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국경 사이 갇힌 난민들…“난민 막아달라” 거액 꺼낸 EU
입력 2023.07.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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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만 가득한 리비아 인근 사막 한 가운데, 아프리카 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물과 음식, 옷가지 등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망연자실 앉아 있습니다.
리비아 국경수비대는 이들이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아프리카 난민들로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해 80명 정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튀니지에서 리비아로 추방된 이들로 "국경수비대가 50-70명의 이주민을 구조했으며 매일 이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들 외에도 무인도에 갇힌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난민들은 대부분 튀니지 경찰에 붙잡혀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사이 사막 또는 무인도에 방치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과 물도 없이 다친 사람들도 무조건 강제추방당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아-튀니지 국경 사막에 강제 추방된 난민들[AFP]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에 강경책 꺼내든 튀니지
튀니지는 그 동안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거쳐가는 출발지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은 튀니지의 해안도시 스팍스에서 불법 이민선에 올라 유럽으로 불법 입국합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올해 4월 8천명을 포함해 6월까지 3개월동안 만4천여 명의 난민들이 튀니지를 통해 유럽 땅을 밟았습니다.
올해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이 약 7만 5천여 명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절반 이상이 튀니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초부터 현지인들과 이들 사이의 충돌이 계속됐고,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 노선을 천명하면서 상황은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은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일 주민 살해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튀니지 당국은 난민들을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지역 사막과 무인도로 강제 추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리비아-튀니지 국경에 강제 추방된 난민들[AFP]
■ "난민 막아달라" 튀니지에 '약 1조' 거액 꺼낸 유럽연합(EU)
난민 문제에 칼을 뽑아든 건 튀니지 뿐만이 아닙니다. 유럽 또한 불법으로 들어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섰습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16일 튀니지와 거액의 MOU를 맺었습니다. 유럽연합이 경제난으로 어려운 튀니지에 10억 유로(우리돈 약 1조 4천2백억 원)상당의 패키지 지원을 검토하고 대신 튀니지는 국경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불법 이주민 수색 등에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경제난 튀니지에 9억 유로 상당의 거시경제금융지원 검토와 함께 1억 5천만 유로(약 2천 백40억 원) 즉각 지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튀니지를 방문해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만나 이같은 내용은 담은 '포괄적 파트너십 패키지' 이행에 합의했습니다.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합의를 체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의 중대 요소는 이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불법 이민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최근 난민선 침몰 사고 등의 비극이 계속되자 책임은 불법 난민을 알선하고 있는 브로커들에게 돌리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U-튀니지 양해각서 체결, 7월 16일/튀니지[AFP]
■ "튀니지 당국 인권탄압 뒷받침" 우려도
이같은 합의에는 튀니지는 현재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튀니지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한다면 불법 이민 등 경제 위기를 피한 탈출을 막을 수 있다는 유럽연합의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 탄압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리하고 감독한다는 명분하에 오히려 튀니지 당국의 인권침해적인 단속을 정당화해주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비난은 EU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민자들과 망명자들을 탄압해 온 해안경비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더 많은 학대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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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국경 사이 갇힌 난민들…“난민 막아달라” 거액 꺼낸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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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18 16:35:02
모래만 가득한 리비아 인근 사막 한 가운데, 아프리카 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물과 음식, 옷가지 등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망연자실 앉아 있습니다.
리비아 국경수비대는 이들이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아프리카 난민들로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해 80명 정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튀니지에서 리비아로 추방된 이들로 "국경수비대가 50-70명의 이주민을 구조했으며 매일 이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들 외에도 무인도에 갇힌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난민들은 대부분 튀니지 경찰에 붙잡혀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사이 사막 또는 무인도에 방치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과 물도 없이 다친 사람들도 무조건 강제추방당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에 강경책 꺼내든 튀니지
튀니지는 그 동안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거쳐가는 출발지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은 튀니지의 해안도시 스팍스에서 불법 이민선에 올라 유럽으로 불법 입국합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올해 4월 8천명을 포함해 6월까지 3개월동안 만4천여 명의 난민들이 튀니지를 통해 유럽 땅을 밟았습니다.
올해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이 약 7만 5천여 명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절반 이상이 튀니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초부터 현지인들과 이들 사이의 충돌이 계속됐고,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 노선을 천명하면서 상황은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은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일 주민 살해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튀니지 당국은 난민들을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지역 사막과 무인도로 강제 추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난민 막아달라" 튀니지에 '약 1조' 거액 꺼낸 유럽연합(EU)
난민 문제에 칼을 뽑아든 건 튀니지 뿐만이 아닙니다. 유럽 또한 불법으로 들어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섰습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16일 튀니지와 거액의 MOU를 맺었습니다. 유럽연합이 경제난으로 어려운 튀니지에 10억 유로(우리돈 약 1조 4천2백억 원)상당의 패키지 지원을 검토하고 대신 튀니지는 국경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불법 이주민 수색 등에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경제난 튀니지에 9억 유로 상당의 거시경제금융지원 검토와 함께 1억 5천만 유로(약 2천 백40억 원) 즉각 지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튀니지를 방문해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만나 이같은 내용은 담은 '포괄적 파트너십 패키지' 이행에 합의했습니다.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합의를 체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의 중대 요소는 이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불법 이민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최근 난민선 침몰 사고 등의 비극이 계속되자 책임은 불법 난민을 알선하고 있는 브로커들에게 돌리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튀니지 당국 인권탄압 뒷받침" 우려도
이같은 합의에는 튀니지는 현재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튀니지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한다면 불법 이민 등 경제 위기를 피한 탈출을 막을 수 있다는 유럽연합의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 탄압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리하고 감독한다는 명분하에 오히려 튀니지 당국의 인권침해적인 단속을 정당화해주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비난은 EU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민자들과 망명자들을 탄압해 온 해안경비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더 많은 학대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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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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