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달은 NO’, 자율과 창의로 무장한 ‘청년 공무원 아이디어 벤처’ 실험

입력 2023.07.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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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폐교 건물입니다. 애물단지 폐교를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재단장하면 어떨까요?경북의 한 폐교 건물입니다. 애물단지 폐교를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재단장하면 어떨까요?
철 밥그릇, 상명하달, 딱딱한 조직 문화… 공무원 조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입니다.

그럼에도 관료제의 안정성만큼은 가히 최고입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무원 조직이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 이유죠.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자율과 창의로 무장한 젊은 공무원들에겐 자율성 없는 상명하달 조직 문화에 아무래도 거부감이 생깁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재직 기간 5년 미만 내 퇴직 공무원이 6천6백 명, 입직 1년 이내에 사표를 낸 경우도 천7백 명에 달했습니다. 100대 1을 기록했던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크게 줄었죠. 과중한 업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로운 세대에게 맞지 않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을 거라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청년 공무원의 잠재력을 끌어내자… 청년 공무원 아이디어 벤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 경상북도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지방시대 청년공무원 아이디어 벤처'라는 이름을 걸고, 청년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 겁니다. 기존 아이디어 공모 차원을 넘어, 선정되면 프로젝트팀을 꾸려 업무를 맡기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습니다.

경상북도의 청년공무원 아이디어벤처 최종 발표 대회 중 1등 호호메이커즈 팀의 발표 장면. 외국인 근로자 주제를 가져온 만큼, 의상도 주제에 맞췄습니다.경상북도의 청년공무원 아이디어벤처 최종 발표 대회 중 1등 호호메이커즈 팀의 발표 장면. 외국인 근로자 주제를 가져온 만큼, 의상도 주제에 맞췄습니다.
7급 이하 청년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팀을 꾸렸고, 21개 팀 76명이 신청했습니다. 도전자들의 평균 나이는 33.3살. 1차 발표 대회를 통해 7팀이 본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 2팀이 1, 2등을 차지했습니다.

■ 폐교를 외국인 숙박 시설로 만들고, 블록체인으로 수산물 안전성 확인하고.

30살 언니에 가장 막내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호호메이커즈 팀은 농촌 폐교 활용법에 주목했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외국인 근로자 숙박시설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류소해 / 경북도서관 주무관
"지방소멸은 농촌에서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빈집을 활용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니까 학교 폐교가 늘어나고 그러면 거기를 사업 대상지로 하면 더 좋겠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핵심 인력입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충분치 못하죠. 이에 폐교를 깨끗한 숙박시설로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좋은 환경에서 머물며 일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이 늘면서 마을은 생기를 되찾을 수도 있죠.

김혜인 / 경북도 안전정책과 주무관
"이 학교 자체를 활용해서 멋진 숙소가 되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지역사회 주민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좀 더 살아나는, 죽었던 동네가 살아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이 상황을 일찌감치 예상한 팔공구공탄팀은 수산물 안전성 강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뢰 유통 시스템 구축입니다.

수산물 최초 유통지점에 방사능 고속 검사기를 도입해 상태를 점검하고, 유통 판매 과정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임선주 / 경상북도 4차산업기반과 주무관
"소비자 입장에선 QR코드로 확인하면서 수산물이 어떻게 유통이 되고, 방사능 고속 검사기로 검사를 해서 수치가 얼마 정도 나왔는지 볼 수 있고, 안전한 것만 유통되니까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두 팀이 낸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폐교관리 업무는 도청이 아닌 교육청 소관이고, 수산물 분야에선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와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두 팀의 구성원들은 아이디어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고,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습니다. 이들을 만난 취재진의 소감은 '눈빛이 살아있다'였습니다.

이 실험으로 거대한 관료제 사회가 당장 확 변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공직사회에서도 여러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젊은 공무원들의 도전이 공직 사회 변화의 한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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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명하달은 NO’, 자율과 창의로 무장한 ‘청년 공무원 아이디어 벤처’ 실험
    • 입력 2023-07-12 11: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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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폐교 건물입니다. 애물단지 폐교를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재단장하면 어떨까요?철 밥그릇, 상명하달, 딱딱한 조직 문화… 공무원 조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입니다.

그럼에도 관료제의 안정성만큼은 가히 최고입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무원 조직이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 이유죠.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자율과 창의로 무장한 젊은 공무원들에겐 자율성 없는 상명하달 조직 문화에 아무래도 거부감이 생깁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재직 기간 5년 미만 내 퇴직 공무원이 6천6백 명, 입직 1년 이내에 사표를 낸 경우도 천7백 명에 달했습니다. 100대 1을 기록했던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크게 줄었죠. 과중한 업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로운 세대에게 맞지 않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을 거라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청년 공무원의 잠재력을 끌어내자… 청년 공무원 아이디어 벤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 경상북도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지방시대 청년공무원 아이디어 벤처'라는 이름을 걸고, 청년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 겁니다. 기존 아이디어 공모 차원을 넘어, 선정되면 프로젝트팀을 꾸려 업무를 맡기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습니다.

경상북도의 청년공무원 아이디어벤처 최종 발표 대회 중 1등 호호메이커즈 팀의 발표 장면. 외국인 근로자 주제를 가져온 만큼, 의상도 주제에 맞췄습니다.7급 이하 청년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팀을 꾸렸고, 21개 팀 76명이 신청했습니다. 도전자들의 평균 나이는 33.3살. 1차 발표 대회를 통해 7팀이 본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 2팀이 1, 2등을 차지했습니다.

■ 폐교를 외국인 숙박 시설로 만들고, 블록체인으로 수산물 안전성 확인하고.

30살 언니에 가장 막내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호호메이커즈 팀은 농촌 폐교 활용법에 주목했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외국인 근로자 숙박시설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류소해 / 경북도서관 주무관
"지방소멸은 농촌에서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빈집을 활용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니까 학교 폐교가 늘어나고 그러면 거기를 사업 대상지로 하면 더 좋겠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핵심 인력입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충분치 못하죠. 이에 폐교를 깨끗한 숙박시설로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좋은 환경에서 머물며 일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이 늘면서 마을은 생기를 되찾을 수도 있죠.

김혜인 / 경북도 안전정책과 주무관
"이 학교 자체를 활용해서 멋진 숙소가 되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지역사회 주민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좀 더 살아나는, 죽었던 동네가 살아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이 상황을 일찌감치 예상한 팔공구공탄팀은 수산물 안전성 강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뢰 유통 시스템 구축입니다.

수산물 최초 유통지점에 방사능 고속 검사기를 도입해 상태를 점검하고, 유통 판매 과정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임선주 / 경상북도 4차산업기반과 주무관
"소비자 입장에선 QR코드로 확인하면서 수산물이 어떻게 유통이 되고, 방사능 고속 검사기로 검사를 해서 수치가 얼마 정도 나왔는지 볼 수 있고, 안전한 것만 유통되니까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두 팀이 낸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폐교관리 업무는 도청이 아닌 교육청 소관이고, 수산물 분야에선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와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두 팀의 구성원들은 아이디어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고,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습니다. 이들을 만난 취재진의 소감은 '눈빛이 살아있다'였습니다.

이 실험으로 거대한 관료제 사회가 당장 확 변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공직사회에서도 여러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젊은 공무원들의 도전이 공직 사회 변화의 한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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