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보트가 와야 해요”…그 날 119 녹취록에 담긴 공포

입력 2023.07.20 (18:21) 수정 2023.07.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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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119로 모두 15번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 내용을 보면 당시 지하차도 속의 긴박했던 상황과, 그 속에 갇혀있었던 피해자들의 공포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진희 도의원이 입수한 '충북소방본부 119신고 관련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아침 7시 51분부터 9시 5분까지 1시간여 동안 15건의 119신고가 접수됐습니다.


■ 시간대별로 다른 신고 내용…참혹했던 상황 그대로 담겨

최초 신고는 오전 7시 51분, "미호천 둑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신고는 침수가 시작된 8시 36분부터였습니다.

이때부터는 물이 차는 속도만큼, 다급한 신고가 잇따랐는데 14분여 만에 무려 12건이 접수됐습니다.

먼저 8시 36분, "오송 오창 터널 입구, 차가 침수됐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고, 1분도 되지 않아 "지하차도에 갇혔다. 차량 3대, 4명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8시 38분에는 "오송 지하차도"라는 짧은 신고와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성 목소리가, 40분에는 "지하차도가 다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어 42분에 들어온 신고는 "오송역으로 가는 지하차도 버스 안으로 비가 들어오고 있다"는 급박한 내용이었습니다.

살신성인으로 승객을 구한 기사가 있던 747번 버스에서 들어온 신고로 추정됩니다.

이때부터 45분까지 3분여 사이에만 구조 요청이 5건이나 들어왔습니다.

미호강에서 범람한 약 6만 톤의 물이 지하차도를 채우던 시점이었습니다.

"물이 가득 차서 빠져나갈 수 없다", "터널에 갇혔다",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차량의 시동이 꺼지고 난리 났다", "물이 차고 있고 말이 잘 안 들린다" 등 참혹한 상황을 드러내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것으로 파악된 오전 8시 50분쯤 이후에도 신고 전화가 왔습니다.

8시 51분에는 "궁평리 지하차도에 사람들이 갇혔다"는 신고가, 3초 뒤에는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습니다.

8시 51분의 이 신고 이후로 119 신고는 잠시 멈춥니다.

그러다 14분 뒤인 9시 5분,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 해요"라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신고를 끝으로 더 이상의 119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 소방·경찰·군까지 출동했지만 참변 못 막아

오늘(20일) 오전 충북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에는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설치 첫날인 오늘 오전부터 분향소에는 참사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들이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수사당국이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우선 충북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오송 지하차도와 미호강 임시 제방에 대한 합동 감식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수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9신고 이후 소방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당시 소방은 시청 등 관계 기관에 내용을 전달해서 공동대응을 요청했고, 소방·경찰·군 등에서 100대에 가까운 차량이 출동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치는 이미 물이 들어차고 있던 시간에 집중됐습니다.

15건의 119신고 내용이 그 날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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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보트가 와야 해요”…그 날 119 녹취록에 담긴 공포
    • 입력 2023-07-20 18:21:21
    • 수정2023-07-20 1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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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119로 모두 15번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 내용을 보면 당시 지하차도 속의 긴박했던 상황과, 그 속에 갇혀있었던 피해자들의 공포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진희 도의원이 입수한 '충북소방본부 119신고 관련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아침 7시 51분부터 9시 5분까지 1시간여 동안 15건의 119신고가 접수됐습니다.


■ 시간대별로 다른 신고 내용…참혹했던 상황 그대로 담겨

최초 신고는 오전 7시 51분, "미호천 둑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신고는 침수가 시작된 8시 36분부터였습니다.

이때부터는 물이 차는 속도만큼, 다급한 신고가 잇따랐는데 14분여 만에 무려 12건이 접수됐습니다.

먼저 8시 36분, "오송 오창 터널 입구, 차가 침수됐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고, 1분도 되지 않아 "지하차도에 갇혔다. 차량 3대, 4명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8시 38분에는 "오송 지하차도"라는 짧은 신고와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성 목소리가, 40분에는 "지하차도가 다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어 42분에 들어온 신고는 "오송역으로 가는 지하차도 버스 안으로 비가 들어오고 있다"는 급박한 내용이었습니다.

살신성인으로 승객을 구한 기사가 있던 747번 버스에서 들어온 신고로 추정됩니다.

이때부터 45분까지 3분여 사이에만 구조 요청이 5건이나 들어왔습니다.

미호강에서 범람한 약 6만 톤의 물이 지하차도를 채우던 시점이었습니다.

"물이 가득 차서 빠져나갈 수 없다", "터널에 갇혔다",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차량의 시동이 꺼지고 난리 났다", "물이 차고 있고 말이 잘 안 들린다" 등 참혹한 상황을 드러내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것으로 파악된 오전 8시 50분쯤 이후에도 신고 전화가 왔습니다.

8시 51분에는 "궁평리 지하차도에 사람들이 갇혔다"는 신고가, 3초 뒤에는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습니다.

8시 51분의 이 신고 이후로 119 신고는 잠시 멈춥니다.

그러다 14분 뒤인 9시 5분,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 해요"라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신고를 끝으로 더 이상의 119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 소방·경찰·군까지 출동했지만 참변 못 막아

오늘(20일) 오전 충북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에는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설치 첫날인 오늘 오전부터 분향소에는 참사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들이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수사당국이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우선 충북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오송 지하차도와 미호강 임시 제방에 대한 합동 감식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수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9신고 이후 소방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당시 소방은 시청 등 관계 기관에 내용을 전달해서 공동대응을 요청했고, 소방·경찰·군 등에서 100대에 가까운 차량이 출동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치는 이미 물이 들어차고 있던 시간에 집중됐습니다.

15건의 119신고 내용이 그 날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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