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차도는 믿고 갈 수 있나요? ‘차 버릴 용기’ 전 대책시급

입력 2023.07.18 (12:17) 수정 2023.07.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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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구로역지하차도, 시청자 제공22년 8월 구로역지하차도, 시청자 제공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많은 시민이 '지하'에 진입할 때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지역도 마찬가진데요.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기록적인 폭우 당시, 서울 시내 16개 지하차도가 침수됐습니다.

지하 침수 예방도, 폭우 시 차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에 전문가들은 '시민 자구책'이라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급할 땐 빠르게 차를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호우특보 등이 내려졌을 땐 차를 몰지 않아야..."
"앞뒤 차에 막혔다면 차를 버리고 물이 들어오는 반대쪽으로 뛰어서 대피해야…."

하지만, 이 '차를 버릴 용기'를 시민들에게 말하기에 앞서...지자체의 '대책'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서울 '침수위험' 20개소...'침수' 알릴 전기시설은 지하에

서울시에도 계획이 있었습니다. 3년 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2021년 7월, 서울시에 제출된 '지하차도 배수시설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용역보고서' 보고서.

침수 이력, 지하차도 위치(하천변), 배수시설 등을 고려해 '침수 위험'이 높은 20개소가 선정됐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침수위험도 3등급 이상 20개소>
가양, 광나루, 수서, 일원, 반포, 성수대교 북단, 도봉, 의주로, 잠수교 북단, 성산, 증산, 양재, 염곡, 잠수교 남단, 월계2, 월계3, 신답, 오금, 고척2, 신도림


시설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기 시설입니다. 전기 시설이 침수된다면, 펌프 등 배수 시설이 있어도 작동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기 시설은 물이 차올라도 버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위쪽'에 설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그러나 20곳 중 6곳, 배전실이 '지하실'에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차량보다 먼저 침수된다는 이야깁니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알고도 2년이 지났지만, 현재 '지상화'가 이뤄진 곳은 2곳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두 곳마저 한 곳은 파손 위험, 설치 높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김병식/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
"예상 침수 높이를 검토해서 (배전실) 침수가 되지 않도록 설치를 하게 돼 있어요. 문제는 우기시에 (지상에 있어도) 침수가 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 거잖아요. "


■ '오송'도 배전반 침수...'골든타임' 확보 시급

실제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지상'에 있던 배전반이 침수돼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강종근/충청북도 도로과장 : "시간 자체가 한 10여 분 (물이) 들어오면서 바로 잠겼기 때문에, 다 침수돼서 결국에는 저희들이 관리하는 펌프 자체는 역할을 못 했다..."

장석환/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펌프가 작동했으면 수위를 몇 분이라도 늦출 수 있었겠죠, 그럼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시설을 미리 정비했다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했다는 이야깁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6개 지하차도 침수 이후 용역 보고서를 또 한 번 발주했습니다. '전기시설 지상화'뿐 아니라 '진입차단기 설치' 등 2년 전 보고서가 지적한 과제들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만 거듭되고, 올해도 대책 없이 폭우는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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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지하차도는 믿고 갈 수 있나요? ‘차 버릴 용기’ 전 대책시급
    • 입력 2023-07-18 12:17:08
    • 수정2023-07-19 14: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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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구로역지하차도, 시청자 제공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많은 시민이 '지하'에 진입할 때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지역도 마찬가진데요.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기록적인 폭우 당시, 서울 시내 16개 지하차도가 침수됐습니다.

지하 침수 예방도, 폭우 시 차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에 전문가들은 '시민 자구책'이라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급할 땐 빠르게 차를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호우특보 등이 내려졌을 땐 차를 몰지 않아야..."
"앞뒤 차에 막혔다면 차를 버리고 물이 들어오는 반대쪽으로 뛰어서 대피해야…."

하지만, 이 '차를 버릴 용기'를 시민들에게 말하기에 앞서...지자체의 '대책'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서울 '침수위험' 20개소...'침수' 알릴 전기시설은 지하에

서울시에도 계획이 있었습니다. 3년 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2021년 7월, 서울시에 제출된 '지하차도 배수시설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용역보고서' 보고서.

침수 이력, 지하차도 위치(하천변), 배수시설 등을 고려해 '침수 위험'이 높은 20개소가 선정됐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침수위험도 3등급 이상 20개소>
가양, 광나루, 수서, 일원, 반포, 성수대교 북단, 도봉, 의주로, 잠수교 북단, 성산, 증산, 양재, 염곡, 잠수교 남단, 월계2, 월계3, 신답, 오금, 고척2, 신도림


시설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기 시설입니다. 전기 시설이 침수된다면, 펌프 등 배수 시설이 있어도 작동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기 시설은 물이 차올라도 버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위쪽'에 설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그러나 20곳 중 6곳, 배전실이 '지하실'에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차량보다 먼저 침수된다는 이야깁니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알고도 2년이 지났지만, 현재 '지상화'가 이뤄진 곳은 2곳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두 곳마저 한 곳은 파손 위험, 설치 높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김병식/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
"예상 침수 높이를 검토해서 (배전실) 침수가 되지 않도록 설치를 하게 돼 있어요. 문제는 우기시에 (지상에 있어도) 침수가 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 거잖아요. "


■ '오송'도 배전반 침수...'골든타임' 확보 시급

실제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지상'에 있던 배전반이 침수돼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강종근/충청북도 도로과장 : "시간 자체가 한 10여 분 (물이) 들어오면서 바로 잠겼기 때문에, 다 침수돼서 결국에는 저희들이 관리하는 펌프 자체는 역할을 못 했다..."

장석환/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펌프가 작동했으면 수위를 몇 분이라도 늦출 수 있었겠죠, 그럼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시설을 미리 정비했다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했다는 이야깁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6개 지하차도 침수 이후 용역 보고서를 또 한 번 발주했습니다. '전기시설 지상화'뿐 아니라 '진입차단기 설치' 등 2년 전 보고서가 지적한 과제들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만 거듭되고, 올해도 대책 없이 폭우는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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