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수당을 격려금으로?…감사원, 선관위 직원 128명 적발

입력 2023.07.10 (14:00) 수정 2023.07.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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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 일부 직원들이 '회의 수당'을 격려금 명목으로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오늘 공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전국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 59%인 146개 선관위에서, 비상근 선거관리위원이 받는 회의수당이 규정과 다른 방식으로 지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관위는 회의에 참석한 선거관리위원에게 1인당 6만 원씩 참석 수당을 지급해왔는데, 이 돈은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위원들 각자의 계좌로 이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수당이 각각의 위원이 아닌 총무 위원 한 명에게 지급됐고, 이렇게 모은 돈은 선관위 사무처 직원들의 '격려금' 명목으로 쓰였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적발된 128명의 선관위 직원들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별금과 여행 경비 등 '직원 격려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128명을 자체 조사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특정인에게 일괄 지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상급자인 선거관리위원이 하급자인 직원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이 아니"라며 "재심의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관위는 다만,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선거평가와 소통 등의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금액적인 부분 등 사회 통념상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더이상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비상임 위원에게도 '매달' 수당 지급"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회가 소속 비상임 위원에게 현행법과 맞지 않는 '규칙'을 만들어 매달 수당을 지급해 온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상임이 아닌 위원들은 명예직으로서, 이들에게는 일당과 여비 등만 '실비보상'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2013년 '중앙선관위 위원수당에 관한 규칙'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비상임 위원에게 매달 200만 원 넘는 '공명선거추진 활동수당'을 지급해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2019년에도 "월정액 수당은 '실비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런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내부 규칙을 개정하라"고 통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비상임 위원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해 계속 지급해왔습니다.

감사원은 2019년 8월 지적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비상임 위원 15명에게 모두 6억 5천만 원의 월정액 수당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봤습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어 '선거관리위원회법'을 개정해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려고 했지만, 개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1월부터는 규칙을 개정해 해당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선관위는 내년부터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직무 태만이나 도덕적 해이, 공직윤리 위반 등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 '소쿠리 투표' 논란은 선관위 자체 감사로 종결

감사원이 이번에 낸 보고서에는 '소쿠리 투표' 내용도 있습니다.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때,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 용지를 투표함이 아닌 '소쿠리'에 담는 등 부적절한 선거 관리가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 결과를 받아본 뒤, 문제가 있으면 추가 감사에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동안 진행한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의 투표 수요 예측이 부실했던 점과 관리업체와의 협업이 미흡했던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투표 사무원이 선거인 대신 투표용지를 발급하거나 수령하고 투표함에 대리 투입하는 방식은, 용지를 받은 선거인이 직접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도록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데도 법적 검토 없이 진행됐다고 선관위는 판단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선관위 사무차장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를, 당시 선거업무를 담당했던 전 선거정책실장에게 정직 3개월 등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를 검토한 결과 감사원이 추가로 감사할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선거관리 업무 등은 계속 감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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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 일부 직원들이 '회의 수당'을 격려금 명목으로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오늘 공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전국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 59%인 146개 선관위에서, 비상근 선거관리위원이 받는 회의수당이 규정과 다른 방식으로 지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관위는 회의에 참석한 선거관리위원에게 1인당 6만 원씩 참석 수당을 지급해왔는데, 이 돈은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위원들 각자의 계좌로 이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수당이 각각의 위원이 아닌 총무 위원 한 명에게 지급됐고, 이렇게 모은 돈은 선관위 사무처 직원들의 '격려금' 명목으로 쓰였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적발된 128명의 선관위 직원들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별금과 여행 경비 등 '직원 격려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128명을 자체 조사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특정인에게 일괄 지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상급자인 선거관리위원이 하급자인 직원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이 아니"라며 "재심의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관위는 다만,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선거평가와 소통 등의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금액적인 부분 등 사회 통념상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더이상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비상임 위원에게도 '매달' 수당 지급"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회가 소속 비상임 위원에게 현행법과 맞지 않는 '규칙'을 만들어 매달 수당을 지급해 온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상임이 아닌 위원들은 명예직으로서, 이들에게는 일당과 여비 등만 '실비보상'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2013년 '중앙선관위 위원수당에 관한 규칙'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비상임 위원에게 매달 200만 원 넘는 '공명선거추진 활동수당'을 지급해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2019년에도 "월정액 수당은 '실비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런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내부 규칙을 개정하라"고 통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비상임 위원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해 계속 지급해왔습니다.

감사원은 2019년 8월 지적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비상임 위원 15명에게 모두 6억 5천만 원의 월정액 수당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봤습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어 '선거관리위원회법'을 개정해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려고 했지만, 개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1월부터는 규칙을 개정해 해당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선관위는 내년부터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직무 태만이나 도덕적 해이, 공직윤리 위반 등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 '소쿠리 투표' 논란은 선관위 자체 감사로 종결

감사원이 이번에 낸 보고서에는 '소쿠리 투표' 내용도 있습니다.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때,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 용지를 투표함이 아닌 '소쿠리'에 담는 등 부적절한 선거 관리가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 결과를 받아본 뒤, 문제가 있으면 추가 감사에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동안 진행한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의 투표 수요 예측이 부실했던 점과 관리업체와의 협업이 미흡했던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투표 사무원이 선거인 대신 투표용지를 발급하거나 수령하고 투표함에 대리 투입하는 방식은, 용지를 받은 선거인이 직접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도록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데도 법적 검토 없이 진행됐다고 선관위는 판단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선관위 사무차장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를, 당시 선거업무를 담당했던 전 선거정책실장에게 정직 3개월 등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를 검토한 결과 감사원이 추가로 감사할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선거관리 업무 등은 계속 감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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