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전구 6천여 개로 만든 ‘빛구름’

입력 2023.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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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그 웡(Doug Wong)사진: 더그 웡(Doug Wong)

흰 뭉게구름 아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빗줄기까지 떨어지는데도 다들 시끌벅적 즐거운 모습이군요. 자세히 보면 빗줄기를 손으로 붙잡은 사람도 보이죠? 구름, 비, 그리고 사람. 이 셋이 모여서 완성되는 설치 작품입니다. 제목은 <클라우드 인 ( )>.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를 괄호 안에 넣으면 제목이 완성되는 거죠.

저 인공 구름의 소재는 백열전구입니다. 수명을 다하면 버려지는 폐기물이죠. 그런 백열전구 6천여 개를 모아서 구름을 만들고, 기다란 실을 늘어뜨려 빗줄기를 표현했습니다. 관람객이 줄을 잡아당기면 백열전구를 껐다 켰다 할 수 있습니다.


전시 이력도 화려합니다. 2013년부터 캐나다 캘거리,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미국 미데나폴리스, 호주 타운빌, 프랑스 와트바일러, 독일 쾰른 등 25개 나라 주요 도시에서 전 세계인을 만났죠. 이 특별한 작품이 한국에 왔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구 하우스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작품 제목이 <클라우드 인 양평>입니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케이트린 브라운(Caitlind R C Brown)과 웨인 가렛(Wayne Garrett)입니다. 대학에서 케이트린은 미술을, 웨인은 기계 제작과 수리, 음악을 전공하고 의기투합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체험적 순간을 제공하는 영상물과 설치 작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인공 광원에서 건축물의 잔해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죠. 다중적 상호작용, 빛의 사회적 기대 효과, 소재의 맥락화, 지역사회의 협력 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좌] The Deep Dark (2015) [우] Yesterday, Tomorrow (2018)[좌] The Deep Dark (2015) [우] Yesterday, Tomorrow (2018)

[좌] And Between Us, An Ocean (2022) [우] 2019 The Hibernation Project[좌] And Between Us, An Ocean (2022) [우] 2019 The Hibernation Project

다시, 빛 구름으로 돌아옵니다. 백열전구는 역사적으로 전기 조명 발전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단계적으로 사용이 중지되고 있죠. 그 자체가 기술 변화의 과도기를 상징하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겁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서서히 인간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는 백열전구를 작품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순환, 환경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겁니다. 구름 아래서 작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때로는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구름을 채우는 빛이 명멸하면서 내리는 빗줄기에 둘러싸인 기분을 느끼게 되죠.


미술관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맑은 물의 고장 양평의 대표 수목인 '버드나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북한강 지류인 '문호천'이 보이는 정원에서 구름이 떠올라 비가 내리는 듯한 형상이라고.

괄호를 채워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 제목처럼, 이렇게 특정한 장소에 놓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른바 '장소 특정적' 작품의 특성을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연결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4월 말에 시작한 전시는 장마철을 지나며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제목: 클라우드 인 양평 (CLOUD in 양평)
기간: 2023년 8월 13일(일)까지
장소: 구 하우스 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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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열전구 6천여 개로 만든 ‘빛구름’
    • 입력 2023-07-10 0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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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그 웡(Doug Wong)
흰 뭉게구름 아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빗줄기까지 떨어지는데도 다들 시끌벅적 즐거운 모습이군요. 자세히 보면 빗줄기를 손으로 붙잡은 사람도 보이죠? 구름, 비, 그리고 사람. 이 셋이 모여서 완성되는 설치 작품입니다. 제목은 <클라우드 인 ( )>.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를 괄호 안에 넣으면 제목이 완성되는 거죠.

저 인공 구름의 소재는 백열전구입니다. 수명을 다하면 버려지는 폐기물이죠. 그런 백열전구 6천여 개를 모아서 구름을 만들고, 기다란 실을 늘어뜨려 빗줄기를 표현했습니다. 관람객이 줄을 잡아당기면 백열전구를 껐다 켰다 할 수 있습니다.


전시 이력도 화려합니다. 2013년부터 캐나다 캘거리,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미국 미데나폴리스, 호주 타운빌, 프랑스 와트바일러, 독일 쾰른 등 25개 나라 주요 도시에서 전 세계인을 만났죠. 이 특별한 작품이 한국에 왔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구 하우스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작품 제목이 <클라우드 인 양평>입니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케이트린 브라운(Caitlind R C Brown)과 웨인 가렛(Wayne Garrett)입니다. 대학에서 케이트린은 미술을, 웨인은 기계 제작과 수리, 음악을 전공하고 의기투합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체험적 순간을 제공하는 영상물과 설치 작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인공 광원에서 건축물의 잔해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죠. 다중적 상호작용, 빛의 사회적 기대 효과, 소재의 맥락화, 지역사회의 협력 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좌] The Deep Dark (2015) [우] Yesterday, Tomorrow (2018)
[좌] And Between Us, An Ocean (2022) [우] 2019 The Hibernation Project
다시, 빛 구름으로 돌아옵니다. 백열전구는 역사적으로 전기 조명 발전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단계적으로 사용이 중지되고 있죠. 그 자체가 기술 변화의 과도기를 상징하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겁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서서히 인간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는 백열전구를 작품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순환, 환경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겁니다. 구름 아래서 작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때로는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구름을 채우는 빛이 명멸하면서 내리는 빗줄기에 둘러싸인 기분을 느끼게 되죠.


미술관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맑은 물의 고장 양평의 대표 수목인 '버드나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북한강 지류인 '문호천'이 보이는 정원에서 구름이 떠올라 비가 내리는 듯한 형상이라고.

괄호를 채워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 제목처럼, 이렇게 특정한 장소에 놓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른바 '장소 특정적' 작품의 특성을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연결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4월 말에 시작한 전시는 장마철을 지나며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제목: 클라우드 인 양평 (CLOUD in 양평)
기간: 2023년 8월 13일(일)까지
장소: 구 하우스 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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