' 등을 들려줬다.

푸른 나무, 붉은 장미, 무지개의 색깔, 아기의 울음 등 사소해 보이는 주변 모든 것이 '아름다운 세상'(Wonderful World)이라는 노랫말은 인생의 황혼기에 노래가 천직이었다는 그의 고백과 잘 맞아떨어져 감동을 안겼다.

콘서트에는 헌정 앨범 제작을 진두지휘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을 비롯해 마리아킴·유사랑·이주미,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 등 재즈계 유명 후배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웅산은 "제가 어렸을 적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김준이) 너무 많은 사랑과 응원을 줬기에 감사의 의미로 헌정 앨범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김준은 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재즈가 이렇게 많이 발전한 데에는 이렇게 1세대 선생님들이 불모지에 멋진 씨앗을 뿌려주신 덕분"이라고 김준을 치켜세웠다.

이주미도 "김준이 우리나라에 재즈라는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고, 마리아킴은 "김준은 한국의 토니 베넷"이라고 짚었다.

이들 후배 재즈 뮤지션들은 객석에서 김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마다 특색을 살려 개성 강한 무대를 선보였다. 김준은 한 팔을 머리에 괴고 편안한 자세로 후배들을 지켜봤다.

콘서트는 김준과 후배들의 합동 무대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제가 가요계 생활을 하면서 1960년대부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활동해왔는데, 그 가운데 으뜸이 재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재즈를 사랑하시죠?" (김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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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 1세대’ 김준, 후배들과 한무대…“평생 음악 하다 죽겠다”
    • 입력 2023-07-06 09:16:11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 이벤트홀. 관객들로 꽉 찬 객석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자 이날의 주인공이 아내의 부축을 받아 무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무대 중앙에 마련된 휠체어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소절을 시작하자 장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루이 암스트롱의 명곡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덤덤히 불러나가던 그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끝내 눈물을 보였고, 객석의 박수 소리는 이를 덮어주려는 듯 더욱 커졌다.

바로 한국 '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 김준(83) 헌정 앨범 '왓 어 원더풀 월드' 발매 기념 콘서트 현장이다.

김준은 지난달 어느 공연을 마친 뒤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휠체어에 앉아 무대에 오르는 열의를 보일 수 있었다.

김준은 1960년대 '빨간 마후라' 등으로 큰 인기를 끈 쟈니 브라더스 출신으로, 그룹 해체 이후 1969년 이래 지금까지 솔로 재즈 가수로 활약했다. 특히 재즈의 불모지와도 같던 우리나라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는 이날 붉은 꽃으로 장식한 멋들어진 흰색 재킷에 중절모 차림으로 등장했다. 세월이 느껴지는 은빛 머리와 수염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나긋나긋한 창법에는 여유와 관록이 넘쳤다.

김준은 "이런 모습(휠체어)으로 무대에 올라와서 죄송하다. 평소에 조심해서 살고 있는데도 이렇게 일(사고)이 나버렸다"고 너스레를 떨며 운을 뗐다.

그는 "한국의 유일한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소개받을 때마다 참 부끄럽고 외로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저는 노래를 천직으로 알고 시작했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평생 살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지금껏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재지 레이디'(Jazzy Lady)와 헌정 앨범에도 실린 '왓 어 원더풀 월드' 등을 들려줬다.

푸른 나무, 붉은 장미, 무지개의 색깔, 아기의 울음 등 사소해 보이는 주변 모든 것이 '아름다운 세상'(Wonderful World)이라는 노랫말은 인생의 황혼기에 노래가 천직이었다는 그의 고백과 잘 맞아떨어져 감동을 안겼다.

콘서트에는 헌정 앨범 제작을 진두지휘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을 비롯해 마리아킴·유사랑·이주미,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 등 재즈계 유명 후배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웅산은 "제가 어렸을 적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김준이) 너무 많은 사랑과 응원을 줬기에 감사의 의미로 헌정 앨범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김준은 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재즈가 이렇게 많이 발전한 데에는 이렇게 1세대 선생님들이 불모지에 멋진 씨앗을 뿌려주신 덕분"이라고 김준을 치켜세웠다.

이주미도 "김준이 우리나라에 재즈라는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고, 마리아킴은 "김준은 한국의 토니 베넷"이라고 짚었다.

이들 후배 재즈 뮤지션들은 객석에서 김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마다 특색을 살려 개성 강한 무대를 선보였다. 김준은 한 팔을 머리에 괴고 편안한 자세로 후배들을 지켜봤다.

콘서트는 김준과 후배들의 합동 무대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제가 가요계 생활을 하면서 1960년대부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활동해왔는데, 그 가운데 으뜸이 재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재즈를 사랑하시죠?" (김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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