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사고 ‘중대시민재해’ 인정될까…‘관리상 결함’이 핵심

입력 2023.07.18 (11:01) 수정 2023.07.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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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오전 미호강이 범람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모습2023년 7월 15일 오전 미호강이 범람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모습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궁평 제2지하차도)에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습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충북소방본부는 오늘(18일)까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 사망자를 14명, 부상자를 9명으로 최종 집계했습니다.

충북경찰청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88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는지 수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진상 규명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우선 경찰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부분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 중대시민재해란…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일반법인 형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데 비하면 형량이 훨씬 높은 겁니다.


■ 전장 685m 터널 오송 지하차도…'공중이용시설' 해당될 듯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려면 △사건이 발생한 곳이 공중이용시설이어야 하고 △그 시설에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이 있어야 하며 △이를 원인으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즉 궁평2 지하차도가 '공중이용시설'이어야 하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시설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시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별표3을 보면 '터널 구간이 연장 100m 이상인 지하차도'는 시설물 중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죠.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의 시설안전관리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는 전장 685m의 왕복 4차로 박스형 지하차도로 공공이 관리하는 1종 시설물에 해당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2022년 5월 정밀안전점검에서 B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오송 지하차도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이번 사고로 14명의 사망자가 집계된 이상, 재해 피해 발생의 요건도 충족한다고 봐야 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지하차도 진입 안 막아…'관리상 결함'이 중대시민재해 핵심 쟁점 될 듯

결국 남은 요건, 오송 지하차도에 설계·관리상 결함이 있는지가 중대시민재해 인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사고의 원인이 폭우 등 자연재난에 기인한 경우엔 원칙적으로 중대시민재해가 아니지만, 지하차도 시설의 관리상 결함과 중첩적으로 작용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엔 여전히 중대시민재해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관리 주체가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금강 홍수통제소는 이번 사고 발생 4시간 전 미호강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자치단체에도 미리 위험성을 알렸고, 사고 발생 한두 시간 전 주민 대피와 지하차도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어느 한 곳도 사고 당시 지하차도 통제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3조(긴급안전조치) ① 관리주체는 시설물의 중대한결함 등을 통보받는 등 시설물의 구조상 공중의 안전한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시설물의 사용제한ㆍ사용금지ㆍ철거, 주민대피 등의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공중이용시설 관리 주체는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시설물안전법 제23조는 시설물의 구조상 공중의 안전한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제한·사용금지·철거, 주민대피 등 긴급안전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겁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자문을 전문으로 해온 한 변호사는 "바로 옆에 강이 범람해버리면 (지하차도에) 바로 물이 들이차는 건데, 홍수경보가 발령된 시점에서 지하차도를 폐쇄한다든가 통행을 차단한다든가 조치를 했어야 한다"면서 "긴급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이 관리상 결함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이 외에도 △관리주체가 해당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점검했는지 △지하차도에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했는지 △경영책임자인 지자체장이 이러한 안전점검이 수행되도록 조치하고 이러한 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개선을 지시했는지 등도 체크 대상입니다.

아울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당시 미호천교 등 도로 공사를 하면서 기존 제방을 허문 것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 △오송 지하차도에 설치된 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의혹(작동했더라도 결과를 바꿀 수 없었을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중대시민재해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사고 발생 장소가 일반 도로라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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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송 지하차도 사고 ‘중대시민재해’ 인정될까…‘관리상 결함’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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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7-18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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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오전 미호강이 범람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모습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궁평 제2지하차도)에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습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충북소방본부는 오늘(18일)까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 사망자를 14명, 부상자를 9명으로 최종 집계했습니다.

충북경찰청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88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는지 수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진상 규명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우선 경찰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부분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 중대시민재해란…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일반법인 형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데 비하면 형량이 훨씬 높은 겁니다.


■ 전장 685m 터널 오송 지하차도…'공중이용시설' 해당될 듯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려면 △사건이 발생한 곳이 공중이용시설이어야 하고 △그 시설에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이 있어야 하며 △이를 원인으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즉 궁평2 지하차도가 '공중이용시설'이어야 하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시설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시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별표3을 보면 '터널 구간이 연장 100m 이상인 지하차도'는 시설물 중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죠.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의 시설안전관리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는 전장 685m의 왕복 4차로 박스형 지하차도로 공공이 관리하는 1종 시설물에 해당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2022년 5월 정밀안전점검에서 B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오송 지하차도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이번 사고로 14명의 사망자가 집계된 이상, 재해 피해 발생의 요건도 충족한다고 봐야 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지하차도 진입 안 막아…'관리상 결함'이 중대시민재해 핵심 쟁점 될 듯

결국 남은 요건, 오송 지하차도에 설계·관리상 결함이 있는지가 중대시민재해 인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사고의 원인이 폭우 등 자연재난에 기인한 경우엔 원칙적으로 중대시민재해가 아니지만, 지하차도 시설의 관리상 결함과 중첩적으로 작용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엔 여전히 중대시민재해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관리 주체가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금강 홍수통제소는 이번 사고 발생 4시간 전 미호강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자치단체에도 미리 위험성을 알렸고, 사고 발생 한두 시간 전 주민 대피와 지하차도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어느 한 곳도 사고 당시 지하차도 통제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3조(긴급안전조치) ① 관리주체는 시설물의 중대한결함 등을 통보받는 등 시설물의 구조상 공중의 안전한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시설물의 사용제한ㆍ사용금지ㆍ철거, 주민대피 등의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공중이용시설 관리 주체는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시설물안전법 제23조는 시설물의 구조상 공중의 안전한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제한·사용금지·철거, 주민대피 등 긴급안전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겁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자문을 전문으로 해온 한 변호사는 "바로 옆에 강이 범람해버리면 (지하차도에) 바로 물이 들이차는 건데, 홍수경보가 발령된 시점에서 지하차도를 폐쇄한다든가 통행을 차단한다든가 조치를 했어야 한다"면서 "긴급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이 관리상 결함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후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이 외에도 △관리주체가 해당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점검했는지 △지하차도에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했는지 △경영책임자인 지자체장이 이러한 안전점검이 수행되도록 조치하고 이러한 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개선을 지시했는지 등도 체크 대상입니다.

아울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당시 미호천교 등 도로 공사를 하면서 기존 제방을 허문 것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 △오송 지하차도에 설치된 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의혹(작동했더라도 결과를 바꿀 수 없었을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중대시민재해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사고 발생 장소가 일반 도로라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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