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거미 최초 발견…먹이는 어떻게 찾을까

입력 2023.07.06 (11:58) 수정 2023.07.06 (13: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 발견. ‘한국구슬거미’ 암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 발견. ‘한국구슬거미’ 암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위의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보통 거미라고 하면 검은색으로 이뤄진 모습을 떠올리기 쉽죠. 그런데 사진 속 거미의 몸 색깔은 검은색이 아닙니다. 에메랄드처럼 빛이 납니다. 마치 구슬 색 같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이 거미의 이름은 '한국구슬거미'로 정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 발견…동굴생활로 퇴화
이 거미는 색깔만 독특한 게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눈이 없다'는 점입니다. 거미는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8개 정도의 눈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눈은 거미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유한 역할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거미와 다르게 한국구슬거미는 눈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서식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이 거미는 일생을 동굴에서 서식하는 '진동굴성 거미'입니다. 동굴에서만 있다 보니 눈이 완전히 퇴화해 없어진 겁니다.

한국구슬거미 수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한국구슬거미 수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크기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거미가 약 5~10mm인데 반해 한국구슬거미는 1~1.5mm로 무척 작습니다.

■ 동굴 환경에 맞춰 진화…눈은 없어도 다리는 길다!

이처럼 눈이 없는 거미는 전 세계 5만여 종의 거미 중에 몇 종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최초 발견입니다. 2022년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44과 930종의 거미가 보고돼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이승환 서울대 교수(곤충계통분류학 전공) 연구팀이 지난해 2월 동굴에서 거미를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생태 특성 등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연구 결과 한국구슬거미는 동굴 내부의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8개의 긴 다리를 갖고 있고, 태양광선이나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색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몸 색깔이 흰 색에 가까워졌습니다. 흰색에 가깝지만 사진에서 보듯, 빛을 비추면 몸과 다리에서 푸른빛이 영롱하게 반사됩니다.

채집지인 동굴 내부 (국립생물자원관)채집지인 동굴 내부 (국립생물자원관)

■ 눈 없는데 먹이는 어떻게?

그러면 눈이 없는 거미는 먹이를 어떻게 찾을까. 알다시피 거미는 거미줄을 치고, 거미줄에 걸려드는 먹이를 먹습니다. 다만,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었다는 건 시각 정보보다는 '진동'을 통해 느낍니다.

한국구슬거미도 동굴의 벽 틈에 넓고 평평한 거미줄을 쳐 매달려 있으면서, 먹이가 걸려들면 진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은 곤충류를 포식하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다만, 거미줄을 치는 그 위치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생물다양성 연구에 중요한 성과…동굴 방문은 자제"

눈 없는 거미의 발견이 뭐 그리 중요할까...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는 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이고, 생물 주권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물자원관은 강조합니다. 또한 발견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동굴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거미를 직접 보겠다며 혹은 수집하겠다며 동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연구 목적의 채집까지 말릴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수집은 제한된 동굴 속 거미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KBS 기사에서도 동굴 내부 사진은 함께 첨부하지만, 채집지인 동굴의 입구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1년 반의 연구. 한국구슬거미는 국명이고, 세계적으로 사용될 학명은 'Telema coreana Oh, Choi and Lee, 2023'입니다. coreana는 한국을 뜻하고, Oh(최초 채집한 연구팀의 오종화 학생), Choi(최용근 동굴연구 전문가), Lee(연구팀 이승환 교수)를 뜻합니다. 이름 첫 글자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논문발표를 거쳐 한국구슬거미는 내년 2월 공표될 2023년 국가생물종목록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눈 없는’ 거미 최초 발견…먹이는 어떻게 찾을까
    • 입력 2023-07-06 11:58:14
    • 수정2023-07-06 13:37:02
    심층K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 발견. ‘한국구슬거미’ 암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위의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보통 거미라고 하면 검은색으로 이뤄진 모습을 떠올리기 쉽죠. 그런데 사진 속 거미의 몸 색깔은 검은색이 아닙니다. 에메랄드처럼 빛이 납니다. 마치 구슬 색 같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이 거미의 이름은 '한국구슬거미'로 정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 발견…동굴생활로 퇴화
이 거미는 색깔만 독특한 게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눈이 없다'는 점입니다. 거미는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8개 정도의 눈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눈은 거미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유한 역할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거미와 다르게 한국구슬거미는 눈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서식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이 거미는 일생을 동굴에서 서식하는 '진동굴성 거미'입니다. 동굴에서만 있다 보니 눈이 완전히 퇴화해 없어진 겁니다.

한국구슬거미 수컷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크기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거미가 약 5~10mm인데 반해 한국구슬거미는 1~1.5mm로 무척 작습니다.

■ 동굴 환경에 맞춰 진화…눈은 없어도 다리는 길다!

이처럼 눈이 없는 거미는 전 세계 5만여 종의 거미 중에 몇 종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최초 발견입니다. 2022년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44과 930종의 거미가 보고돼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이승환 서울대 교수(곤충계통분류학 전공) 연구팀이 지난해 2월 동굴에서 거미를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생태 특성 등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연구 결과 한국구슬거미는 동굴 내부의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8개의 긴 다리를 갖고 있고, 태양광선이나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색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몸 색깔이 흰 색에 가까워졌습니다. 흰색에 가깝지만 사진에서 보듯, 빛을 비추면 몸과 다리에서 푸른빛이 영롱하게 반사됩니다.

채집지인 동굴 내부 (국립생물자원관)
■ 눈 없는데 먹이는 어떻게?

그러면 눈이 없는 거미는 먹이를 어떻게 찾을까. 알다시피 거미는 거미줄을 치고, 거미줄에 걸려드는 먹이를 먹습니다. 다만,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었다는 건 시각 정보보다는 '진동'을 통해 느낍니다.

한국구슬거미도 동굴의 벽 틈에 넓고 평평한 거미줄을 쳐 매달려 있으면서, 먹이가 걸려들면 진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은 곤충류를 포식하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다만, 거미줄을 치는 그 위치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생물다양성 연구에 중요한 성과…동굴 방문은 자제"

눈 없는 거미의 발견이 뭐 그리 중요할까...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는 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이고, 생물 주권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물자원관은 강조합니다. 또한 발견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동굴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거미를 직접 보겠다며 혹은 수집하겠다며 동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연구 목적의 채집까지 말릴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수집은 제한된 동굴 속 거미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KBS 기사에서도 동굴 내부 사진은 함께 첨부하지만, 채집지인 동굴의 입구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1년 반의 연구. 한국구슬거미는 국명이고, 세계적으로 사용될 학명은 'Telema coreana Oh, Choi and Lee, 2023'입니다. coreana는 한국을 뜻하고, Oh(최초 채집한 연구팀의 오종화 학생), Choi(최용근 동굴연구 전문가), Lee(연구팀 이승환 교수)를 뜻합니다. 이름 첫 글자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논문발표를 거쳐 한국구슬거미는 내년 2월 공표될 2023년 국가생물종목록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