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시속 100km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눈 앞에 다른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고속도로 역주행' 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나 역주행 차량 운전자의 절반 정도는 음주 상태였습니다.
■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유턴'…5km 음주 역주행 사고
한국도로공사 CCTV에 잡힌 서울양양고속도로 한 터널 안 모습입니다. 사진 우측 아래를 보면 서울 방향 화살표는 위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당연히 화살표를 따라 주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터널 속 차량은 반대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 SUV는 터널 안에서 유턴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점이었습니다. 이 SUV는 불법 유턴 뒤 5km를 거꾸로 내달렸습니다. 중간에 정상 주행하던 차와 부딪힐 뻔했지만, 가까스로 상대 차량이 피하면서 사고 위기를 한 차례 넘겼습니다.
고속도로에서 5km를 역주행 하다가 결국 정면 충돌하는 모습. 확인 결과 음주 운전.(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 제공)
하지만, 행운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곧 사고가 납니다. 하얀색 동그라미를 친 부분이 사고 당시 모습입니다. 서울 방향으로 가고 있던 차가 1차로에서 마주오던 역주행 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고속도로순찰대 확인 결과, 역주행 SUV 운전자는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 같은 역주행 사고, 또 다른 CCTV 화면에도 포착됐습니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방향. 흰색 동그라미가 역주행 차.
■ 고속도로 '유턴' 14km 내달리다 덜미…순찰차 피해 도주
지난 2월의 어느 날 새벽 2시, 영동고속도로입니다. 평창 진부1터널 근처에서 유턴을 한 차가 고속도로를 거꾸로 14km나 내달렸습니다. 그러다 터널을 빠져나온 차와 한 차례 부딪칠 뻔하고 서로 피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봉평터널 출구 근처 갓길에 정차합니다.
이후, 이 차량을 쫓아온 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가 다가오자 다시금 내달렸습니다. 결국, 다시 진부나들목 근처까지 도망간 다음 차를 세웠습니다. 역시 음주 상태였습니다.
지난 4월 어느 날 새벽 3시 반쯤에도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춘천휴게소 입구 방향에서 차를 다시 돌려나와 7.6km를 달리다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팀 차량에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안전지대로 이동해 확인해보니 이 운전자도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내에서만 역주행으로 적발된 사례는 9건에 달합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고속도로 역주행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 가운데 4건은 음주 상태였습니다.
연도를 더 확장해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고속도로 역주행 적발 사례는 76건에 이릅니다. 가장 많이 적발된 고속도로는 동해선 30건이었고, 서울양양선 18건·영동 13건·중앙 11건·중부내륙선 4건이었습니다. 역주행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10건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쳤습니다. 강 원 지역 역주행 사고를 토대로 보면, 일반 사고와 비교해 사망률이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최근 4년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35건…'절반' 음주 운전
전국적으로도 역주행 사고는 적지 않습니다. 경찰청에 확인한 전국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건수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5건이었습니다. 사망자는 8명으로, 해마다 평균 2명씩 숨졌습니다. 또한,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 45%는 음주 상태였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도 아찔할 수밖에 없는 역주행, 고속도로에서는 더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역주행을 하는지, 경찰과 도로공사 측에 문의해보니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휴게소 입구로 빠져 나온다든지, 고속도로로 들어오는 길 자체를 거꾸로 들어왔다든지,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목적지가 반대쪽인 걸 안 뒤 다음 출구까지 가려면 멀기에 주행 중에 차를 돌려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던 중에 차를 돌리는 건 상식 밖의 일인데, 특히 통행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과거 사례를 모아놓은 의원실 자료가 있었습니다.
자료 출처 : 홍기원 국회의원실(2020년 10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치 자료입니다. 역주행 사고 40건에 사망자는 16명으로 나옵니다. 종류별로는 본선, 즉 '고속도로에서 차를 거꾸로 돌려 달리는 경우'가 2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휴게소나 합류부 등에서 거꾸로 달리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 '피서철' 관계기관 비상…음주 단속 강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 기관은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행지에서 한잔 걸치고 고속도로로 나오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경찰은 우선 이달(7월) 시행된 상습 음주 차량 압수 조치 등을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합니다. 또,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한 음주 단속도 강화합니다. 역주행 사고의 절반 정도가 음주 차량에서 비롯된 것에 착안해, 음주 차량의 고속도로로 진입 자체를 차단한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관제실에서는 24시간 상시 CCTV를 통해 음주 의심 차량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합니다. 물론, 역주행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즉시 경찰 고속도로순찰대 등과 함께 단속합니다. 역주행이나 음주 의심 차량을 발견하면 고속도로 상황실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도 부탁했습니다.
■ 역주행 차량과 맞닥뜨렸을 때 행동 요령은?
우선, 역주행 차량 운전자 본인의 경우입니다. 자신이 역주행하고 있는 걸 알게 된 즉시 갓길이나 졸음쉼터에 차를 대놓고 고속도로순찰대나 도로공사에 '구조'요청을 해야 합니다. 또, 통행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위에서 차를 유턴하는 등의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말고, 다음 진출부로 나와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술을 마신 채 차를 끌고 고속도로로 들어오는 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겠죠.
반대로, 역주행 차량을 맞닥뜨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놀라거나 긴장하면 핸들을 급히 돌리거나, 급감속·급가속을 할 수 있는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1순위입니다. 역주행 차량을 보면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하위 차로로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역주행 차량 CCTV 화면을 보면 1차로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안전하게 피한 뒤에는 상황실에 즉시 신고해야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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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피서철 안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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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13 11:02:54
시속 100km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눈 앞에 다른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고속도로 역주행' 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나 역주행 차량 운전자의 절반 정도는 음주 상태였습니다.
■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유턴'…5km 음주 역주행 사고
한국도로공사 CCTV에 잡힌 서울양양고속도로 한 터널 안 모습입니다. 사진 우측 아래를 보면 서울 방향 화살표는 위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당연히 화살표를 따라 주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터널 속 차량은 반대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 SUV는 터널 안에서 유턴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점이었습니다. 이 SUV는 불법 유턴 뒤 5km를 거꾸로 내달렸습니다. 중간에 정상 주행하던 차와 부딪힐 뻔했지만, 가까스로 상대 차량이 피하면서 사고 위기를 한 차례 넘겼습니다.
하지만, 행운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곧 사고가 납니다. 하얀색 동그라미를 친 부분이 사고 당시 모습입니다. 서울 방향으로 가고 있던 차가 1차로에서 마주오던 역주행 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고속도로순찰대 확인 결과, 역주행 SUV 운전자는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 같은 역주행 사고, 또 다른 CCTV 화면에도 포착됐습니다.
■ 고속도로 '유턴' 14km 내달리다 덜미…순찰차 피해 도주
지난 2월의 어느 날 새벽 2시, 영동고속도로입니다. 평창 진부1터널 근처에서 유턴을 한 차가 고속도로를 거꾸로 14km나 내달렸습니다. 그러다 터널을 빠져나온 차와 한 차례 부딪칠 뻔하고 서로 피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봉평터널 출구 근처 갓길에 정차합니다.
이후, 이 차량을 쫓아온 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가 다가오자 다시금 내달렸습니다. 결국, 다시 진부나들목 근처까지 도망간 다음 차를 세웠습니다. 역시 음주 상태였습니다.
지난 4월 어느 날 새벽 3시 반쯤에도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춘천휴게소 입구 방향에서 차를 다시 돌려나와 7.6km를 달리다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팀 차량에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안전지대로 이동해 확인해보니 이 운전자도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내에서만 역주행으로 적발된 사례는 9건에 달합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고속도로 역주행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 가운데 4건은 음주 상태였습니다.
연도를 더 확장해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고속도로 역주행 적발 사례는 76건에 이릅니다. 가장 많이 적발된 고속도로는 동해선 30건이었고, 서울양양선 18건·영동 13건·중앙 11건·중부내륙선 4건이었습니다. 역주행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10건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쳤습니다. 강 원 지역 역주행 사고를 토대로 보면, 일반 사고와 비교해 사망률이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최근 4년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35건…'절반' 음주 운전
전국적으로도 역주행 사고는 적지 않습니다. 경찰청에 확인한 전국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건수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5건이었습니다. 사망자는 8명으로, 해마다 평균 2명씩 숨졌습니다. 또한,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 45%는 음주 상태였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도 아찔할 수밖에 없는 역주행, 고속도로에서는 더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역주행을 하는지, 경찰과 도로공사 측에 문의해보니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휴게소 입구로 빠져 나온다든지, 고속도로로 들어오는 길 자체를 거꾸로 들어왔다든지,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목적지가 반대쪽인 걸 안 뒤 다음 출구까지 가려면 멀기에 주행 중에 차를 돌려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던 중에 차를 돌리는 건 상식 밖의 일인데, 특히 통행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과거 사례를 모아놓은 의원실 자료가 있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치 자료입니다. 역주행 사고 40건에 사망자는 16명으로 나옵니다. 종류별로는 본선, 즉 '고속도로에서 차를 거꾸로 돌려 달리는 경우'가 2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휴게소나 합류부 등에서 거꾸로 달리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 '피서철' 관계기관 비상…음주 단속 강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 기관은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행지에서 한잔 걸치고 고속도로로 나오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경찰은 우선 이달(7월) 시행된 상습 음주 차량 압수 조치 등을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합니다. 또,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한 음주 단속도 강화합니다. 역주행 사고의 절반 정도가 음주 차량에서 비롯된 것에 착안해, 음주 차량의 고속도로로 진입 자체를 차단한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관제실에서는 24시간 상시 CCTV를 통해 음주 의심 차량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합니다. 물론, 역주행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즉시 경찰 고속도로순찰대 등과 함께 단속합니다. 역주행이나 음주 의심 차량을 발견하면 고속도로 상황실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도 부탁했습니다.
■ 역주행 차량과 맞닥뜨렸을 때 행동 요령은?
우선, 역주행 차량 운전자 본인의 경우입니다. 자신이 역주행하고 있는 걸 알게 된 즉시 갓길이나 졸음쉼터에 차를 대놓고 고속도로순찰대나 도로공사에 '구조'요청을 해야 합니다. 또, 통행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위에서 차를 유턴하는 등의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말고, 다음 진출부로 나와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술을 마신 채 차를 끌고 고속도로로 들어오는 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겠죠.
반대로, 역주행 차량을 맞닥뜨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놀라거나 긴장하면 핸들을 급히 돌리거나, 급감속·급가속을 할 수 있는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1순위입니다. 역주행 차량을 보면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하위 차로로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역주행 차량 CCTV 화면을 보면 1차로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안전하게 피한 뒤에는 상황실에 즉시 신고해야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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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기 기자 goldm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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