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출입 통제합니다”…이미 시민 실종됐는데

입력 2023.07.13 (15:28) 수정 2023.07.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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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 오늘 15시 40분 부산지역 호우경보 발효, 저지대 및 하천, 침수 우려 지역 등 위험지역 대피, 외출자제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 7월 11일, 오후 4시 15분

지난 11일 오후 3시 24분, 한 남성이 부산 사상구의 학장천에 고립돼 다리 아래 구석에서 구조를 기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남성을 포함해 3명이 불어난 물로 학장천 옆에 갇힌 겁니다. 그 중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해 수색을 벌이고 있는 60대 여성이 물에 휩쓸린 시각은 오후 3시 34분입니다.

그리고 약 20분 뒤인 오후 3시 52분, 사상구는 '학장천'의 산책로를 통제합니다.

사상구는 이로부터 20분이 지난 오후 4시 15분에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냅니다. '하천'과 같은 위험지역에서 대피하라는 내용입니다.

정리하면, 사상구는 불어난 물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은 지 30분이 지나서야 하천 출입을 통제하고, 50분이 지나서야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낸 겁니다. 그야말로 '뒷북 대응'이었습니다.

■ 30분 만에 0.5m -> 2m…안내 방송도, 통제 기준도 없다!

물이 불어난 학장천의 CCTV 영상입니다. 녹색 풀들은 자취를 감추고, 산책로 역시 물로 뒤덮여 사라졌습니다. 불과 15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부산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위를 확인해봤습니다. 오후 3시 15분에 0.51m였지만, 30분 뒤에는 2.06m까지 높아집니다.
기존 수위보다 4배 높아지는 동안, 시민 3명이 고립되고 실종되는 동안, 사상구는 "하천에서 나오라"는 재난경보 방송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산책로가 물에 잠겨 사람들이 휩쓸렸지만, 하천 수위는 '경계'·'위험' 단계도 아니었습니다. 하천 위 도로가 잠길 정도의 수위인가만 따지기 때문입니다.

하천 산책로 통제에 대한 수위 기준은 없습니다. 상습 침수 지역인 부산 금정구 온천천 산책로는 오후 3시 20분, 안전한 기준 수위 0.75m였지만,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각 구청의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인 겁니다.

■ '선제조치' 있었다? 실효성은 없었다…자동 차단 시설 필요

사상구는 출입로에 '차단 시설'을 설치했다고 해명합니다. 그것도 사고 발생 나흘 전에 말이죠.

지난 7일 금요일, 사상구는 주말 사이 비가 온다는 예보에 대비해 출입로에 미리 안전띠와 사슬을 둘러놓았다고 합니다. 일종의 '선제조치'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차단 시설이 허술합니다. 흐물거리는 안전띠에, 사슬은 마땅히 걸 곳이 없어 안전띠로 다시 묶어 둔 모습입니다. 틈이 있어 몸을 조금만 숙이면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오롯이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부산 금정구는 지난해 5억 원을 들여 온천천 출입로 39곳 전체를 원격으로 차단하는 '자동 차단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원격으로 즉시 제어되니 위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미 27개 하천 출입로 989곳에 설치돼 있습니다.(2021년 기준)

부산에는 온천천에 처음 설치되었는데, 다른 하천에 설치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예산이 문제입니다.

자치구 재정을 가지고 차단 시설 설치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국비나 시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거든요…
-금정구청 관계자

실종된 60대 여성 수색이 어느덧 사흘째입니다. 준비도, 대응도 부실투성이였습니다. 당장 내일(14일)도 부산에 큰 비가 예고돼 있습니다. 더는 피해가 없게 앞으로 올 폭우는 잘 준비하고, 잘 대응해야 합니다. 예산 문제로 기본 가치인 '안전'이 소홀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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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천 출입 통제합니다”…이미 시민 실종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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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7-13 15: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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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 오늘 15시 40분 부산지역 호우경보 발효, 저지대 및 하천, 침수 우려 지역 등 위험지역 대피, 외출자제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 7월 11일, 오후 4시 15분

지난 11일 오후 3시 24분, 한 남성이 부산 사상구의 학장천에 고립돼 다리 아래 구석에서 구조를 기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남성을 포함해 3명이 불어난 물로 학장천 옆에 갇힌 겁니다. 그 중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해 수색을 벌이고 있는 60대 여성이 물에 휩쓸린 시각은 오후 3시 34분입니다.

그리고 약 20분 뒤인 오후 3시 52분, 사상구는 '학장천'의 산책로를 통제합니다.

사상구는 이로부터 20분이 지난 오후 4시 15분에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냅니다. '하천'과 같은 위험지역에서 대피하라는 내용입니다.

정리하면, 사상구는 불어난 물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은 지 30분이 지나서야 하천 출입을 통제하고, 50분이 지나서야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낸 겁니다. 그야말로 '뒷북 대응'이었습니다.

■ 30분 만에 0.5m -> 2m…안내 방송도, 통제 기준도 없다!

물이 불어난 학장천의 CCTV 영상입니다. 녹색 풀들은 자취를 감추고, 산책로 역시 물로 뒤덮여 사라졌습니다. 불과 15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부산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위를 확인해봤습니다. 오후 3시 15분에 0.51m였지만, 30분 뒤에는 2.06m까지 높아집니다.
기존 수위보다 4배 높아지는 동안, 시민 3명이 고립되고 실종되는 동안, 사상구는 "하천에서 나오라"는 재난경보 방송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산책로가 물에 잠겨 사람들이 휩쓸렸지만, 하천 수위는 '경계'·'위험' 단계도 아니었습니다. 하천 위 도로가 잠길 정도의 수위인가만 따지기 때문입니다.

하천 산책로 통제에 대한 수위 기준은 없습니다. 상습 침수 지역인 부산 금정구 온천천 산책로는 오후 3시 20분, 안전한 기준 수위 0.75m였지만,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각 구청의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인 겁니다.

■ '선제조치' 있었다? 실효성은 없었다…자동 차단 시설 필요

사상구는 출입로에 '차단 시설'을 설치했다고 해명합니다. 그것도 사고 발생 나흘 전에 말이죠.

지난 7일 금요일, 사상구는 주말 사이 비가 온다는 예보에 대비해 출입로에 미리 안전띠와 사슬을 둘러놓았다고 합니다. 일종의 '선제조치'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차단 시설이 허술합니다. 흐물거리는 안전띠에, 사슬은 마땅히 걸 곳이 없어 안전띠로 다시 묶어 둔 모습입니다. 틈이 있어 몸을 조금만 숙이면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오롯이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부산 금정구는 지난해 5억 원을 들여 온천천 출입로 39곳 전체를 원격으로 차단하는 '자동 차단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원격으로 즉시 제어되니 위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미 27개 하천 출입로 989곳에 설치돼 있습니다.(2021년 기준)

부산에는 온천천에 처음 설치되었는데, 다른 하천에 설치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예산이 문제입니다.

자치구 재정을 가지고 차단 시설 설치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국비나 시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거든요…
-금정구청 관계자

실종된 60대 여성 수색이 어느덧 사흘째입니다. 준비도, 대응도 부실투성이였습니다. 당장 내일(14일)도 부산에 큰 비가 예고돼 있습니다. 더는 피해가 없게 앞으로 올 폭우는 잘 준비하고, 잘 대응해야 합니다. 예산 문제로 기본 가치인 '안전'이 소홀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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