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된다는 건가요?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7.13 (12:00)
수정 2023.07.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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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관련해서 규제를 주고 받으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미·중 관계에 화해의 제스처가 나왔습니다.
지난주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건데요.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에 이어 미국 장관급 인사가 올해 들어서만 2번째로 방중한 겁니다. 드디어 양국 관계에 봄바람이 부는 건지, 세계의 눈길이 쏠렸습니다.
■ 옐런 방중 직전에 '폭탄 선언'한 중국
그럴 만도 한 것이 옐런 장관의 방중 직전 중국은 폭탄 선언을 했는데요.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등에 사용되는 희귀금속 갈륨과 마그네슘의 수출을 제한한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유롭게 수출하던 갈륨과 마그네슘을 이제부터 중국 상무부에 얼마치를 누구에게 팔 것인지까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지어 판매한 대상이 최종 사용자가 아닐 경우 법적 조치를 당할 수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갈륨, 마그네슘을 수출할 때 ‘최종 사용자’와 ‘수출 물량’ 등을 신고하고 허가받도록 했다.
갈륨과 마그네슘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출 규제를 했을 때 영향이 상당한 품목입니다.
베이징 외교가 인사는 "이것이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희귀금속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1억 2천만 톤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 37%인 4천400만 톤이 중국에 묻혀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단결정 게르마늄(출처:바이두)
이 때문에 중국이 희귀 금속의 수출을 막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넘쳐난다는 겁니다.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설비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중국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허리펑 부총리에 3번이나 목례한 옐런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평소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분리)'를 반대해온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에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옐런 장관이 중국에 도착했을 때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까지 대서특필했는데요.
옐런 장관이 중국 2 인자인 리창 총리를 면담했을 때 리창 총리도 이 사실을 빗대어 "중·미 관계도 폭풍우를 견디면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옐런 장관을 반겼습니다.
‘펑파이’ 등 중국 언론들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방중 첫날인 6일, 공항에 무지개가 떴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그만큼 옐런 장관의 방중이 미·중 관계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옐런 장관의 '목례'가 양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악수를 하며 3차례에 걸쳐 연신 목을 굽힌 건데요.
지난 8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며 목례하고 있다.
미국 일부 언론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보수지 뉴욕포스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참모였던 브래들리 블레이크먼을 인터뷰했는데요. 블레이크먼은 "적을 대할 때 머리를 조아려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나약함을 점점 더 드러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인들에게는 옐런의 목례가 '호의'의 표시로 받아들여 졌나 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옐런의 과거 동영상을 보면 습관적인 동작임을 알 수 있다"며 "옐런이 겸손과 예를 표했다고 생각해 미국의 관리에 대한 중국 사회의 인식을 개선했다"고 호평했습니다.
옐런이 허리펑 부총리에 여러 번 목례를 함으로써 '겸손'과 '예의'를 표했다는 겁니다. 그만큼 옐런 장관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본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분리는 '재앙'"
재닛 옐런 장관이 중국 방문 기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미국은 중국과 공존하겠다'는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의 디커플링(분리)은 양국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9일 기자회견 중 |
이에 앞서 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분리)은 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번영하기에 세계는 충분히 넓다'고 말하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옐런 장관의 방중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옐런 장관에게 '중국과의 의사 소통을 심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는데요. '대화'를 하는 것이 이번 방중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다고 보입니다.
이 때문인지 옐런 장관은 3박 4일이라는 방중 기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저녁 늦게 도착했고, 오전 일찍 떠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틀의 일정을 소화한 것이나 마찬가진데요.
시진핑의 복심으로 불리는 리창 총리를 포함해 옐런이 '오래된 친구'라고 부르는 류허 전 중국 부총리와 리강 인민은행 총재, 허리펑 부총리,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인들을 시간을 쪼개가며 만났습니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바뀐 경제 수장은 물론 올드보이들까지 두루 만나며, 소통 채널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재닛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의 경제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 결과는 없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입니다.
■중국도 화해 제스처
일단 중국의 행보도 긍정적입니다. 옐런 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을 향해 쓴소리한 사안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이 반도체 원료(갈륨, 마그네슘)의 수출 제한을 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에 있는 미국 자문 업체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직원들을 구금한 것에 대해 '잘못된 일' 이라며 지적했습니다.
중국 공안 당국은 '민츠 그룹'과 '베인앤드컴퍼니' ,'캡비전' 등 미국 컨설팅 업체들에 대해 중국의 중요한 정보를 넘겼다며 잇따라 강제 수사하고 직원들을 구금했는데요.
옐런 장관 방중 직전인 5일 "경영을 돕겠다"며 중국 공산당 간부가 베인앤드컴퍼니를 방문했습니다. 베인앤드컴퍼니 본사가 있는 중국 상하이시 징안구 공산당 위원회가 나섰습니다.
위융 상하이시 징안구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컨설팅업을 중점 발전 산업에 넣겠다"며 " 기업 위주의 자세로 기업 발전을 위해 후원하겠다"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위융 상하이시 징안구 공산당위원회 서기가 5일 자사 상하이 사무소를 방문했다고 10일 위챗(SNS) 계정을 통해 밝혔다.
강제 수사 뒤에 나온 제안으로는 참 어색한 상황인데요. 미국의 문제 제기도 계속됐지만, 중국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데 대한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은 해빙 분위기로 가나?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될지는 양국의 앞으로의 행보를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에 앞서 지난달 20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었는데요. 당시 미국과 중국은 타이완 독립 문제를 놓고 첨예하고 대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냈었습니다.
시징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은 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해빙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귀국한 뒤 미국이 기존의 고기능 반도체는 물론이고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막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네덜란드 역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중국에 수출하던 낮은 사양의 반도체 장비 수출도 막기로 했는데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수출 허가를 받게 했는데, 이번에는 이전 세대 기술 제품인 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까지 규제하기로 한 겁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미국은 제재 대상에 더 많은 중국 기업을 추가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방중 기간 보인 의사소통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리용/D&C 씽크탱크 연구원(베이징), CGNT 인터뷰 중 |
중국 외교가에서는 이번에도 재닛 옐런 장관이 돌아간 뒤 미국과 중국이 내놓는 정책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외교 전문가들이 본 미·중 관계 전망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직접 의견을 물었습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블링컨 장관과 옐런 장관의 방중은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려는 양측의 의지를 강화한 것 외에는 어떤 중요한 포인트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옐런 장관의 방문과 관련해서는 "군사 부분을 제외한 고위급 외교와 경제무역 소통 채널을 유지한 점은 인정되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 격화된 미·중 경쟁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옐런 장관이 귀국 기자회견에서 '핵심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지정학적인 안보 조처를 할 것이다'고 말한 것에 미루어 미국이 중국과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 블링컨 장관이 방중해서 외교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옐런 장관이 와서 경제 소통 채널을 복원한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중국산 수입 관세를 완화해 미국 물가와 인플레이션을 잡고, 또 첨단 기술 제재를 풀어줌으로써 미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늘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곧 바이든 행정부가 1조 2천억 신규 국채를 발행하는데 재닛 옐런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중국 측과 미국 국채 매입과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양국의 협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존 케리 미국 백악관 기후특사의 방중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물어봤습니다.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지난 2년 반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끊임없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의 탄소 중립 기한을 앞당기도록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석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옐런 장관 역시 방중 기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국제 기금을 많이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압박이 미·중 관계에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존 케리 기후 특사가 기후 현안만 가지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 형태로 미국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중국에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협력의 길을 걸을까요? 오는 11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화를 나눌지, 그 내용은 무엇이 될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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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된다는 건가요?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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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13 12:00:23
- 수정2023-07-13 16:08:49
반도체와 관련해서 규제를 주고 받으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미·중 관계에 화해의 제스처가 나왔습니다.
지난주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건데요.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에 이어 미국 장관급 인사가 올해 들어서만 2번째로 방중한 겁니다. 드디어 양국 관계에 봄바람이 부는 건지, 세계의 눈길이 쏠렸습니다.
■ 옐런 방중 직전에 '폭탄 선언'한 중국
그럴 만도 한 것이 옐런 장관의 방중 직전 중국은 폭탄 선언을 했는데요.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등에 사용되는 희귀금속 갈륨과 마그네슘의 수출을 제한한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유롭게 수출하던 갈륨과 마그네슘을 이제부터 중국 상무부에 얼마치를 누구에게 팔 것인지까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지어 판매한 대상이 최종 사용자가 아닐 경우 법적 조치를 당할 수 있습니다.
갈륨과 마그네슘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출 규제를 했을 때 영향이 상당한 품목입니다.
베이징 외교가 인사는 "이것이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희귀금속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1억 2천만 톤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 37%인 4천400만 톤이 중국에 묻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희귀 금속의 수출을 막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넘쳐난다는 겁니다.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설비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중국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허리펑 부총리에 3번이나 목례한 옐런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평소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분리)'를 반대해온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에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옐런 장관이 중국에 도착했을 때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까지 대서특필했는데요.
옐런 장관이 중국 2 인자인 리창 총리를 면담했을 때 리창 총리도 이 사실을 빗대어 "중·미 관계도 폭풍우를 견디면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옐런 장관을 반겼습니다.
그만큼 옐런 장관의 방중이 미·중 관계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옐런 장관의 '목례'가 양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악수를 하며 3차례에 걸쳐 연신 목을 굽힌 건데요.
미국 일부 언론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보수지 뉴욕포스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참모였던 브래들리 블레이크먼을 인터뷰했는데요. 블레이크먼은 "적을 대할 때 머리를 조아려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나약함을 점점 더 드러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인들에게는 옐런의 목례가 '호의'의 표시로 받아들여 졌나 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옐런의 과거 동영상을 보면 습관적인 동작임을 알 수 있다"며 "옐런이 겸손과 예를 표했다고 생각해 미국의 관리에 대한 중국 사회의 인식을 개선했다"고 호평했습니다.
옐런이 허리펑 부총리에 여러 번 목례를 함으로써 '겸손'과 '예의'를 표했다는 겁니다. 그만큼 옐런 장관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본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분리는 '재앙'"
재닛 옐런 장관이 중국 방문 기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미국은 중국과 공존하겠다'는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의 디커플링(분리)은 양국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9일 기자회견 중 |
이에 앞서 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분리)은 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번영하기에 세계는 충분히 넓다'고 말하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옐런 장관의 방중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옐런 장관에게 '중국과의 의사 소통을 심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는데요. '대화'를 하는 것이 이번 방중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다고 보입니다.
이 때문인지 옐런 장관은 3박 4일이라는 방중 기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저녁 늦게 도착했고, 오전 일찍 떠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틀의 일정을 소화한 것이나 마찬가진데요.
시진핑의 복심으로 불리는 리창 총리를 포함해 옐런이 '오래된 친구'라고 부르는 류허 전 중국 부총리와 리강 인민은행 총재, 허리펑 부총리,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인들을 시간을 쪼개가며 만났습니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바뀐 경제 수장은 물론 올드보이들까지 두루 만나며, 소통 채널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재닛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의 경제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 결과는 없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입니다.
■중국도 화해 제스처
일단 중국의 행보도 긍정적입니다. 옐런 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을 향해 쓴소리한 사안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이 반도체 원료(갈륨, 마그네슘)의 수출 제한을 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에 있는 미국 자문 업체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직원들을 구금한 것에 대해 '잘못된 일' 이라며 지적했습니다.
중국 공안 당국은 '민츠 그룹'과 '베인앤드컴퍼니' ,'캡비전' 등 미국 컨설팅 업체들에 대해 중국의 중요한 정보를 넘겼다며 잇따라 강제 수사하고 직원들을 구금했는데요.
옐런 장관 방중 직전인 5일 "경영을 돕겠다"며 중국 공산당 간부가 베인앤드컴퍼니를 방문했습니다. 베인앤드컴퍼니 본사가 있는 중국 상하이시 징안구 공산당 위원회가 나섰습니다.
위융 상하이시 징안구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컨설팅업을 중점 발전 산업에 넣겠다"며 " 기업 위주의 자세로 기업 발전을 위해 후원하겠다"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강제 수사 뒤에 나온 제안으로는 참 어색한 상황인데요. 미국의 문제 제기도 계속됐지만, 중국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데 대한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은 해빙 분위기로 가나?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될지는 양국의 앞으로의 행보를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에 앞서 지난달 20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었는데요. 당시 미국과 중국은 타이완 독립 문제를 놓고 첨예하고 대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냈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은 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해빙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귀국한 뒤 미국이 기존의 고기능 반도체는 물론이고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막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네덜란드 역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중국에 수출하던 낮은 사양의 반도체 장비 수출도 막기로 했는데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수출 허가를 받게 했는데, 이번에는 이전 세대 기술 제품인 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까지 규제하기로 한 겁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미국은 제재 대상에 더 많은 중국 기업을 추가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방중 기간 보인 의사소통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리용/D&C 씽크탱크 연구원(베이징), CGNT 인터뷰 중 |
중국 외교가에서는 이번에도 재닛 옐런 장관이 돌아간 뒤 미국과 중국이 내놓는 정책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외교 전문가들이 본 미·중 관계 전망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직접 의견을 물었습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블링컨 장관과 옐런 장관의 방중은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려는 양측의 의지를 강화한 것 외에는 어떤 중요한 포인트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옐런 장관의 방문과 관련해서는 "군사 부분을 제외한 고위급 외교와 경제무역 소통 채널을 유지한 점은 인정되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 격화된 미·중 경쟁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옐런 장관이 귀국 기자회견에서 '핵심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지정학적인 안보 조처를 할 것이다'고 말한 것에 미루어 미국이 중국과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 블링컨 장관이 방중해서 외교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옐런 장관이 와서 경제 소통 채널을 복원한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중국산 수입 관세를 완화해 미국 물가와 인플레이션을 잡고, 또 첨단 기술 제재를 풀어줌으로써 미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늘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곧 바이든 행정부가 1조 2천억 신규 국채를 발행하는데 재닛 옐런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중국 측과 미국 국채 매입과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양국의 협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존 케리 미국 백악관 기후특사의 방중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물어봤습니다.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지난 2년 반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끊임없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의 탄소 중립 기한을 앞당기도록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석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옐런 장관 역시 방중 기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국제 기금을 많이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압박이 미·중 관계에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존 케리 기후 특사가 기후 현안만 가지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 형태로 미국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중국에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협력의 길을 걸을까요? 오는 11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화를 나눌지, 그 내용은 무엇이 될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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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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