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식이·장관·MB맨…대통령 특보로 돌아온 유인촌

입력 2023.07.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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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50대 이상은 드라마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이'로 유 전 장관을 기억할테고, 30~40대에게는 '장관 유인촌'의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할 수 있습니다. 20대 이하에게는 유인촌이라는 인물 자체보다, 이른바 '찍지마' 사건의 밈(meme)이 더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유명 연기자에서 문체부 최장수 장관을 거친 뒤 최근 10여 년 동안은 연극무대에 종종 올랐을 뿐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TV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유 전 장관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화체육 특별보좌관이라는 고위 공직에 임명된 것입니다.

■ 'MB맨' 유인촌…'최장수' 문체부 장관이 남긴 것은?

'전국민이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유명 연기자였던 유인촌 전 장관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됐고, 2011년까지 3년간 장관을 지내면서 '최장수' 문체부 장관으로 불렸습니다. 장관 퇴임 뒤에는 대통령 문화특보로 또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가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됩니다.

유 전 장관은 2011년 퇴임 전 KTV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예술 단체의 체질 개선과 지원 제도 정착 등을 주요 성과로 직접 꼽았습니다.

하지만, 재임 초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도 빚었습니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2008년 3월 유 전 장관의 말은,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유 전 장관은 '코드 인사'는 오해라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장관이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건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이른바 '찍지마' 사건입니다.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이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 모두는 이명박 휘하다. 졸개들"이라고 말하자 소동이 빚어져 회의가 정회됐는데, 유 전 장관이 갑자기 취재진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찍지마. XX. 성질 뻗쳐서"라고 말한 것입니다.


유 전 장관은 국정원이 작성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좌파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건데, 유 전 장관이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습니다.

유 전 장관은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문체부에 어떤 명단도 내려온 게 없고, 문체부가 어떤 실행을 한 것도 없다"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 '문체특보' 유인촌의 역할은?


대통령 특보는 정부 청사 내 사무실과 보좌 인력, 차량 등이 제공되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입니다.

종종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거나 정책 조언도 하지만, 대외적으로 활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물밑 권력'이기도 합니다.

유 전 장관이 임명된 '문체특보'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유 전 장관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문화체육 분야에 꼭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리까지 신설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연기자 출신으로 문화 콘텐츠를 잘 알고, 극단 운영 경험이 있어 문화 산업도 잘 아는데다, 정책 경험도 있다"면서 "K-콘텐츠를 육성하는 데 조언을 얻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돌아오는 'MB맨'들…정책도 다시?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특보는 두 사람입니다. 공교롭게도 다른 한 사람 또한 'MB맨'으로 분류되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입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지냈습니다.


이 전 수석도 유인촌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불법 활동 정황을 담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검찰 수사에서 과거 국정원의 불법 활동을 담은 문건이 여럿 세상에 드러났는데, 그 가운데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거나, 홍보수석실에 전달됐다는 문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방송사 간부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 등을 담은 문건들입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동관 전 수석이었습니다. 이 전 수석은 이에 대해 "(문건을)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전 수석은 현재 사실상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중순쯤 지명 발표가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유 전 장관과 함께, 미디어 산업 전반의 밑그림을 그릴 주요 공직을 이명박 정부 당시의 인사들이 맡게되는 셈입니다. 주요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여 년 만의 '화려한 복귀'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맨'들의 복귀라는 지적에 "민주당 정부 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들이 많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의혹과 논란이 있었던 인사 아니냐'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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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7 17: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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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50대 이상은 드라마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이'로 유 전 장관을 기억할테고, 30~40대에게는 '장관 유인촌'의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할 수 있습니다. 20대 이하에게는 유인촌이라는 인물 자체보다, 이른바 '찍지마' 사건의 밈(meme)이 더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유명 연기자에서 문체부 최장수 장관을 거친 뒤 최근 10여 년 동안은 연극무대에 종종 올랐을 뿐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TV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유 전 장관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화체육 특별보좌관이라는 고위 공직에 임명된 것입니다.

■ 'MB맨' 유인촌…'최장수' 문체부 장관이 남긴 것은?

'전국민이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유명 연기자였던 유인촌 전 장관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됐고, 2011년까지 3년간 장관을 지내면서 '최장수' 문체부 장관으로 불렸습니다. 장관 퇴임 뒤에는 대통령 문화특보로 또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가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됩니다.

유 전 장관은 2011년 퇴임 전 KTV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예술 단체의 체질 개선과 지원 제도 정착 등을 주요 성과로 직접 꼽았습니다.

하지만, 재임 초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도 빚었습니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2008년 3월 유 전 장관의 말은,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유 전 장관은 '코드 인사'는 오해라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장관이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건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이른바 '찍지마' 사건입니다.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이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 모두는 이명박 휘하다. 졸개들"이라고 말하자 소동이 빚어져 회의가 정회됐는데, 유 전 장관이 갑자기 취재진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찍지마. XX. 성질 뻗쳐서"라고 말한 것입니다.


유 전 장관은 국정원이 작성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좌파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건데, 유 전 장관이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습니다.

유 전 장관은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문체부에 어떤 명단도 내려온 게 없고, 문체부가 어떤 실행을 한 것도 없다"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 '문체특보' 유인촌의 역할은?


대통령 특보는 정부 청사 내 사무실과 보좌 인력, 차량 등이 제공되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입니다.

종종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거나 정책 조언도 하지만, 대외적으로 활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물밑 권력'이기도 합니다.

유 전 장관이 임명된 '문체특보'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유 전 장관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문화체육 분야에 꼭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리까지 신설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연기자 출신으로 문화 콘텐츠를 잘 알고, 극단 운영 경험이 있어 문화 산업도 잘 아는데다, 정책 경험도 있다"면서 "K-콘텐츠를 육성하는 데 조언을 얻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돌아오는 'MB맨'들…정책도 다시?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특보는 두 사람입니다. 공교롭게도 다른 한 사람 또한 'MB맨'으로 분류되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입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지냈습니다.


이 전 수석도 유인촌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불법 활동 정황을 담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검찰 수사에서 과거 국정원의 불법 활동을 담은 문건이 여럿 세상에 드러났는데, 그 가운데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거나, 홍보수석실에 전달됐다는 문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방송사 간부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 등을 담은 문건들입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동관 전 수석이었습니다. 이 전 수석은 이에 대해 "(문건을)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전 수석은 현재 사실상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중순쯤 지명 발표가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유 전 장관과 함께, 미디어 산업 전반의 밑그림을 그릴 주요 공직을 이명박 정부 당시의 인사들이 맡게되는 셈입니다. 주요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여 년 만의 '화려한 복귀'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맨'들의 복귀라는 지적에 "민주당 정부 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들이 많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의혹과 논란이 있었던 인사 아니냐'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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