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벽’ 고립 우려…“우리 성당을 지켜주세요”

입력 2023.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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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촬영된 강원도도 속초시 동명동성당1950년대 촬영된 강원도도 속초시 동명동성당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천주교 춘천교구 동명동성당'은 지은 지 70년 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축물입니다.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착공해, 이듬해 8월 준공됐습니다.
당시 워낙 자재가 부족해 철근은 동해 북부선 철도의 폐선로를 쓰고, 지붕은 미군 수송부대에서 가져온 드럼통을 펼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전쟁을 피해 속초에 정착한 이주 난민을 위한 안식처이자, 전쟁 중 수복지구에 마련된 첫 성당이라는 상징성도 갖췄습니다.
이런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등록문화재 지정도 추진 중입니다.
이달 20일 문화재청 실사를 앞두고 있는데 속초의 첫 국가 등록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3년 현재 천주교 춘천교구 동명동성당 전경2023년 현재 천주교 춘천교구 동명동성당 전경

■ 성당 앞 49층짜리 건물 추진? …신자들 "동의할 수 없어"

최근 이 성당의 신자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성당을 찾아온 사업자가 성당과 맞닿은 구역에 대규모 개발계획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포함한 최고 49층짜리 건축물 2동을 짓겠다는 계획에 신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초고층 구조물로 인한 일조권이나 조망권 침해와 성당 고립을 우려하는 겁니다.
즉시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명 운동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는 해당 구역의 땅을 사들이는 등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명범 동명동성당 사목회장은 "성전을 (고층 건물이) 가린다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 계획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1950년대 성당 모습(왼쪽)과 2023년 현재 성당(오른쪽)1950년대 성당 모습(왼쪽)과 2023년 현재 성당(오른쪽)

■ 신자든 아니든 희망을 소망하는 곳…"성당을 지켜주세요"

동해가 바라보이는 해안가 언덕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애초 건축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닷가 주변 개발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주변으로 이미 고층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거나 공사 중인 곳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0층에 가까운 대형 건축물까지 2동이나 새로 들어오게 되면, 사실상 '빌딩 벽'에 둘러싸이게 될 것으로, 성당 측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기범 동명동성당 주임신부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초고층 아파트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유산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곳은 우리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자손만대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기도하고 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소망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사업 관계자들에게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곳은 여기가 아니어도 많을 것" 이라며 "부디 생각을 달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명동성당 내부에서 설명하는  이기범 주임신부동명동성당 내부에서 설명하는 이기범 주임신부

■ 관광객 고층건물 보러오는 것 아냐..."성당 보호 대책 세워야"

지역사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속초시의회 김명길 의장은 종교를 떠나 성당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감안해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명길 의장은 "연 2천만 명 관광객이 (속초를) 찾아오는 이유도 시대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보존되는 그런 도시를 보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며, 속초시가 적극 나서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속초시는 통상 아파트 등 건설 사업이 접수되는 경우 충분히 검토한다는 입장인데, 절차대로 진행되는 사업을 행정적으로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다만 속초시는 사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주민센터와 그 부지에 대해서는 사업자 등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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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벽’ 고립 우려…“우리 성당을 지켜주세요”
    • 입력 2023-07-12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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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촬영된 강원도도 속초시 동명동성당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천주교 춘천교구 동명동성당'은 지은 지 70년 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축물입니다.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착공해, 이듬해 8월 준공됐습니다.
당시 워낙 자재가 부족해 철근은 동해 북부선 철도의 폐선로를 쓰고, 지붕은 미군 수송부대에서 가져온 드럼통을 펼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전쟁을 피해 속초에 정착한 이주 난민을 위한 안식처이자, 전쟁 중 수복지구에 마련된 첫 성당이라는 상징성도 갖췄습니다.
이런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등록문화재 지정도 추진 중입니다.
이달 20일 문화재청 실사를 앞두고 있는데 속초의 첫 국가 등록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3년 현재 천주교 춘천교구 동명동성당 전경
■ 성당 앞 49층짜리 건물 추진? …신자들 "동의할 수 없어"

최근 이 성당의 신자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성당을 찾아온 사업자가 성당과 맞닿은 구역에 대규모 개발계획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포함한 최고 49층짜리 건축물 2동을 짓겠다는 계획에 신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초고층 구조물로 인한 일조권이나 조망권 침해와 성당 고립을 우려하는 겁니다.
즉시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명 운동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는 해당 구역의 땅을 사들이는 등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명범 동명동성당 사목회장은 "성전을 (고층 건물이) 가린다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 계획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1950년대 성당 모습(왼쪽)과 2023년 현재 성당(오른쪽)
■ 신자든 아니든 희망을 소망하는 곳…"성당을 지켜주세요"

동해가 바라보이는 해안가 언덕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애초 건축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닷가 주변 개발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주변으로 이미 고층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거나 공사 중인 곳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0층에 가까운 대형 건축물까지 2동이나 새로 들어오게 되면, 사실상 '빌딩 벽'에 둘러싸이게 될 것으로, 성당 측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기범 동명동성당 주임신부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초고층 아파트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유산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곳은 우리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자손만대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기도하고 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소망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사업 관계자들에게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곳은 여기가 아니어도 많을 것" 이라며 "부디 생각을 달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명동성당 내부에서 설명하는  이기범 주임신부
■ 관광객 고층건물 보러오는 것 아냐..."성당 보호 대책 세워야"

지역사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속초시의회 김명길 의장은 종교를 떠나 성당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감안해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명길 의장은 "연 2천만 명 관광객이 (속초를) 찾아오는 이유도 시대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보존되는 그런 도시를 보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며, 속초시가 적극 나서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속초시는 통상 아파트 등 건설 사업이 접수되는 경우 충분히 검토한다는 입장인데, 절차대로 진행되는 사업을 행정적으로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다만 속초시는 사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주민센터와 그 부지에 대해서는 사업자 등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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