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여야, ‘수해 입법’ 속도전

입력 2023.07.20 (07:00) 수정 2023.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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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현재까지 정부 공식 집계로만 50명에 이릅니다. 특히,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여야는 앞다퉈 '수해 방지 법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그동안 묵혀뒀던 법안들부터 빠르게 통과시키겠단 겁니다.

여야는 중점 추진 법안으로 각각 10여 건의 법안을 제시했지만,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 여야, 중점 법안만 각각 10여 개…민주 "피해 보상"·국민의힘 "하천 정비"

여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은 대부분 하천 정비와 침수 방지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홍수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재난안전 기본법 ▲자연재해 대책법 ▲지방세특례제한법 ▲풍수해보험법 ▲하천법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 대책법(수해복구특별법) ▲건축법 등 모두 18개 법안을 중점 법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농어업민과 소기업민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포함돼있는데요. 서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어업재해대책법'의 경우 가뭄을 비롯한 농업재해로 벼 재배를 못 하게 돼 소득이 감소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5가지 '건축법 개정안'도 중점 추진 대상으로 꼽혔습니다. 침수방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국민의힘은 ▲하천법 ▲수계 관련법 ▲한국수자원공사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소하천정비법 ▲환경영향평가법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모두 11개 법안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언급했습니다.

특히,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맞춤형 법안이 발의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최춘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입니다. 사전에 현장 교통 통제와 미호강 제방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국토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사전에 침수예방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강·영산강·섬진강·낙동강 수계 관련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있어, 이르면 이번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일부 법안, 정부 반대로 난항…부처 간 권한 다툼도

여야가 뜻을 모았지만, 정부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법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21년 9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제정안입니다.

이 법안은 '도심 침수방지대책'의 주관기관으로 환경부를, 협력기관으로 행정안전부를 지정하고 있는데요. 부처 공동입법으로 추진되다 보니, 두 정부 부처 사이 권한 다툼이 문제가 됐습니다.

행안부는 해당 법안이 전국의 자연재해를 총괄하는 행안부 권한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문가 의견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부는 이미 쟁점이 모두 해소됐는데, 행안부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두 부처는 최근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1년 12월 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 그리고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 역시 정부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주요 지방하천을 '국가지원 지방하천'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함께 관련 사무를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넘겼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방하천에 관련된 사무는 지방하천의 관리 주체인 지자체에 2020년도에 전부 이양이 된 사업입니다. 재원과 같이 이양됐고요. 이것이 지금 채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국가지원 지방하천이라는 새로운 사업 유형으로 하는 것은 결국은 종전에 지방의 자율성이나 책임성 하에서 지방 이양을 한 본래의 재정 분권 취지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2022.11.23.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

■ 여야 "조속히 입법"…7~8월 국회 통과 여부 주목

여야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법안이 아직 상임위 소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다음 주 목요일(27일) 열리는 7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야는 적어도 8월 국회에서는 시급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어제 경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법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여·야·정 TF'를 구성해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장맛비가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어제(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폭우 피해 발생 후 여야가 예방책 마련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점은 여야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안이 사실상 뒷방 신세였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분명히 국회의 책임이며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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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7-20 0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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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현재까지 정부 공식 집계로만 50명에 이릅니다. 특히,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여야는 앞다퉈 '수해 방지 법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그동안 묵혀뒀던 법안들부터 빠르게 통과시키겠단 겁니다.

여야는 중점 추진 법안으로 각각 10여 건의 법안을 제시했지만,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 여야, 중점 법안만 각각 10여 개…민주 "피해 보상"·국민의힘 "하천 정비"

여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은 대부분 하천 정비와 침수 방지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홍수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재난안전 기본법 ▲자연재해 대책법 ▲지방세특례제한법 ▲풍수해보험법 ▲하천법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 대책법(수해복구특별법) ▲건축법 등 모두 18개 법안을 중점 법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농어업민과 소기업민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포함돼있는데요. 서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어업재해대책법'의 경우 가뭄을 비롯한 농업재해로 벼 재배를 못 하게 돼 소득이 감소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5가지 '건축법 개정안'도 중점 추진 대상으로 꼽혔습니다. 침수방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국민의힘은 ▲하천법 ▲수계 관련법 ▲한국수자원공사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소하천정비법 ▲환경영향평가법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모두 11개 법안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언급했습니다.

특히,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맞춤형 법안이 발의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최춘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입니다. 사전에 현장 교통 통제와 미호강 제방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국토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사전에 침수예방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강·영산강·섬진강·낙동강 수계 관련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있어, 이르면 이번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일부 법안, 정부 반대로 난항…부처 간 권한 다툼도

여야가 뜻을 모았지만, 정부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법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21년 9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제정안입니다.

이 법안은 '도심 침수방지대책'의 주관기관으로 환경부를, 협력기관으로 행정안전부를 지정하고 있는데요. 부처 공동입법으로 추진되다 보니, 두 정부 부처 사이 권한 다툼이 문제가 됐습니다.

행안부는 해당 법안이 전국의 자연재해를 총괄하는 행안부 권한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문가 의견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부는 이미 쟁점이 모두 해소됐는데, 행안부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두 부처는 최근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1년 12월 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 그리고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 역시 정부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주요 지방하천을 '국가지원 지방하천'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함께 관련 사무를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넘겼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방하천에 관련된 사무는 지방하천의 관리 주체인 지자체에 2020년도에 전부 이양이 된 사업입니다. 재원과 같이 이양됐고요. 이것이 지금 채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국가지원 지방하천이라는 새로운 사업 유형으로 하는 것은 결국은 종전에 지방의 자율성이나 책임성 하에서 지방 이양을 한 본래의 재정 분권 취지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2022.11.23.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

■ 여야 "조속히 입법"…7~8월 국회 통과 여부 주목

여야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법안이 아직 상임위 소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다음 주 목요일(27일) 열리는 7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야는 적어도 8월 국회에서는 시급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어제 경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법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여·야·정 TF'를 구성해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장맛비가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어제(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폭우 피해 발생 후 여야가 예방책 마련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점은 여야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안이 사실상 뒷방 신세였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분명히 국회의 책임이며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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